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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나이 많으면 그만 두라고?"…정년 없는 美·英, 늦추는 日·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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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65세 정년시대 오나 ④ 정년 없는 미국·영국, 정년 연장하는 일본·독일

[편집자주] 정부가 정년연장 검토에 착수한다. 국민연금 보험료 내는 기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어른들이 청년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단 우려를 넘어 '65세 정년시대'를 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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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2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4년 서울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구직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202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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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선진국들은 저출생·고령화 등으로 생산인구가 줄어들자 고령 노동자들의 활용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정년을 연장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한편 정년 시점 이후 별도의 재고용 계약을 맺는 '계속고용' 제도를 통해 기업들의 부담을 덜었다. 정년 시점에 얽매이기보다 자국 상황에 적합한 채용연장 방식을 찾았다.

미국과 영국에는 정년제도가 없다. 상시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은 1978년 65세에서 70세로 정년을 연장한 뒤 1986년 정년제 자체를 폐지했다. 정년을 정하는 것 자체가 나이에 따른 차별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은 나이를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

영국은 65세였던 정년제를 2011년 폐지했다. 연령 차별을 방지해 고용 평등을 이룬다는 취지였다. 현재 정년 퇴직은 경찰 등 업무 특성상 신체적 스트레스가 인정되는 특정 직업군에 한해서만 허용된다. 최근엔 대만이 정년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정년 연령을 65세로 제한하는 내용을 삭제한 노동 기준법 개정안이 입법원(국회)을 통과, 고용주와 근로자는 정년 연장에 대한 협상을 통해 퇴직 시기를 조정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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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7개국 65~74세 고령 근로자 비율 및 세계 주요국 정년제도 현황/그래픽=윤선정


법적으로 정년 제도를 유지하지만 그 시점을 늦추는 국가들은 더 많다. 고령화로 노동인구 부족 상황이 심각한 일본의 경우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근로자들이 원하면 일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일본 정부가 2004년 도입한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 의무화에 따라 기업들은 △65세까지 정년 연장 △65세까지 계속 고용 △정년 폐지 중 1개 방안을 시행해야 한다. 2021년부터는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기업의 '노력 의무'로 규정한 법안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고령자 노동은 이미 자리를 잡았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까지 고령자 고용확보 조치를 실시한 기업 비율은 99.9%다. 이들 기업 중 정년 후 재고용하는 계속고용 방식을 선택한 곳이 69.2%로 가장 많고 정년 연장 26.9%, 정년 폐지 3.9% 등이다. 최근엔 직원들의 정년을 70세로 높이겠다는 보험사도 등장했다.

독일은 현재 정년을 65세로 규정하고 있는데 2029년까지 67세로 연장할 계획이다. 스페인도 65세인 정년을 2027년까지 67세로 높인다. 이들 유럽 국가의 정년 연장은 근로자의 조기 은퇴에 따른 연금·수당 등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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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최근 정년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현재 중국 법정 정년은 남성 60세, 여성 사무직 55세, 여성 생산직 50세인데 이를 65세로 늘릴 계획이다. /사진=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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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중 은퇴 시점이 가장 빠른 중국도 최근 정년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현재 중국 법정 정년은 남성 60세, 여성 사무직 55세, 여성 생산직 50세로 1950년대 이후 한 번도 조정하지 않았는데, 이런 세계적 인구 대국도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에 직면하면서 정년 시점을 65세까지 늘리기로 한 것이다. 싱가포르 역시 현재 60세인 정년을 65세로 늘릴 계획이다.

선진국의 65~74세 고령자 근로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다는 분석은 65세 정년 연장 방안을 검토하는 한국 정부가 참고할 만하다. 블룸버그통신은 OECD 통계를 인용해 일본의 65~74세 남성 절반 이상(51.8%)이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31.4%), 캐나다(26.7%), 영국(21%), 독일(17.9%) 등도 OECD 평균인 17.3%를 웃돈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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