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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폭격 맞은 자리서도 피어나는 생명력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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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들풀의 구원

빅토리아 베넷 지음 | 김명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428쪽 | 1만8000원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영국 대공습 이후 사람들은 폭격을 맞은 자리에서 왕성하게 자라난 분홍바늘꽃을 ‘폭탄 잡초(bombweed)’라고 불렀다. 분홍바늘꽃은 화재로 초토화된 땅에서 제일 먼저 자라나는 개척종이다. 짓이긴 줄기를 상처나 종기에 발라 독을 뽑아내기도 했다.

10여 년간 야생 정원을 일궈온 저자가 90가지 들풀의 이름과 쓸모를 들려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본 에세이다. 무명 시인이었던 그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언니를 잃고, 아픈 아들을 돌보면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맨손으로 땅을 파기 시작한다.

저자는 고철과 바위 잔해만 남은 석공장 터에서 아들과 함께 자신만의 정원을 가꿨다. 아름답고 화려한 꽃이 아닌, 황량한 땅에서도 뿌리내릴 수 있는 굳센 잡초들을 옮겨 심었다. 남들에겐 이름 모를 잡초지만, 저자는 갈라진 바위틈에서도 자라나는 들풀을 보고 부서진 땅에서도 새 생명이 자랄 수 있다는 위로를 얻는다.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약초처럼 들풀을 기르며 야생이 가르쳐준 인생의 지혜를 전한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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