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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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가에선 오랫동안 ‘7상8하’라는 용어가 통용됐다. 이는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나이와 관련이 있다.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 시점을 기준으로 67세 이하 위원은 연임할 수 있으나 68세 이상은 물러나야 한다는 뜻이다. 1993∼2003년 중국을 이끈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시절 이래 불문율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13년 집권한 시진핑(習近平) 현 주석은 이를 무력화시켰다. 1953년생인 그는 5년 임기의 주석을 두 번 하고 열린 2022년 당대회 당시 69세였으나 은퇴하기는커녕 강한 권력욕을 드러내며 주석 3연임을 밀어붙였다. 이미 몇 해 전부터 공산당 내에서 “7상8하라고 하지만 어떤 상무위원은 68세가 되기 전에 은퇴한다” “당은 상황에 따라 조정을 하기 마련이고 (은퇴에 관한) 나이 제한은 없다” 등의 말이 나돌았다. 정상급 정치 지도자들의 평균 연령이 올라가는 것도 고령화 사회의 한 단면인 듯하다.
한국의 직장에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정년은 60세다. 11년 전인 2013년 국회가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률을 통과시키며 그렇게 굳어졌다. 요즘 일각에선 정년을 60세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령화 시대에 ‘60세가 넘었으니 일을 그만두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솔직히 60대 시민 대다수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근로를 감당할 능력이 충분한 것이 현실이다. 자녀의 교육이나 결혼 등 문제로 60세를 넘겨서도 직업을 갖고 돈을 벌어야 하는 이가 많은 세태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재계는 “정년 추가 연장은 고스란히 기업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반대하는 모습이다. 젊은층도 “청년 취업자 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사정이 이러니 사람들은 선거로 뽑히거나 대통령이 마음에 드는 이들 중에서 임명하는 정무직 공무원을 부러워한다. 오죽하면 정무직을 정년이 없다는 뜻의 ‘정무(停無)직’이라고 부르겠는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현재 81세인 바이든은 ‘고령 리스크’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사퇴했다. 최근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트럼프는 올해 78세로 바이든과 나이 차가 크지 않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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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사퇴했다. 11월 대선까지 4개월도 채 안 남았는데 비상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과 그 지지자들 사이에서 제기된 ‘고령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1942년 11월20일 태어나 현재 81세인 바이든은 지난 6월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와의 TV 토론에서 실언을 연발했다. 그 뒤에도 공개 석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헷갈리는 말실수를 저질렀다. 후보 교체론이 불거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 역사상 80대에 대통령직을 수행한 인물은 바이든이 처음이고 현재로선 유일하다. 정무직에 물리적 정년은 없지만 그래도 정치적·심리적 정년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 이번에 확실해졌다. 만약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오는 2026년 6월 80세가 되는 트럼프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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