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08 (일)

자녀 2명이면 17억 물려줘도 '세금 0원'…'중산층 세금' 굴레 벗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상속세 개편 방안/그래픽=윤선정


상속세 공제액이 27년만에 상향조정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상속세 최고세율도 낮춘다. 정부는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상속세가 최근 '중산층 세금'으로 전락하자 제도개편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2024년 세법개정안'을 확정했다. 올해 세법개정안의 최대 화두는 상속세 개편이다. 지금까지 줄곧 상속세 개편 논의가 이어졌지만 올해처럼 본격화된 건 유례를 찾기 힘들다. 그만큼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사망자)의 상속재산이 공제액 이상일 경우 과세표준에 맞춰 과세하는 세금이다. 상속재산이 공제액보다 적으면 상속세를 내지 않는다. 기초공제는 2억원이다. 인적공제로는 1인당 5000만원인 자녀·연로자 공제 등이 있다. 배우자 공제는 실제 상속분에 맞춰 5억~30억원이다.

인적공제와 무관한 일괄공제는 5억원이다. 상속인은 기초공제와 인적공제를 합한 금액과 일괄공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자녀수가 7명 이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괄공제를 선택한다. 여기에 배우자 공제 최소액을 합해 통상 10억원을 상속세 과세의 기준점으로 보면 된다.

현행 상속세 공제액은 1997년 이후 27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 그 사이 물가와 자산가치가 급격히 오르면서 상속세 대상자는 급증했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 과세비율은 6.82%다. 2008년 전만 해도 1% 미만이었던 상속세 과세비율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서울의 지난해 상속세 과세비율은 15.0%까지 치솟았다.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이 일반적인 상속세 공제액(10억원)을 웃돈 결과다. 상속세 개편 논의가 본격화된 이유다.

기재부는 상속세 공제 중에서 자녀공제를 손본다. 1인당 5000만원인 자녀공제를 1인당 5억원으로 대폭 올렸다. 당초 일괄공제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다자녀 가구를 우대하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 자녀공제를 늘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자녀 1명만 있어도 기존 공제액보다 많게 설계했다.

가령 배우자가 있다고 가정하고 자녀가 1명이면 기초공제 2억원, 배우자공제 5억원, 자녀공제 5억원 등 총 12억원의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자녀가 2명이면 공제액은 17억원까지 늘어난다. 기재부 설명에 따르면 피상속인의 평균 자녀수는 약 2명이다. 정부안이 확정되면 평균적으로 상속재산 17억원까지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상속세율과 과표도 조정했다. 상속세는 다른 세금과 마찬가지로 공제액을 넘는 금액의 과표별로 세율을 적용한다. 현행 상속세 과표는 △1억원 이하(10%·이하 세율) △5억원 이하(20%) △10억원 이하(30%) △30억원 이하(40%) △30억원 초과(50%) 등 5구간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상속세 과표를 △2억원 이하(10%) △5억원 이하(20%) △10억원 이하(30%) △10억원 초과(40%) 등 4구간으로 줄이고 최고세율도 50%에서 40%로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 최저세율인 10%를 적용하는 구간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확대했다. 20%로 설정되는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도 폐지한다.


상속세 개편 동력은 '중산층 세금'으로 전락한 상속세


정부가 '상속세 대수술'에 나선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기업들은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호소했다. 재계는 상속세 최고세율(50%) 인하를 요구했다. 새삼스러운 요구는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선뜻 수용하긴 힘들었다.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 속 십수년째 "논의해보자"는 공회전만 반복했다.

상속세 개편 동력은 다른 쪽에서 생겼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상속세 공제액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면서다.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를 합한 상속세 공제 기준(10억원)은 1997년 이후 변하지 않았다. 그 사이 물가는 2배 올랐다. 수도권의 주택가격은 2.8배 상승했다. 자연스럽게 상속세 과세 대상자가 급증했다.

과거 0.1%의 '슈퍼리치'를 향한 세금이었던 상속세는 이제 중산층 세금이 됐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 과세비율은 6.82%다. 서울로 범위를 좁히면 15.0%까지 늘어난다. 2008년 전만 해도 1% 미만이었던 상속세 과세비율은 매년 빠르게 증가했다. 상속세 개편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정부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상속세 개편을 '시급한 과제'라고 표현했다. 상속세를 '낡은 세제'라고도 했다. 이에 기존 1인당 5000만원이던 상속세 자녀공제를 5억원을 높였다. 덩달아 기업들의 요구 등을 반영해 상속세 최고세율도 40%로 낮췄다.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는 부유층에 혜택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최고세율 인하로 1조8000억원의 세금이 덜 걷힐 전망이다. '부자 감세'라는 말이 예상된다. 최 부총리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야당의 반대 역시 뚫어야 한다. 기재부가 최고세율 인하를 국회에서 관철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부정적인 전망이 더 많다.

반면 상속세 공제액 상향조정은 중산층에 초점을 맞춘다. 현재 상속세 과세 문턱은 여러 조합이 있지만 대략 10억원을 문턱으로 본다.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같은 조건으로 자녀가 1명일 경우 공제액은 12억원까지 늘어난다. 자녀가 2명이면 상속재산 17억원까지 상속세를 내지 않는다.

즉 상속재산 10억원대 초·중반의 상속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인이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11억~12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부분 중산층에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 공제액 상향조정은 야당에서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정부가 '중산층 감세'에 무게를 두고 있는 걸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최 부총리는 "역동경제를 활성화하자고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중산층을 확충하자는 것"이라며 "(상속세만 하더라도)처음에 이 법을 설계했을 때보다 중산층에 속하는 분들의 부담이 커지는 것이기 때문에 시정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ㅍ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