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08 (일)

티메프 피해 ‘여행상품’ 집중…사전결제 여행비로 ‘돌려막기’ 의혹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진 26일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서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판매자 정산 지연에 이어 소비자 환불 대란까지 확산한 ‘티몬·위메프 사태’는 수년간 양적 성장에 급급했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의 부실 위험성을 그대로 노출했다. 대금 정산 기간을 최대한 늘려 제휴업체에 부담을 떠넘긴 이들 업체의 사업 방식이 결국 소비자를 포함해 산업계 전체에 피해로 돌아온 것이다. 특히 이번에 여행·숙박 상품 쪽 피해가 집중된 것은 티몬·위메프가 자금난 해소를 위해 예약 결제-정산 기간이 긴 여행 상품의 맹점을 활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티몬·위메프, 대금 정산 기간 가장 길어





26일 유통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티몬은 매달 마지막 날부터 40일 이후, 위메프는 월 매출 마감 이후 두 달 뒤 7일에 정산금을 100%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판매 업체들이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팔고도, 돈을 손에 쥐는 데까지 최장 두 달이 넘게 걸린다는 뜻이다.



반면, 11번가는 구매 확정 뒤 이틀 안에, 지마켓은 구매 확정 다음날 판매 대금을 바로 정산한다. 네이버나 11번가가 도입한 ‘빠른 정산’의 경우엔 심지어 택배사에 제품이 집하 완료된 다음날 100% 정산을 한다. 업계에서도 티메프의 정산주기는 가장 긴 편에 속한다.



이른바 ‘갑을 관계’에서 을을 보호하기 위한 법의 테두리에서도 벗어나 있다. 이마트 등 대기업 유통사는 ‘대규모유통법’에 따라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직매입은 60일, 위수탁은 4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티몬과 위메프처럼 상품 판매를 단순 중개만 하는 기업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티몬·위메프는 흔히 ‘에스크로’(구매안전 거래 시스템)라 불리는 시스템도 도입하지 않았다. 에스크로 서비스는 소비자가 결제를 하면 일단 제3의 업체가 상품 대금을 보관하고, 소비자가 문제없이 상품을 받아 구매확정을 하면 대금을 판매자에게 넘기는 시스템이다. 즉, 고객의 돈을 다른 용도로 유용하지 못하도록 소비자를 보호하는 장치다. 11번가·지마켓·네이버 등 다수의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에스크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산 지연 문제가 불거지자 티몬·위메프가 부랴부랴 ‘8월 중 에스크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뜻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겨레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진 26일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행 상품에 왜 피해가 집중됐나?





티몬·위메프 유동성 부족 사태로 소비자 피해가 집중된 서비스 가운데 하나는 여행·숙박 상품이다. 휴가철을 맞아 떠나려는 소비자들의 예약에 문제가 생기면서 티몬·위메프 쪽도 여행상품 환불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티몬·위메프의 미정산금 1700억원 가운데 1천억원 가량이 여행업계 피해 금액으로 추산된다.



여행 상품 피해가 유독 큰 것은 티몬·위메프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여행 상품 판매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여행업계에선 나온다. 판매 대금이 비교적 큰 데다 소비자가 예약 결제를 한 뒤 실제로 여행을 갈 때까지의 기간이 다른 상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긴 까닭이다. 대부분 소비자는 여행 일정보다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3개월 전에 상품을 결제한다. 하지만 여행상품은 판매일 기준이 아니라 출발일 기준으로 구매 확정이 돼 업체에 대금 정산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9월 출발 상품’을 찾아 6월에 미리 결제한 돈이 전자상거래 업체를 거쳐 여행업체에 전해질 때까지 최장 4~5개월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상거래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업체들은 피지(PG)사로부터 받은 대금을 에스크로에 보관했다가 정산 일정에 맞춰 여행사에 주는데, 티몬·위메프의 경우엔 에스크로를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기간에 판매 대금을 어떻게 사용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여행업계에서는 휴가철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티몬이 최근 여행상품 판매에 공격적으로 나섰다고 입을 모은다. 전자상거래 업체가 평균 5~10% 할인율을 적용해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견줘 티몬은 ‘오늘만 할인’ 같은 각종 쿠폰과 제휴 신용카드 할인까지 덧붙여 더 싼 가격에 소비자를 끌어모았다는 것이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여행상품은 단가가 높기 때문에 단 2~3%만 더 할인해도 구매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며 “여행상품은 마진율이 극히 낮거나 혹은 손해가 나는데도 티몬과 위메프가 적극적 판매에 나선 이유는 ‘돌려막기’를 위한 자금 마련 때문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세상을 바꾸는 목소리에 힘을 더해주세요 [한겨레후원]
▶▶무료 구독하면 선물이 한가득!▶▶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