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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돈 먹는 하마 된 AI… 월가선 커지는 거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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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등 ‘AI 적신호’ 보고서

23일 구글의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투자사, 증권사 분석가들은 최고 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에게 “분기당 120억달러(약 17조원)에 달하는 인공지능 투자가 언제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쏟아냈다. 피차이 CEO는 AI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AI 붐이 둔화되더라도 회사가 확보한 데이터 센터와 AI 반도체는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AI 거품이 꺼지면, AI를 위해 투자한 자산을 다른 서비스로 돌릴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2분기 구글의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4%, 순이익은 29% 증가했지만, 이날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주가는 오히려 5% 하락했다. 당장 실적보다 앞으로 들어갈 AI 투자 비용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 출시 후 급격하게 성장하던 AI 산업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천문학적 투자에 비해 수익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지난달부터 골드만삭스, 바클리 등 대형 투자은행과 세쿼이아캐피털 같은 벤처캐피털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AI가 한동안 수익을 창출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성 보고서를 잇달아 내고 있다. 일부에선 2000년 전후 ‘닷컴 버블’ 때처럼 ‘옥석 가리기’를 거쳐 살아남은 기업이 수익을 독차지하는 상황이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현국


◇ ‘돈 먹는 하마’ AI, 언제 돈버나

골드만삭스의 수석 애널리스트 짐 코벨로는 최근 발표한 AI 관련 보고서에서 “엄청난 투자에도 AI는 필요한 곳에 다다르지 못하고 있다”며 “세상에 쓸모가 없거나 준비되지 않은 것을 과도하게 구축하는 것은 나쁜 결과를 낳는다”고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1년 전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이 “AI가 전 세계 일자리 3억개를 자동화하고 향후 10년 동안 세계 경제 생산량을 7% 증가시킬 수 있다”고 전망한 보고서와 정반대 내용이다.

바클리가 최근 낸 보고서도 AI의 수익성에 의문 부호를 달았다. 바클리는 “생성형 AI 열풍이 분 지 2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소비자나 기업 대상으로 성공한 AI 서비스는 오픈AI의 챗GPT와 마이크로소프트(MS) 깃허브 코파일럿밖에 없다”고 했다. 또 빅테크들이 2026년까지 AI 모델 개발에 연간 약 600억달러(약 83조원)를 투자할 예정이지만, 그때까지 AI를 통한 수익은 연간 약 200억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쿼이아캐피털도 지난달 “빅테크의 연간 AI 투자 금액으로 미뤄봤을 때 올해 6000억달러 매출이 나와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며 “하지만 아무리 후하게 잡아도 1000억달러에 못 미친다”는 보고서를 냈다. 올해만 AI 업계에 5000억달러의 손실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경고에도 투자금은 계속 AI에 몰리고 있다. 올 2분기에 벤처 투자자들이 미국 AI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556억달러로, 이는 2년 만에 단일 분기 최고치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현국


◇“버블도 기술 발전의 일부”

AI 붐 초기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스타트업은 수익성 악화로 주요 임직원이 회사를 떠나거나 대규모 해고를 하고 있다. 구글의 딥마인드 연구소 출신들이 설립한 스타트업 인플렉션 AI는 작년에 13억달러 투자를 유치했으나, 지난 3월 창업자들이 다른 기업으로 이직했다. 이미지 생성 AI로 유명한 스태빌리티 AI는 경영난으로 직원을 해고했다.

AI 거품은 기술 발전에서 필연적 현상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공동 창업자이자 벤처캐피털 투자자인 비노드 코슬라는 워싱턴포스트(WP)에 “AI에 대한 성급한 투자로 손실이 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관련 기술과 산업이 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개인용 컴퓨터(PC), 인터넷, 스마트폰 등 신기술은 ‘버블 시기’를 거치며 발전을 했다는 것이다. 1994년에 창업한 아마존은 7년 뒤인 2001년에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고, 구글은 창업 3년 만인 2001년부터 영업이익을 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AI 반도체를 엔비디아가 독점하면서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AI 반도체 비용이 낮아지고 AI 수요가 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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