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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모래시계 된 증권산업...소형사 동반 구조조정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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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국내 증권사 수/그래픽=김지영


23일 KB증권을 시작으로 관련 업계 상반기 실적 발표가 시작됐다. 대형사들과 중소형사들간 실적 양극화는 이번에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증시 부양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매출이 상당부분을 차지한 대형사들은 호실적이 점쳐진다.

하지만 거래 수수료보단 IB(기업금융) 매출이 중요한 중소형사들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낮은 수익성이 예상된다. 지속가능성이 의심되는 곳들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실제 최근 매물로 나온 증권사도 있다. 업권 구조조정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날 KB증권을 시작으로 증권업계의 상반기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됐다. 이 기간 KB증권의 당기순이익은 379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0.43% 증가했다. 지난 2017년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합병한 이후 반기 최대 실적이다.

KB증권을 시작으로 25일 NH투자증권, 26일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 등의 성적표가 차례로 공개된다. 주요 대형사들의 실적은 나쁘지 않다. 지난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와 충당금 적립 이슈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거래대금 증가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5대 주요 증권사(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키움증권)의 2024년 2분기 기준 순익만 1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주요증권사들의)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가 예상된다"며 "부동산PF 손실 및 충당금적립에도 불구하고 자본 증가에 따라 높아진 이익 체력과 우호적인 영업환경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중소형 증권사들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사 호실적을 견인한 브로커리지 매출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요 수익원이 됐던 부동산PF 마저 회복 기미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한국신용평가는 국내 중소형 증권사의 브릿지론(사업초기 2금융 차입금)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높음' 비중을 73%로 분류했다. 대형사 34%의 2배 이상이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이 중소형 증권사들의 신용당급을 하향하기 시작한 것도 관련 업권을 둘러싼 어려움을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업권 포화를 지적하기도 한다. 2017년 상반기까지 53개였던 국내 증권사 수는 지난해부터 60개로 유지되고 있다. 자본을 키워 대형화를 한 증권사들이 한발 더 치고 나가는 최근 경향을 고려하면 업권 구조조정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실제로 국내 30위권이자 알짜 증권사로 꼽히는 한양증권이 M&A 시장 매물로 나오면서 68년만에 매각이 관측된다. 재단 계열사인 한양산업개발이 4000억원이 넘는 PF 우발채무를 지닌데다 의료 파업 장기화로 한양대 의료원도 재정에 어려움이 닥친 점이 등이 원인이 됐다.

우리투자증권을 출범한 우리금융그룹이 증권 자회사 몸집을 키우기 위해 해당 매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등의 분석이 제기되는 등, 최근 흐름을 고려하면 기존 증권사 볼륨을 키우는데 한양증권이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형사의 경우 대부분의 수익원인 IB 매출이 줄면서 자본확충이 필요한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자본 확충이 어려우면 매각을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세관 기자 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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