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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에 거꾸로 가는 개미들 '상승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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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선물 레버리지 ETN 집중 투자…한달새 가격 9∼13% 내려 손실 누적

전문가들 "구조적인 유가 하락 국면 진입"…하단 지지 분석도

연합뉴스

국제 유가 하락…둔화된 소비자물가 상승률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석유류 물가 상승 폭이 축소돼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으로 둔화하며 안정세를 이어갔다.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2024.9.3 ksm7976@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국제유가가 연저점을 기록한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 상승에 대거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일 기준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 사이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을 138억원 순매수했으며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H)'과 '한투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도 각각 44억원, 5억원어치 담았다.

이들 ETN은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 상장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과 연동된 지수를 정방향으로 2배 추종하는 상품으로, 해당 선물 가격이 상승할 때 수익이 난다.

개인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대거 담았다.

'KODEX WTI 원유선물(H) ETF'와 'TIGER 원유선물 Enhanced(H) ETF' 순매수액은 각각 113억원, 24억원에 달했다.

반면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삼성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은 최근 한 달 새 95억원 순매도했으며 '신한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H)'와 '한투 블룸버그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도 각각 24억원, 1억원어치 팔았다.

ETF 중에서는 'KODEX WTI 원유선물 인버스(H) ETF'와 'TIGER 원유선물 인버스(H) ETF'를 각각 67억원, 16억원 순매도했다.

미국과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우려에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최근 한 달 새 7.6% 내렸다.

8월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 지표에서 신규 고용이 예상치를 밑돌자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6일(현지시간)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48달러(2.14%) 급락한 배럴당 67.6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이는 지난해 6월 12일 이후 최저치다.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인 'OPEC+'가 당초 10월부터 예정됐던 증산 시점을 두 달 연기하기로 했지만, 경기 둔화 우려를 떨쳐내기에는 부족했다.

김광래 삼성선물 연구원은 "그간 수요를 지탱해왔던 중국발 원유 수요 둔화가 다양한 지표들을 통해 확인된 데다, 미국 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유가 하방 압력이 가중됐다"며 "이에 OPEC+는 이에 감산 되돌림 연장 결정을 내렸지만 시장의 반응은 다소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들은 향후 유가 상승을 예상하고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최근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투자 손실이 누적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OPEC+ 감산 (PG)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6일 기준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은 한 달 전 대비 12.4% 내렸으며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H)'과 '한투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도 각각 9.4%, 12.7%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유가가 구조적인 하락 국면에 진입해 내림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과거 저유가 국면 진입 요건인 수요 부진, 미국-OPEC(석유수출국기구) 증산이 내년부터 충족될 것"이라며 "이에 구조적인 유가 하락을 전망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중국 부동산 및 제조업 경기의 더딘 회복, 미국 고용시장의 점진적 냉각에 따른 차량 이동거리 둔화에 수요가 부진할 것"이라며 "반면 공급은 OPEC+의 단계적 감산 완화에 더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우위 구도가 지속될 가능성에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시 소비 등을 촉진해 유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오히려 유가 하락세가 초래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최예찬 연구원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달러 약세와 경기 부양을 지지하기에 유가에 우호적인 환경이나, 실제 1985년 이후 4번의 연준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모두 유가는 하방 압력에 노출됐다"며 "연준이 오일쇼크 이후 금리 인하의 부작용을 경계해, 선제적 금리 인하보다 사후 데이터를 확인한 후 금리를 인하해 경기 침체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번 금리 인하 국면에서도 침체 징후가 없다면 빅컷 등 선제적 대응 가능성은 낮을 것이며 완만한 경기 하강은 불가피하다"며 "따라서 역사적 흐름과 동일하게 기준금리 인하에도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유가 하단은 지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2022년 10월 미국 에너지부가 전략비축유(SPR) 재비축을 위해 석유 매입가 하단을 배럴당 67∼72달러 설정한 점은 유가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이라며 "또한 미국 허리케인 시즌이 개막했으나 이를 강화할 라니냐(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상태)가 지연되면서 공급 차질이 부재한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mylux@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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