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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장세정의 시시각각]아슬아슬 윤 대통령의 '동맹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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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장세정 논설위원


지난 4월 총선에서 참패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그래도 외교·안보 분야는 지난 2년간 지지율을 받쳐준 기회의 무대였다. 한·일 관계 정상화, 한·미 동맹 신뢰 회복,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 외교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정권의 자해성 탈원전 정책을 수술해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을 기적적으로 수주하면서 지지율이 반등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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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3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 [중앙포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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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몇 가지 위험 신호가 국내외에서 감지된다. 외교·안보 라인의 자책점도 적지 않은 데다, 나라 밖에서 변수들이 돌출했다. 지난 6월 북·러 정상회담 당시 용산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당일 저녁까지도 '유사시 군사 개입' 조항을 담은 북·러 동맹 조약의 복원 여부를 놓고 우왕좌왕했다. 정보력과 분석력 모두 실패했다.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컴백 가능성이 거론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격을 당했는데도 동맹국인 대한민국 대통령은 7시간이 지나 위로 메시지를 냈다. 미국과 가까운 영국·일본·호주·이스라엘은 물론이고, 헝가리·온두라스보다 훨씬 늦었다. 그날 윤 대통령이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날' 행사에 참석했는데 국가안보실 간부들이 현장에 총출동해 대응이 늦었다고 한다. 국군통수권자가 다른 행사에 참석 중이면 북한이 기습 공격해도 뒷북 보고할 것인가.



안팎에서 악재와 갈등 요인 돌출

바이든 낙마, 한동훈 당선 큰 변수

위기 때는 '정치적 확장억제' 필요

미국 검찰의 '수미 테리 기소 사건'은 국가정보원의 아마추어 공작 실패다. 멀리는 박근혜 정부, 가까이는 국정원을 망가뜨린 문재인 정부의 2019년 명품 가방 로비 공작 참사다. 워싱턴의 친한파 네트워크 위축은 윤 대통령에게도 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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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센터에서 동행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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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임기가 3년도 남지 않은 윤 대통령에게 나라 밖에서 터진 돌발 위기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중도 포기다. 여기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9월 사퇴 가능성도 부담이다. 취임 이후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뿐 아니라 기시다 총리와 돈독한 관계를 형성해 외교적 입지와 안보 강화에 십분 활용해 왔다.

하지만 동맹과 협력 파트너가 한꺼번에 교체된다면 당분간 공백이 클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집중해 공을 들여온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새 대선 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새롭게 신뢰를 쌓고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트럼프일지, 해리스일지 아직은 미국 대선 향방을 예단하기 어렵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졌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북한을 두둔한 한국에 의구심을 내비쳐온 트럼프 2.0 정부가 되면 한국을 패싱하고 북한과 직거래할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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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당시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도쿄 인근 골프장에서 라운딩 도중 티샸을 하는 모습.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골프광'이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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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후보는 최근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위험한 발언을 쏟아냈다. 김정은을 만나 '브로맨스'를 과시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찔하다. 술을 전혀 안 마시는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윤 대통령이 폭탄주로 끈끈한 관계를 만들 기회도 없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골프장 벙커에 굴러 넘어지면서도 '골프광'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극정성으로 접대했는데, 윤 대통령이 흉내 내기 쉬울까.

윤 대통령은 국내에서도 '정치 동맹'의 위기다. 김건희 여사가 경호처 안가에서 비공개로 검찰 조사를 받는 바람에 또 뒷말이 나온다. 야당이 아무리 악담을 퍼부어도 윤 대통령의 든든한 정치적 기반으로 여겨졌던 검찰은 이원석 검찰총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치고받으며 분열 양상이다. '맥주·콜라 러브샷' 이후에도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이에 또 어떤 갈등과 충돌이 벌어질지 아슬아슬하다.

윤 대통령이 사면초가(四面楚歌) 위기를 돌파하려면 내치든 외교든 함께할 동맹을 폭넓게 규합해야 한다. 권력의 의자를 받쳐주는 기둥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나씩 싹둑 잘라내면 결국 그 자리는 무너진다. 내 손에 '핵무기'가 없다면 정치 동맹의 핵은 물론 재래식 전력까지 총동원해야 한다. 윤 대통령에게 지금 절실한 것은 '정치적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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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와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이날 맥주와 콜라로 '러브샷'하면서 화합을 다짐했다. [대통령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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