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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책의 향기]지도를 보면 국제정세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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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아야 보인다/에밀리 오브리 등 지음·이수진 옮김/274쪽·2만9800원·사이

동아일보

냉전시대 내내 소련과 서방 진영 사이에서 중립을 고수하던 스웨덴이 2년 전 핀란드와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전격적으로 가입한 이유는 뭘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단편적인 답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스웨덴의 깊은 고심은 지도 한 장으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프랑스 언론인과 국제정치학자가 공저한 이 책은 다양한 지도를 통해 지정학적 갈등을 겪고 있는 28개국의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우선 러시아의 부동항이 있는 ‘북유럽의 지중해’ 발트해 지도를 펴보자. 북유럽 9개국이 접한 발트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을 하나만 꼽는다면 단연 스웨덴령 ‘고틀란드’섬이다. 보트니아만을 제외한 발트해 가운데를 차지한 이 섬은 러시아의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와 마주 보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 자원 지도를 겹쳐 보면 더 흥미롭다. 서유럽 대러 에너지 의존의 핵심인 ‘노르트 스트림 가스관’이 이 섬 앞바다를 지나고 있어서다. 한눈에 봐도 러시아와 북유럽 사이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임을 알 수 있다.

이 지역을 둘러싼 러시아와 스웨덴의 긴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본격화됐다. 나토의 동진에 지속적으로 반발해 온 러시아는 2016년 칼리닌그라드에 스웨덴까지 날아갈 수 있는 이스칸데르 미사일 포대를 배치했다. 이에 이듬해 스웨덴은 한동안 폐지했던 군 복무제를 부활한 뒤 고틀란드에 군대를 다시 투입했다. 이런 지정학적 긴장이 이어진 가운데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스웨덴의 선택지는 나토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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