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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사설] 상속세 개편 거론하던 민주당, 정부안 나오자 “전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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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가 지켜보는 가운데 발언하고 있다. 진 의장은 정부가 발표한 상속세 감면 등 세제 개편안에 대해 "초부자 감세"라며 반대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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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상속세 감면안에 대해 곧바로 “초부자 감세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자녀 공제액 5억원 상향, 최고세율 50%에서 40%로 조정, 최대주주 상속세 할증 폐지 등에 대해 모두 반대했다. 당 정책위의장과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은 “재산 대물림을 하고 세금까지 깎아주는 것은 이중 혜택이고 중산층 불만을 악용하는 조치”라며 “상속세 최고세율(40%)이 근로소득세(45%)보다 낮은 것도 옳지 않다”고 했다.

민주당은 최근 상속세·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금융투자세 유예 등에 대해 잇따라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이재명 전 대표는 감세에 대해 “신성불가침이 아니다”라며 실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부 의원은 “상속세 폐지·완화를 검토하자” “상속 자산을 처분하는 시점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자산소득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상속세 공제액을 대폭 확대하는 법안도 추진했다.

중도층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기업과 민생을 챙긴다는 점에서 긍정적 변화로 여겨졌다. 그런데 막상 정부가 개편안을 내자 언제 그랬냐는 듯 반대로 돌아섰다. 반대도 ‘전부 반대’다. 이런 자세는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 전 대표의 ‘먹사니즘’과 어울리는 것인가.

우리 상속세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OECD 38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평균 13%지만 우리는 50%다. 10국은 상속세가 투자와 일자리 감소의 주원인이라며 아예 폐지했다. 미국도 중산층에겐 상속세가 사실상 없는 것과 같다. 한국은 1997년 이후 물가·소득은 2~4배로 올랐는데 상속세 공제 한도는 28년째 그대로다. 서울에 아파트 한 채 가진 사람이 상속세 걱정을 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상속세 때문에 가업 승계를 포기하려는 기업도 적지 않은데 그러면 근로자들만 피해를 본다. 이번 상속세 개편안은 글로벌 흐름에 맞게 세제를 조정해 기업 단절을 막자는 취지가 가장 크다. 기업이 투자·고용을 늘리면 상속세의 몇 배에 이르는 세금이 걷힐 것이다. 이것을 ‘부자 특혜’라는 것은 낡은 정치 선전일 뿐이다.

민주당은 상속세가 근로소득세보다 낮아선 안 된다고 하지만 상속세는 근소세를 이미 낸 재산에 매기는 것이다. 상속세 감면으로 세수가 연간 4조원 이상 줄어 문제라고 했지만 총선 승리 후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뿌리기 위해 13조원을 쓰겠다는 정당이 할 말은 아니다. 지금 한국에선 민주당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런 민주당이라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정부안에 문제가 있다면 대안을 내고 토론하면 된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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