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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카카오톡 아버지’ 김범수 구속에… 카카오 ‘경영 시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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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SM) 시세 조종’ 의혹에 연루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아버지로 알려진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시켜 카카오의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조직 쇄신을 주도해왔다. 그가 구속 수사를 받게 되면서 카카오는 ‘쇄신’과 ‘인공지능(AI) 시대 먹거리 발굴’이라는 과제 수행에 제동이 걸렸다.

조선비즈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에 연루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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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SM 시세 조종 의혹 김범수 위원장 구속영장 발부

지난 22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실질심사)에서 심리를 진행한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23일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카카오는 배재현 전 투자총괄대표에 이어 김 창업자 마저 ‘SM 시세 조종’ 의혹으로 구속되자 충격에 빠졌다.

이처럼 카카오가 ‘사법리스크’로 곤욕을 치르게 된 데는 지난해 2월 SM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 발단이 됐다. 카카오는 당시 SM의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과 발굴 노하우, 사업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뛰어든다는 구상이었다. 수사당국은 카카오가 SM 인수 당시 경쟁사였던 하이브를 견제할 목적으로 2400억원을 투입해 주가를 띄우는 ‘시세 조종’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또한 카카오가 SM 주식의 5% 이상을 보유하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는 ‘대량보유보고’ 규정을 어긴 것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과 배 전 대표 등이 참여한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시세 조종이 승인됐다고 판단했다.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직접 지시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지 및 묵인 등의 가담을 한 것으로 의심하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카카오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임직원들을 불러모아 “진행 중인 사안이라 상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현재 받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 어떤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했다.

그는 앞서 검찰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이 회의에 올라와 보고받고 승인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구체적 방식에 대해선 보고받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 역시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의 목적으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매수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증거인멸의 우려 등으로 구속의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 카카오, 뱅크 보유 지분 팔아야 할 수도

수사당국의 칼날이 김 창업자를 겨누면서, 카카오가 이어왔던 쇄신과 경영 재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IT업계에서는 AI 관련 투자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고,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부재가 카카오에 뼈아플 수밖에 없다고 본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쇄신을 선언하면서 자율 경영 체제에서 중앙집권 체제로 이제 막 체질 개선에 나서던 시점에 최악의 리스크가 불거진 것”이라며 “김 창업자가 구속되면서 신사업이나 해외확장 등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자사 역량을 집결해 연내 ‘서비스형 AI’를 공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아직 서비스형 AI의 형태나 방향성 등을 따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AI, 신사업 등 미래 먹거리 발굴과 대규모 투자 등의 결정이 ‘올스톱’되는 상황이 일어났다”라고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의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직원과 회사에 책임을 묻는 양벌 규정 등에 의해 적격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경우, 보유주식 한도(10%)를 초과해 보유한 은행 주식을 처분하라는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 중 10% 초과분인 17.17%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박 대표는 “금융이 없으면 (카카오의 경영 측면에서) 다른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가 없다”면서 “전면적인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2년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하고, 카카오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 조직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의 센터장 직함만을 유지해왔다. 그러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1년 8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직접 위원장을 맡아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그는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 창업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가 위기 극복을 위해 앞장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쇄신’과 ‘AI 시대의 먹거리 발굴’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발표했다. 이후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CA협의체는 김 위원장과 정 대표가 이끄는 ‘투톱’ 체제를 유지해왔다.

전효진 기자(oliv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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