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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만물상] 센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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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양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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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찾는 외국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는 관광 코스가 ‘바토 무슈’ ‘바토 파리지앵’ 같은 센강 유람선을 타고 파리를 선상 관람하는 것이다. 센은 고대 라틴어로 ‘세쿠아나’라 불렸는데 ‘신성한’을 뜻하는 켈트어에서 유래했다는 말이 있다. 그 센강을 따라 에펠탑, 튈르리 정원,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노트르담 대성당 같은 명소들이 펼쳐진다. ‘파리 압축 관광’에 이만한 게 없다. 27일 새벽에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은 각국 선수단이 배에 나눠 타고 센강에서 수상 퍼레이드를 하는 장관이 펼쳐졌다.

▶강폭이 1㎞ 안팎에 달하는 넓은 한강을 보다가 강폭이 100~200m밖에 안 되는 센강을 보면 “이게 강이야, 개천이야” 하는 말이 나온다. 그래도 길이는 한강의 1.5배다. 프랑스 중동부 발원지에서 777km를 흘러 북부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간다. 프랑스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리적 중심지다. 센강 가운데 시테섬은 파리의 발상지다. 기원전 52년, 율리우스 카이사르 휘하의 로마군이 센강변을 따라 쳐들어와 시테섬을 점령했다. 그로부터 파리의 로마 시대가 열렸다.

▶”글을 한 편 완성했을 때, 혹은 뭔가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고자 할 때 센강변을 거닐곤 했다.… 맑은 날이면 포도주 한 병과 빵 한 조각, 소시지를 사들고 강변으로 나가 햇볕을 쬐면서 얼마 전에 산 책을 읽으며 낚시꾼들을 구경하곤 했다.”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파리에서 보낸 20대를 회고하며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면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 남은 일생에 늘 당신 곁에 머무를 것”이라는 소회를 남겼다.

▶화가나 작가들에게 센강은 낭만의 공간이지만 프랑스 경제에는 오랫동안 물자 수송로, 교통 중심지였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친환경 물류로 센강이 다시 활용되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프랑스 유통업체 프랑프리는 파리 시내 점포에 물건을 공급할 때 화물 트럭 대신 센강의 바지선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수질 악화로 오랫동안 센강에서는 수영이 금지됐다. 프랑스 정부는 100년 만에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친환경 올림픽’을 목표로 센강 수질 개선에 2조원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철인 3종 중 수영 경기와 10㎞ 마라톤 수영 경기가 열린다는데 올림픽 개막 직전까지도 수질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센강의 수영 경기를 무사히 치르고 내년부터 파리 시민도 센강에서 수영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게 프랑스 정부 목표다. 오염수 오명을 벗고 청정 센강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강경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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