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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비에 젖은 건 제값 못받는데"…폭우에 '폐지 어르신'도 울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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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맞은 종이는 상품성 떨어져" 어르신들 울상

폐골판지 가격, 2022년 137원에서 올 85.0원까지↓

'폐지 수집 일자리 사업단'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

뉴시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지역에 비가 내린 19일 오후 광주 서구 한 도로에서 한 어르신이 폐지가 가득 실린 손수레를 끌고 있다. 2024.07.19.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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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문효민 인턴기자 = "비 젖으면 3분의 2 가격으로 떨어지는 거지. 고물상도 비 맞은 폐지는 안 사려고 해."

서울 종로구 일대에 위치한 고물상. 제 몸보다 큰 리어카를 끌고 고물상으로 들어가던 어르신은 "지금도 1㎏에 60원을 받는다"며 "고철 조그마한 거 파는 것 말고는 부수입도 따로 없다. 폐지는 비 오면 꽝"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고물상에 가져온 폐지를 전부 비운 그는 천 원짜리 지폐 한 장, 백 원짜리 동전 한 개를 받고 걸음을 돌렸다.

서울 전역에 강한 비가 쏟아진 다음인 26일 아침. 고물상 앞에서는 젖은 폐지를 가지고 온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늘색 와이셔츠가 땀에 흠뻑 젖도록 리어카를 끌고 온 어르신은 "박스가 젖으면 가격을 너무 내려친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또 다른 고물상에서는 치매기가 있는 남편을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리어카를 끌고 나왔다는 어르신을 만날 수 있었다. 남편과 함께 고물상 안으로 들어온 A(75)씨의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가 가져온 폐지의 무게는 리어카를 포함해 약 120㎏. A씨는 "박스값이 1㎏당 10원이 올라 40~50원을 겨우 받는다. 이마저도 젖은 박스는 반값"이라며 "장마철에는 돈이 안 된다. 박스가 젖으면 널어놓고 말린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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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문효민 인턴기자=지난 26일 찾은 서울 종로구 고물상에 폐지가 가득 쌓여있다.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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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를 사들이는 고물상도 사정이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산처럼 쌓인 폐지를 정리하던 고물상 사장은 "이번 주는 거의 다 젖은 박스라고 봐야 한다. 1㎏에 60원을 받는데 젖은 박스는 반 정도 가격을 깎는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6월 전국 평균 1㎏ 당 148.1원을 유지하던 폐신문지 가격은 2023년 6월 133.2원으로 떨어졌다가, 올해 6월 129.6원까지 하락했다.

폐골판지 가격은 2022년 6월 1㎏ 당 137.1원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3년 6월 76.2원으로 반토막 났다. 올해 6월 기준 1㎏ 당 85.0원 수준까지 회복했으나 아직 100원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날 만난 어르신들은 새벽시간대인 오전 4~5시께 일을 시작해 6시간가량 폐지를 주워도 수입은 하루 평균 4000~5000원에 그친다고 입을 모았다. 오후 늦게까지 폐지를 주워도 손에 쥐는 것은 1만 원 이내라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종로구 고물상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물에 젖으면 가격을 반 이상 빼버린다. 20㎏를 가져오면 1000원인데, 10㎏ 가격도 안 준다. 폭우 때는 박스 구하기도 힘든데, 그런 걸 떠나서 돈을 안 주니까 (힘들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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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문효민 인턴기자=지난 26일 찾은 서울 종로구 고물상에 폐지가 쌓여 있다.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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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박스를 급하게 내려놓던 채모(72)씨도 "한 시간에 최저임금이 만 원이라고 하더라. 우리는 하루종일 일해도 1만5000원 정도 밖에 못 받는다. 비가 오면 아예 폐지를 가져오지도 못한다"고 털어놨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폐지 수거 노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폐지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 달 평균 15만9000원 수준이다. 일평균 5.4시간, 한 주 평균 6일 활동할 경우, 이는 시간당 1226원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의 13%에 그친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서울시는 최근 지속적으로 폐지 수집을 원하는 고령자에게 공공 일자리 사업 중 하나인 '폐지 수집 일자리 사업단'을 연계해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수집한 폐지를 자치구가 지정한 공동 판매처에 가져다주면, 판매 금액에 보조금을 더해 2배 수준의 금액을 급여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13개 구에서 1253명이 일하는 중인데, 전 자치구 1800명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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