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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 (금)

[뉴스플러스] 정부조직 개편 후폭풍..."과(課) 좀 만들어주세요"...미래사업·경영혁신 유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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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행안부·기재부 전경. 2023.10.13[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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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수산부는 최근 친환경 자율운항 선박 등 첨단 해양모빌리티 산업 육성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 첨단해양교통관리팀을 과(課)로 격상하는 안을 행정안전부에 제시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겨우 사무관 TO(정원) 1명을 늘려주겠다는 답을 받았지만 이 또한 불확실하다. 아직 기획재정부 승인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 한 대형 공기업은 재무 건전성 개선과 대외 자금 조달 관련 전문성 제고를 위해 재무 파트 부장직 신설을 기재부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바 있다. 해당 공기업 관계자는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기재부 공공정책국에 사정한 끝에 간신히 성사될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공무원과 공공부문 증원을 지양하는 현 정부의 기조하에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이 인력 수급에 애를 먹으면서 미래 사업 추진과 경영 혁신 등 현안 대응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여기에 인구전략기획부 등 신설 부처까지 등장하면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최근 윤석열 정부 들어 두 번째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저출생·고령화 전담 부처로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고 해당 부처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임하며 정부의 인구 정책을 수립·총괄·조정·평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무장관 자리를 새로 만드는 내용도 포함됐다. 민생·개혁 과제와 관련한 이해관계 갈등을 조정하고 국회·정부 간 소통을 강화하는 역할을 부여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3개월 동안 구체적인 개편안을 설계하고 대통령령 등 직제 제·개정을 통해 반영할 예정이다. 개편 후 정부 조직은 20부·3처·20청·6위원회로 확대된다.

이 같은 개편에 대해 관가 반응은 엇갈린다. 저출생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주무 부처를 설립하는 건 필요하지만 현재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설 부처까지 등장하면 충원이 더 어려워 질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

중앙부처가 인원을 조정하려면 각 부처 직제를 관리하는 행안부의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읍소 끝에 행안부 심사를 통과해도 관련 예산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기재부 심의를 받아야 한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차관이나 1급 실장이 행안부 국장에게, 국장급이 기재부 과장에게 사정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며 "행안부와 기재부를 연달아 거치는 '옥상옥(屋上屋)' 구조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팀'은 일종의 별동대 같은 조직으로 국장 재량으로 새로 만들었다가 해체할 수 있다. 보통 서기관급이 팀장을 맡는다. 현안 대응을 위해 급조한 조직이라 업무가 몰려 '일당백' 역할을 요구받는다. 안정적인 업무 처리를 위해 팀을 과로 격상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또 다른 부처 관계자는 "올해 초 새로운 팀이 구성되면서 정원도 소폭 늘었다"며 "하지만 과로 변경하기 위해 요청하면 (행안부나 기재부의) 대응이 전혀 달라지고 성사되는 경우도 많지 않다"고 전했다.
공공기관도 불만 폭주하지만 기재부 위세에 '함구'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공공부문 군살 빼기에 열을 올리면서 증원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국정 과제 지원 사업이 하루가 멀다하고 하달되면서 기존 사업에서 사람을 빼 새 사업에 투입하는 돌려 막기가 일상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연초 제출한 충원 건이 여전히 답보 중"이라며 "기재부와 '조율'한다고 하지만 사정사정한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결국 설득과 논리 싸움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도 "핵심 정책 어젠다를 뒷받침하기 위한 사업에 대해서는 기재부도 공감을 표하지만 정작 인력 충원 요구는 묵살하기 일쑤"라며 "공공부문 인력 감축이 현 정부의 기조라 분위기를 미리 읽고 포기하는 기관이 많다"고 전했다.

인력·조직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안에 대해 물었지만 "다음 달까지 기재부의 내년도 예산 심의가 진행된다"며 자칫 밉보일까 말을 아끼는 공공기관이 다수였다.

최예지 기자 ruizh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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