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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더 내자니 안 쓰자니…" 우린 구독당했다 [視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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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더스쿠프

코로나19 국면에서 구독경제가 급성장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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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팬데믹이 극심하던 2021년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전성기를 맞았다. 넷플릭스·유튜브 등 OTT 서비스뿐만 아니라 밀리의서재·윌라를 비롯한 전자책 서비스부터 꽃·양말·술·간식·세탁·청소까지 '구독'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우리가 더스쿠프 통권 465호(2021년 10월)에 실린 기사 '정말 알뜰할까, 구독경제 빛과 그림자'에서 구독경제의 명암을 짚어봤던 이유다.

# 그로부터 3년이 훌쩍 흘렀다. 구독경제는 그동안 어떻게 변했을까. 구독경제를 무기로 삼은 기업 중엔 '공룡급'으로 성장한 기업이 적지 않다. 유료 멤버십 서비스 '와우'로 고객을 락인(Lock-in)하는 데 성공한 쿠팡이 대표적이다. 넷플릭스 역시 OTT 구독이란 새 장을 열어젖혔다.

# 문제는 구독경제에 손과 발이 묶여버린 소비자다. 구독경제 시장이 커진 만큼 소비자의 '이로움'까지 커진 건 아니라서다. 치솟은 구독료에 '구독플레이션(구독+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가 등장하고, 돈을 내지 않으면 콘텐츠를 볼 수 없는 시대가 열린 건 구독경제가 만들어낸 그림자다.

그렇다면 구독경제는 또 어떻게 진화할까. 그 안에서 소비자의 경제적 삶은 어떻게 변할까. 더스쿠프가 가톨릭대와 함께 기획안 클래스 'ESG의 이해와 전망(김승균 교수)'을 구독경제의 더 깊어진 그림자를 취재했다.

[※참고: 더스쿠프 취재진은 2024년 1학기 가톨릭대에서 진행한 클래스 'ESG의 이해와 전망(김승균 교수)'의 멘토로 참여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그 두번째 편인 '구독경제 딜레마' 편이다. 각 편은 다시 1부와 2부로 나눠 게재한다.]

"저는 넷플릭스, 쿠팡, 밀리의서재 등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요즘 구독료가 너무 많이 올라서 부담이 커요. 몇몇 서비스는 해지했는데 자주 쓰는 넷플릭스와 쿠팡은 끊지 못했어요. 8월부터 쿠팡 구독료도 오른다는데 고민이에요."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대학생 김은정(23)씨는 나날이 오르는 구독료가 야속하기만 하다.

구독료에 부담을 느끼는 건 김씨만이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3년 진행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자. 대표적인 구독경제 모델인 OTT의 경우 소비자가 생각하는 적정 구독료는 월 7006원이었다.

하지만 실제 월평균 지출 구독료는 2배에 가까운 1만2005원에 달했다. 여기에 쇼핑 등 다른 구독료가 더해지면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구독경제 기업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구독경제의 대표적 그림자 '구독플레이션(구독+인플레이션)'의 경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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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독경제 그림자➊ 구독플레이션 = 그렇다면 구독료는 얼마나 올랐을까. 통계청에 따르면 OTT 등 '온라인 콘텐츠 이용료' 물가지수는 2021년 1분기 100.31에서 올해 1분기 107.44로 7.13포인트 올랐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인상폭은 이보다 훨씬 크다.

일례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유튜브는 지난해 12월 기존 1만450원이던 '프리미엄 요금제' 가격을 1만4900원으로 42.5% 인상했다. 유튜브가 구독료를 끌어올린 건 20 20년 9월(8690원→1만450원·20.2%) 이후 3년여 만이었다.

OTT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는 2021년 11월 서비스 출시 당시 9900원이던 구독료를 2년 만(2023년 11월)에 40.4% 인상했다. 단일 요금제를 '스탠다드(9900원)'와 '프리미엄(1만3900원)' 요금제로 개편하면서다. 요금제에 따라 영상 화질, 오디오, 동시 스트리밍 기기수 등에 차이를 뒀다.

또다른 OTT 플랫폼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서비스 출시 당시 구독료(베이직 요금제 기준 9500원)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꼼수 인상'을 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기존에 허용해 왔던 '계정 공유'를 제한하고, 가장 저렴한 요금제인 베이직 요금제의 신규 가입을 막았기 때문이다.[※참고: 넷플릭스는 함께 거주하지 않는 사람과 계정을 공유할 경우 5000원의 추가 요금을 지불하도록 했다.]

국내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쿠팡은 오는 8월부터 유료 멤버십 와우 구독료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 인상한다. 쿠팡은 2021년 12월에도 구독료를 72.0%(2900원→4990원) 끌어올린 바 있다.

이처럼 대다수 구독기업이 2~3년에 한번씩 요금을 올리고 있고 인상폭은 40~60%에 달한다. 지난 3년간(2021년 1분기 대비 2024년 1분기)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2.0% (101.49→113.63)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혹자는 "비싸면 구독을 끊으면 그만 아닌가"라고 되물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언급했듯 OTT 등 플랫폼에 락인(Lock-In)된 소비자가 많아서다. 일례로 쿠팡은 2021년 구독료를 72.0%나 올렸지만 쿠팡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되레 늘었다. 2021년 900만명이던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지난해 1400만명으로 급증했다. 쿠팡이 전국 단위 새벽배송을 운영하는 등 시장을 장악하면서 '쿠팡 없이 살 수 없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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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를 바탕으로 ‘공룡급’ 기업들이 생겨났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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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구독료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정부도 치솟는 구독료에 문제의식을 갖고는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7월 '특별물가조사' 항목(총 5가지) 중 하나로 구독경제를 꼽은 건 대표적 사례다.

[※참고: 기재부는 국민생활과 관련이 깊은 품목·분야를 선정하고 소비자단체 등을 통해 특별물가조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엔 관광산업(숙박비·지역축제), 축산물(유제품), 구독경제, 자사브랜드(PB상품), 의약품 등 5개 품목을 조사했다.]

문제는 특별물가조사는 말 그대로 일회성인 데다, 조사 결과를 홍보하거나 정책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구독료의 결정권이 기업에 있는 만큼 가격 인상을 직접 규제하긴 쉽지 않다. 결국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구독료 추이를 살펴보고, 기업이 손쉽게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게 중요하다. 특별물가조사와 같은 단발성 조사는 한계가 뚜렷하니,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구독경제위원회(가칭)'를 만들어 꾸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구독경제 그림자➋ 다크패턴 = 구독경제의 또 다른 그림자는 '다크패턴(Dark pattern)'이다. 다크패턴은 소비자가 알아채지 못하게 자동결제를 진행하거나, 구독해지 절차를 복잡하게 만드는 일종의 꼼수다. 교묘하고 악의적인 방식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다크패턴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다크패턴을 비롯한 플랫폼의 소비자 기만행위 근절을 꼽기도 했다.

높아진 문제의식 덕분인지 다크패턴을 법으로 규제하는 '전자상거래법(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올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엔 구독료 인상 혹은 서비스 유료 전환 시 소비자 사전 동의 의무화, 정당한 사유 없이 요금의 일부 금액만 표시·광고 금지, 팝업창으로 소비자의 선택 변경을 요구하는 행위 금지, 소비자의 취소 탈퇴·방해 행위 금지 내용 등이 담겼다. 이를 위반하는 사업자엔 시정조치와 함께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표면적으론 다크패턴의 유형을 규율하고, 이를 금지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한계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과태료가 최대 500만원에 불과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호겸 교수는 "과태료가 지나치게 낮으면 개정안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다크패턴 위법행위 관련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과태료로 내도록 하는 등 처벌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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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의 공표(2024년 2월)부터 시행까지의 유예기간(1년)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사이 다크패턴으로 소비자의 공분을 사는 기업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곳이 쿠팡이다. 쿠팡은 8월 가격 인상에 앞서 기존 멤버십 고객들에게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다크패턴 행위를 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4~5월 고객의 상품 결제창에 구독료 인상 동의 문구를 넣어, 결제 버튼을 누르면 인상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했던 거다. "나도 모르게 구독료 인상에 동의가 됐다" "인상 동의를 취소하고 싶은데 어디서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등 소비자 불만이 속출했던 이유다. 공정위는 지난 5월부터 쿠팡의 다크패턴 논란을 조사 중이다.

이처럼 지난 3년간 구독경제를 앞세운 기업들이 무섭게 성장했지만 그 그림자도 깊어졌다. 깊어진 구독경제의 그림자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던 서비스까지 유료화한 건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어지는 '구독경제 딜레마' 2편에선 구독경제에 숨은 또 다른 '독毒'과 그럼에도 구독경제가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고민들을 이야기해 보자.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송준석 행정학과 학생

sjs9303@naver.com

이예지 수학과 학생

dldpwl02@naver.com

전혜영 공간디자인·소비자학과 학생

wjs203040@naver.com

정연지 사회학과 학생

yeun03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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