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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글로벌 포커스] 해리스는 트럼프를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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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 CSIS 키신저 석좌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사진) 부통령을 민주당 후보로 공개 지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바이든은 이미 역부족이었다. 지난 6월 27일 첫 TV 토론에서 트럼프에 참패한 바이든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 사퇴를 종용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치 자금도 바닥이 드러났고, 주요 격전지에서 트럼프 후보에게 밀리는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그렇다면 해리스는 트럼프를 이길 수 있을까. 바이든 대통령보다는 가능성이 크다. 이긴다면 자유 세계 최초의 유색 여성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변수가 몇 가지 있다.



바이든보다는 승리 가능성 높아

과거보다 달라진 모습 보여주고

부통령 후보부터 제대로 골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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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2020년보다 더 나은 후보의 모습을 보일 것인가.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놓고 바이든에 대항했던 해리스의 성적은 초라했다. 자신의 안방 격인 캘리포니아에서도 겨우 4등에 머물렀다. 선거 유세는 엉망이었고 명확한 정책 메시지도 없었다. 바이든과 비교해 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에는 다르다. 이제 바이든의 대선 조직, 정책 메시지, 선거 자금을 그대로 물려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선거이기에 트럼프에 견주어 전직 검사 출신의 해리스는 우위에 있다. 이 점에서는 바이든보다 해리스가 더 강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바이든에 맞섰던 2020년보다 이제 공격의 대상이 트럼프이기에 해리스는 더 날쌘 공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민주당 통합 후보직을 유지할 수 있을까. 바이든 사퇴 직후 빌 클린턴 대통령, 흑인 의원과 진보 의원 모임이 곧바로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해리스를 후보로 지명하는 것은 비민주적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 열린 경쟁을 지지했다. 해리스가 당내에서 가장 강력한 후보임에는 틀림없지만 오는 8월 시카고에서 개최될 전당대회에서 경쟁해야 한다.

민주당은 1968년 4월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이 재선 포기를 선언해 당에 혼란을 초래한 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 전당대회는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자들과 경찰의 충돌로 대혼란을 겪었고, 결국에는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리처드 닉슨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물론 이번에는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대의원 조직을 그대로 승계받아 전당대회에서 과거와 같은 충돌은 없을 것이지만 1968년의 망령을 여전히 기억하는 민주당은 걱정이 많다.

셋째, 선거에 동력을 제공할 부통령 후보로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파란 장벽(Blue Wall)’의 격전지를 다시 가져올 부통령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인기가 많고 해당 주와 인접 주의 승리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

오사마 빈 라덴 사살을 진두지휘한 미국의 영웅 윌리엄 맥레이븐 제독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해 공화당의 허를 찌를 수도 있다. 맥레이븐 제독은 트럼프를 혐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만약 그가 러닝메이트가 된다면 당내 일부는 싫어할 수 있으나 무당층과 해리스의 좌경화를 의심하던 공화당 내부 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다. 부통령 후보를 제대로 선택하면 오는 11월 대선 판도를 바꿀 수도 있고, 트럼프 후보의 선거 캠페인에 일격을 가할 수도 있다.

끝으로 투표지에 바이든 대신 해리스의 이름을 올리는 것에 대한 공화당의 소송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공화당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 의원은 일부 주에서 이미 해리스가 민주당 후보로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기엔 늦었다고 지적하며 법정에서 따지겠다고 했다. 만약 공화당이 법정 싸움에서 이기고 해리스가 투표용지에 이름이 오르지 않은 채 기명 투표에 의지해야 한다면 해리스에겐 큰 타격이다.

70%가 넘는 유권자가 바이든도 트럼프도 싫다는 입장을 보였다. 해리스는 선거 판도를 바꿀 기회가 있다. 민주당 후보가 된다면 선거판을 흔들고 유권자들의 관심을 불러 모을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 정치는 일직선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언제나 후퇴와 도전이 있고 부활과 새 희망의 구간이 있다. 바이든 사퇴에 따른 반전이 대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국 CSIS 키신저 석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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