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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 (금)

北 오물풍선에 軍 대북 방송 '모든 전선'으로, 그다음은?...치킨게임 치닫는 남북 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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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1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도로에 북한에서 날려보낸 대남 쓰레기 풍선 내용물이 떨어져 있다. 합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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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1일 오물 풍선을 띄웠다. 5월 이후에만 벌써 9번째다. 우리 군은 전방지역 전 전선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했다. 전면 대북 방송은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오물 풍선 vs 대북 전단'의 남북 심리전이 조금씩 수위를 높여가면서 국지 도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0개 대북 확성기 일제히 가동… 2018년 이후 6년 만

한국일보

21일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 우리 측 초소에 설치된 대북확성기를 통해 대북방송이 나오고 있다. 우리 군은 서부·중부·동부전선에 배치된 고정식 확성기를 릴레이식으로 돌아가며 제한적으로 방송하며 대응해오다 이번에 전방 지역 모든 확성기를 동시에 가동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파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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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9시 15분쯤 "북한이 대남 오물 풍선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또다시 부양했다"고 밝혔다. 오후 5시 기준으로 360여 개가 식별됐으며, 이 중 우리 지역에 낙하한 풍선은 110여 개였다. 주로 경기 북부와 서울에 집중됐고, 내용물은 대부분 종이류로 확인됐다.

이날 대남 풍선 부양은 지난 18일 200여 개를 날려보낸 지 사흘 만이다. 우리 군은 예고한 대로 대북 확성기 방송 매일 재개로 맞대응했다. 이날의 북한 오물 풍선은 남한의 대북 방송 재개에 대한 보복 성격이 강했다.

군은 이날 대북 방송 맞대응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 확성기 상시 방송에 북한이 오물 풍선으로 맞서자, 이날 오후 1시부터 방송 지역을 모든 전선으로 확 넓힌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군이 자행하고 있는 전선지역에서의 긴장고조 행위는 오히려 치명적 대가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군은 서부·중부·동부 지역에 걸쳐 분산 배치된 고정식 24개와 이동식 16개 대북 확성기 40개를 운용하는 게 가능하다. 최근 방송에서는 리일규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관 등 북한 외교관의 탈북 행렬을 전하고,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북한군이 실시하고 있는 지뢰 매설 및 대전차 방벽 설치 작업을 꼬집으며 "지옥 같은 노예의 삶에서 탈출하십시오"라고 귀순을 유도하기도 했다.

"北, 심리전 절대 열세… 충격 요법 꺼내들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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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10일 강원도 양구 북방 비무장지대(DMZ)에서 한 병사가 그동안 대북 심리전에 활용됐던 전광판을 철거하고 있다. 양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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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은 다음 단계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북한의 도발 수준에 따라 대응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지만, 과거에 사용했던 전광판을 재가동해 시청각을 이용한 심리전을 펼칠 수 있고, 민간 단체가 아닌 군 주도로 낙하 지점을 정밀하게 설정한 스마트 풍선을 부양할 수도 있다. 심리전에서만은 북한에 비교 우위에 있는 '비대칭 전력'을 가지고 있다고 우리 군은 자신한다.

하지만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심리전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북한은, 현 상황이 장기화하면 무력 도발로 방향을 선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리전에서 밀릴 경우, 다른 수단으로 이를 만회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강경한 현 정부 기조를 감안하면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2015년 때처럼 대북 확성기 조준 사격 등을 예상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조 위원은 이에 따라 "북한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상황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며 "유엔군사령부, 중국·러시아 등 외교 채널 등을 총동원해 위기 관리에 나설 때"라고 조언했다. '대북 전단 보복'이라는 명분에 갇힌 북한과 '즉·강·끝'(즉시, 강력하게, 끝까지) 대응 원칙을 고수하는 우리 군이 서로 강대강 '심리전 치킨게임'을 벌일 것이 아니라,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편 합참은 앞으로 대남 풍선의 내용물이 종이류 등 일반적인 것으로 확인되면 '쓰레기 풍선'으로 용어를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외신 등에서 오물 풍선에 분변·퇴비 등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문의가 계속되고 있어, 오해를 없애기 위해 용어를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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