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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내가 감독인데, 추천 선수라며 명단 보내더라”...히딩크, 축협과 갈등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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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사진출처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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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월드컵 당시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78)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02 한일월드컵을 떠올리며 당시 대한축구협회(KFA)와 불화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지난 25일 방송된 SBS ‘과몰입 인생사’에는 이영표 해설위원이 출연해 히딩크 전 감독의 인생을 집중 조명했다.

일본 축구의 성장 비결을 해외파 감독이라 판단한 축구협회는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히딩크 감독에게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제안했다.

히딩크 감독은 거절을 하기 위해 무리한 조건을 내걸었다. 일주일의 시간을 달라고 부탁한 축구협회는 히딩크 감독을 다시 찾아갔다. 히딩크 감독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일주일만에 해내는 것을 보고 야망이 있다고 느꼈다”며 “감독직을 수락할만큼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히딩크는 한국 축구의 특징에 대해서도 논했다. 그는 “일종의 위계 질서가 있었다. 나이 많은 선수는 어린 선수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중 나이 어린 선수가 기회를 가지면 선배에게 공을 넘기는 상황을 목격했다며 “비효율적일 수 있는 규칙을 고쳐나가야 했다”고 말했다. 감독의 지시에 따라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선후배 관계 없이 반말을 쓰기 시작했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 기용도 남달랐다. 월드컵을 앞두고 베테랑 홍명보를 명단에서 제외하고 신예 박지성을 기용하는 등 파격 행보를 보였다. 이에 축구협회는 평가전 명단 발표를 앞두고 히딩크 감독에게 추천 선수 명단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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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사진출처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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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히딩크 감독은 축구협회를 언급하며 “가끔 서로 간의 불화가 있었다. 협회에서 (선수) 명단을 제안했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명단이 있다’고 거절했다”고 밝혔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개막이 임박한 때까지 최종 엔트리를 선정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선수들을 테스트하기 위해서였다.

이영표는 “문이 계속 열려 있었기에 모든 선수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팀이 만들어지면 주전 선수와 비주전 선수가 나눠진다. 주전 선수는 ‘나는 주전선수’라는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며 “비주전선수는 ‘나는 중요한 선수가 아니네. 나는 여기서 빠질래’라면서 소외된다. 이들이 팀에 집중하지 않는 상태가 되면 그게 팀이 망가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전선수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비주전선수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희망의 동기부여를 갖게 만드는 게 감독의 리더십”이라며 “이걸 얼마나 길게 끌고 갈 수 있느냐가 명장과 평범한 감독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고 했다.

결국 히딩크 감독의 선택은 대한민국을 월드컵 4강으로 이끌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 히딩크 감독은 이영표에게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히딩크는 “영표, 스튜디오에 있냐”며 양손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이어 “보고 싶다. 네가 날 보면 좋겠다”며 “고맙다. 멋진 시간을 함께했다. 월드컵 기간에도, 월드컵이 끝난 이후에도 네가 참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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