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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개막식 앞둔 파리…삼엄한 경계 속 긴장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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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진입·교통 통제로 곳곳에서 ‘분통’

열차 지연·취소는 오후부터 풀리기 시작

조선일보

올림픽 개막식을 앞둔 파리 센강의 모습. 관람석이 설치된 다리 주변을 경찰 보트가 순찰하고 있다. /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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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빵 사러 나왔다구요. 아니 우리 집이 바로 저긴데 왜 못갑니까?” (주민)

“나올 때는 마음대로 나올 수 있어도 들어갈 때는 통행증(QR코드)가 있어야 해요.” (경찰)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을 불과 3시간여 앞둔 26일 오후, 파리 시내 곳곳에서 시민들과 경찰들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찰의 보안 구역이 이날 낮부터 확대되면서 개막식이 펼쳐지는 센강 근처로 가는 길 곳곳이 차단됐다. 골목마다 경찰들이 철제 바리케이드를 치고 행인들을 막아서면서 일일이 QR코드를 검사했다.

차량은 물론, 자전거도 진입이 통제됐다. 거주자는 물론이고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발급한 취재증이 있는 기자도 QR코드가 없다는 이유로 가로막혔다. 센 강변에 붙은 16구 베르사이유가(街)에 사는 장-루이(70)씨는 “안전 우려 충분히 이해 한다. 하지만 맨 몸에 빵 봉투 하나 든 나같은 노인을 QR코드가 없다는 이유로 이렇게 붙잡고 있는게 말이 되느냐”며 손에 쥔 바게트 빵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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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 관람석에 입장하려는 시민들이 몸 수색을 받고 있다. /로이터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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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엄한 경비로 인한 불편은 개막식 관람대가 설치된 강변 진입로에서도 계속됐다. 이날 저녁 7시30분으로 예정된 개막식을 직접 관람하려면 오후 3시30분까지 표와 신분증을 들고 도착해야 했다. 그러나 차량 교통 통제로 인해 센 강변까지 가려면 약 20분 이상 걸어야 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어렵사리 도착한 관람석 입구는 수백m의 줄로 인산인해. 경찰들은 일일이 가방과 소지품을 확인하고, 금속 탐지기로 몸 검색까지 했다.

최소 30분에서 1시간 가량 줄을 서는 가운데, 소매치기까지 등장해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오후 5시경 에펠탑 앞 예나 다리(Pont d’Iena) 근처 한 관람석 대기줄에서 “소매치기야!(pickpocket!)”라는 비명 소리가 들렸고, 주변 경찰들이 급히 달려오는 소동이 벌어졌다. 실제 소매치기 피해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파리에는 현재 도합 6만~7만명에 달하는 경비 인력이 투입되어 있다. 경찰 4만5000여명, 군인 1만여명, 민간 경호인력 1만명 이상이다. 말 그대로 골목마다 경찰과 군경찰이 배치됐고, 이들 상당수가 권총과 소총으로 무장하고 경계를 섰다. 프랑스 파리시와 내무부 등은 이날 오전부터 테러 가능성을 우려해 간선도로 통제에도 나섰다. “파리 시내에 광범위한 교통 통제가 벌어지니 차량을 이용한 외출을 자제하라”는 경고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 사실을 잘 모른채 차를 몰고 나왔다가 파리 순환도로 등 주요 간선도로가 폐쇄돼 오도 가도 못하는 이들도 속출했다. 한편으로 외출 자체의 효과에 교통 통제까지 더해지면서 평소에 붐비던 시내 명소 곳곳은 텅빈 모습을 보였다. 관광객으로 붐비던 트로카데로 광장은 물론이고, 센강과 인접한 파리 시내 주요 관광지는 경찰과 개막식 준비 요원, 기자들만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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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을 앞둔 파리에 고속철도 방화와 공항 폭탄 경보 등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26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몽파르나스역 철도 승강장에서 파리 시민들이 열차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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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새벽 파리 인근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철도 기반시설 공격으로 영향을 받았던 프랑스 고속철도(TGV) 운행은 오후가 되면서 점차 복구됐다. 프랑스철도공사(SNCF)는 “파리-남서부 구간의 쿠르탈랭, 파리-북부 구간의 크로아지유, 파리-동부 구간의 파니 쉬르 모젤의 고속철도 선로 부근에서 방화가 발생했다”며 “철도 신호 시스템이 일부 훼손되고, 전력 공급에 차질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수백편의 열차가 우회·지연 도착했고, 취소되기도 했다. 같은 선로를 이용해 파리와 런던을 오가는 유로스타도 연착과 취소 사태가 이어졌다.

파리 북역과 동역, 몽파르나스역 등에서 열차를 타려던 승객들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 대부분이 올림픽을 맞아 파리에 머물기보다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이었다. 릴(Lille)행 열차가 2시간 가량 순연되는 바람에 역 바닥에 주저앉아 대기 중이던 비르지니(30)씨는 “그래도 매년 여름 휴가철마다 벌어지는 파업 사태보다는 양호한 편이라고 생각한다”며 “(연착이나 취소로) 기다리는 것에는 이미 이골이 났다”고 했다.

SNCF는 “다행히 백업(예비) 시설을 이용해 철도 운영을 복구하고 있다”며 “내일은 대부분의 TGV가 정상 운행되고 일부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고로 80만 명이 크고 작은 영향을 받게 돼 매우 유감”이라며 “늦어도 월요일엔 철도 운행이 ‘완전히’ 정상화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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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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