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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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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농약사건 미스터리…용의자도 못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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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이었던 지난 15일 경북 봉화군 봉화읍에서 경로당 농약 음독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진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경찰이 대규모 수사팀을 구성해 수사 중이지만 아직까지 용의자를 압축하지 못한 채 의문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22일 현재 피해자 5명 중 60대 여성 1명과 70대 여성 2명 등 3명은 건강 상태가 호전돼 의식을 회복했다. 2명은 여전히 중태다.

경북경찰청은 사건 발생 후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한 57명 규모의 수사 전담팀을 구성했다. 단일 사건에 이 정도 팀이 꾸려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수사에는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는 피해자들이 그날 먹은 '오리탕'이 문제로 지목됐다. 하지만 수사를 진행한 결과 경찰은 피해자들이 마신 커피에 살충제 성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초복을 맞아 경로당 회원 40여 명이 식당에서 오리탕을 먹었지만 경로당에서 커피를 마신 회원들만 살충제 중독 증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커피가 담긴 생수병에서도 피해자들의 위에서 나온 살충제와 동일한 성분이 검출됐다.

문제의 커피는 생수병에 담겨 경로당 냉장고 안에 보관돼 있었다. 커피를 따라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컵에서도 같은 성분의 살충제가 나왔다. 이들은 평소에도 경로당에 있던 냉장고의 커피를 마셔왔기 때문에 사건 당일에도 별다른 의심 없이 커피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9년 전 발생한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과 마찬가지로 주민 간 원한이나 갈등에 의한 '독극물 살포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 5명 중 사건 발생 나흘 뒤에 쓰러져 중태에 빠진 80대 할머니는 아직까지 커피를 마셨는지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봉화군 일대 농약 판매점을 상대로 농약 구입 내역과 구매자 명단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 피해자들에게서 검출된 농약은 에토펜프록스와 터부포스 성분이 포함된 살충제다. 경찰은 두 성분이 모두 피해자들에게서 검출됨에 따라 에토펜프록스와 터부포스를 주성분으로 혼합해 사용하는 농약이 범행에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토펜프록스는 모기, 파리 등 해충 퇴치용으로 가정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살충제로 독성이 낮다. 하지만 터부포스는 독성이 강한 성분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이 두 성분이 혼합된 농약을 커피에 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농약 판매가 빈번히 이뤄지는 농촌지역 특성상 농약 구매 내역만을 근거로 용의자를 압축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사건 당일 단체로 그라운드 골프를 친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일행 10여 명과 함께 사건 당일 오전 6시 40분께 지역의 한 그라운드 골프장에서 게임을 했다. 사건이 발생한 봉화읍 내성4리 주민뿐만 아니라 다른 마을의 남녀 혼성 어르신들도 함께했다. 이에 경찰은 그라운드 골프장 주변 폐쇄회로(CC)TV 와 골프장 관계자, 동반자 등을 상대로 그라운드 골프로 인해 심한 다툼이나 갈등이 있었는지에 대해 탐문 조사를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 간 원한이 있었는지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라며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 회원 41명이 지난 15일 초복을 맞아 보양식을 먹은 후 경로당으로 이동했고 이후 커피를 마신 회원 3명이 쓰러졌으며 다음 날에도 함께 커피를 마셨던 회원 1명이 쓰러졌다. 나흘 뒤에 회원 1명에게서 호흡 마비 증상이 나타나 현재 5명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안동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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