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 진급 나흘 앞두고 상병서 일병 강등…후임병에 욕설도
해병대 생활관 |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해병대 복무 시절 후임병에게 여군 상관을 성희롱하는 구호를 복창하라고 강요했다가 강등 처분을 받은 20대 남성이 전역 후 중대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인천지법 행정1-3부(장유진 부장판사)는 해병대 전역자 A(23)씨가 옛 중대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강등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A씨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군 복무를 하던 2022년 1월 해병대 생활반에서 후임병에게 팔굽혀 펴기를 시키면서 여성 상관을 지칭하며 성적인 구호를 복창하게 했다.
그는 또 대답을 늦게 했다는 이유로 후임병에게 "맞아야 정신 차린다"며 욕설을 하기도 했다.
A씨는 결국 같은 해 4월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군인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강등 처분을 받았다. 이 때문에 병장 진급을 나흘 앞둔 A씨는 상병에서 일병으로 한 계급 떨어졌다.
강등은 병사가 받는 징계 가운데 가장 수위가 높다. 다음으로는 군기 교육, 감봉, 휴가 단축, 근신 등이 있다.
당시 후임병을 상대로 한 A씨의 폭행이나 가혹행위는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해병대 다른 부대에서 후임병의 뺨을 때리고, 30분 동안 흙바닥에 머리를 박게 하는 가혹행위를 시켰다가 다른 부대로 전출됐는데도 반성하지 않고 재차 비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A씨는 병장 계급을 달지 못한 채 2022년 8월 해병대에서 전역했고, 과거에 받은 강등 처분이 잘못됐다며 이듬해 3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보통 병장 계급으로 전역하지 못해도 사회생활을 하는 데 별다른 지장은 없지만 주민등록초본 등 각종 행정 서류의 병역 사항에는 전역 당시 계급이 기록된다.
A씨는 소송 과정에서 "(나흘 뒤) 병장으로 진급하고서 강등 처분을 집행하는 등 징계 시기를 조절할 수 있었는데도 배려하지 않아 상병에서 일병으로 강등됐다"며 "이는 사실상 2계급 강등"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징계했다"며 "위법한 처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법원은 해병대 측이 A씨의 병장 진급을 기다렸다가 강등할 이유가 없었고 수사 중에도 징계는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중대장이 A씨의 병장 진급을 기다렸다가 징계할 의무나 근거는 없다"며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국방부 훈령을 해석하면 전역이 임박한 군인은 고의로 수사를 지연해 징계를 회피할 수 있다"며 "원고가 한 행위의 중대성 등을 고려하면 징계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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