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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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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차려 사망’ 중대장, 사고 직후 “선착순 안 시켰다” 유족에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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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5월30일 오전 전남 나주시 한 장례식장 야외 공간에서 얼차려 중 쓰러졌다가 이틀 만에 숨진 훈련병에 대한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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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에 어긋난 군기훈련으로 훈련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중대장이 유가족에게 상황을 왜곡·축소 전달한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24일 군인권센터가 유가족으로부터 입수해 공개한 녹취록을 들어보면, 박아무개 훈련병이 규정에 어긋난 군기훈련을 받고 쓰러진 다음날인 지난 5월24일, 가해자인 중대장은 ‘선착순 달리기를 시켰느냐’는 유가족 질의에 “아닙니다”라며 “당시에 선착순 이런 걸 시키지 않았고 딱 세바퀴만 열을 맞춰서 뛰어라 이렇게 얘기를 했다. 속도 같은 거 통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진 대화에서도 중대장은 ‘세바퀴만 뛰고 들어오는 것만 지시했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 해당 녹취는 박 훈련병이 입원한 강릉아산병원 인근 카페에서 중대장과 이뤄진 대화를 유가족이 녹음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중대장은 완전군장 상태로 선착순 뜀걸음, 팔굽혀펴기 등 규정에 어긋난 군기훈련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대장이 사고 직후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유가족에게 거짓 답변을 한 셈이다. 해당 대화가 이뤄진 때는 아직 박 훈련병이 사망하기 전이었다.




군인권센터는 이런 정황들에 비춰 박 훈련병이 쓰러진 직후 중대장이 상황을 축소 전파해 초기 조처에 혼선을 빚게 만들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가족 앞에서까지 스스럼없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아 사고 발생 직후 소대장이나 군의관에게 가해 사실을 소상히 얘기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실제 사고 직후 유가족에게 상황을 최초로 전파한 소대장의 통화 녹취록을 보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어머님께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산소포화도랑 맥박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의식만 돌아오면 된다”고 말한 부분이 확인된다. 군인권센터는 이를 두고 “소대장은 사고 당시 상황을 중대장으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소대장 역시 중대장으로부터 축소된 사실만 전해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중대장의 거짓말은 군의관에게도 똑같이 전달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중대장은 유가족을 기만하면서까지 자기 죄를 숨기려고 했다”며 “중형으로 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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