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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온통 '주주환원' 얘기만… 우리금융, 적극적 '비은행 M&A'는 공수표였나 [DD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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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은 "오버페이 않겠다", 증권은 "추가 M&A 없을것"… 주가관리 관련한 밸류업 계획만 장황

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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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26일 마감된 코스피 시장에서 우리금융지주(회장 임종룡)의 주가는 전일대비 11.36% 급등한 1만6180원으로 마감됐다.

올들어 연중 최고가이며, 52주로 기간을 넓혀봐도 최고가다.

앞서 지난 25일, 장마감후 우리금융그룹이 2분기 실적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발표한데다 총주주환원율 목표치를 50%로 제시하는 등 공격적인 중장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까지 내놓은 것이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우리금융 주주들로서는 화색이 돌 수 밖에 없는 내용이다.

이번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우리금융은 당기순이익 931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6252억원)보다 48.98% 증가해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이자이익은 2조1970억원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한 반면 상대적으로 비이자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45% 증가하면서 실적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이자수익'중 ▲은행 부문 기업금융 및 글로벌IB 사업 확대 ▲카드, 리스 부문 자회사의 영업력 신장 등에 힘입어 수수료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으며, 반면 건전성 관련 지표인 NPL(무수익여신)비율은 그룹 0.56%, 은행 0.23%로 전년 말 대비 소폭 상승에 그친 것도 긍정적이다.

물론 우리금융이 올 2분기에 분기 기준 최대 당기순이익을 거뒀다고는 하지만 올 상반기로 넓혀보면 5대 금융중 농협금융과 여전히 꼴지를 다투는 수준이다.

특히 리딩금융인 KB금융이 보험·증권 등 비은행부문에서 뚜렷한 성과를 본 것을 고려하면, 간만에 자랑할만한 실적임에도 '비은행 부문'에서의 큰 공백은 오히려 더욱 커 보인다.

이와함께 이날 주목을 받은 것은, 우리금융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눈에 띄게 강조한 것은 실적 지표 보다는 '중장기 밸류업'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CET1) 기반 주주환원 역량 제고’를 목표로 내걸었다. ▲지속 가능 자기자본이익률(ROE) 10% ▲보통주자본비율 13% ▲총주주환원율 50% 등이 주요 내용이다.

우리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이 12.5~13.0%를 달성하면 총주주환원율을 40%까지, 13.0% 초과 시에는 50%까지 확대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보통주자본비율 12.5%를 2025년까지 조기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선 일반적으로 금융지주사들의 보통주자본비율이 13%를 상회할 경우, 주식 매입 및 소각 등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가능한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아직 우리금융은 저조한 보통주자본비율(12.04%)때문에 아직은 주식 매입 및 소각과 같은 적극적 주주환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올 6월말 기준, 이같은 넉넉한 보통주자본비율을 확보한 곳은 5대 금융중 KB금융(13.59%)과 신한금융(13.05%) 정도다.

우리금융으로선 13%대로 단기간 이를 끌어올리는 것은 부담스러운 목표지만 어쨌든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공격적으로 주가관리에 나서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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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주자본비율 올리겠다는 것은 좋지만보험·증권 부문 M&A는?

그러나 뒤짚어 생각해보면, 이같은 우리금융의 공격적 밸류업 계획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가 시급한 상황에서 과연 적절한 선택과 방향인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금융이 보통주자본비율을 13%대로 끌어올리는 과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격적 M&A(인수합병)은 오히려 이에 '불확실성' 요인 또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때문이다.

보통주자본비율과 M&A가 아주 민감한 상관 관계를 갖지 않는다하더라도, 만약 인수할 보험·증권사가 우량 매물이 아닌한 우리금융은 M&A이후 그룹의 위험가중자산 비중이 늘어날 수 있고, 이럴경우 그룹 보통주자본비율 관리가 어려워진다. 주주환원율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금융이 주주환원율을 높이기위한 '보통주자본비율 상승'과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달성하기위한 '공격적 M&A'가 현실적으로 모순적 성격을 가지는 셈이다. 즉 현실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다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어느 한 쪽을 사실상 포기해야하는데, 실제로 올 2분기 실적 발표후 우리금융의 컨퍼런스콜을 보면 기류의 변화가 엿보인다.

'보험. 증권사 인수를 통한 적극적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에 대한 우리금융의 강력했던 기조가 예전과 비교해 약해졌다.

실제로 2분기 실적 발표이후 가진 콘퍼런스콜에서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동양생명 인수를 위한 실사와 관련해 “오버페이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필요하다면 웃돈(프리미엄)을 주고라도 M&A를 성사시켜 후일을 도모해야하는 것이 정상적인 기업의 경영전략이다.

앞서 우리금융이 지난 5월 인수를 발표한 포스증권에 대해서도 이 부사장은 "우리종금‧포스증권 합병회사(우리투자증권)에 우선적으로 집중할 생각"이라며 "증권사의 추가 인수합병(M&A) 부분은 검토 대상이 아니며 최근 매물화된 한양증권도 인수대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증권사 추가 M&A 가능성에도 사실상 선을 그은 것이다.

아직 시장에서 포스증권은 우리금융이 증권업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소형 증권사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추가 증권사 M&A 없이 우리투자증권을 국내 10대 IB로 키우겠다는 우리금융의 전략은 공허한 청사진에 불과하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또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합병에 대해선 현재 추진중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집중할 것을 시사했지만 그 이외의 보험사에 대해서도 일단 거리를 뒀다.

그러면서 이 부사장은 "만약 실사중인 생명보험사를 인수했다고 가정할 경우 자본 비율 영향 등을 고려해 당분간은 추가적인 보험사 M&A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증자없이 보험사를 인수할 경우 그룹 차원의 단기 순익 증가로 그룹 ROE도 개선되고 주주환원 재고에도 크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보험사를 인수할 경우에도 '유상증자없이 하겠다는 것' 역시 다분히 주가관리에 부정적인 방식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M&A에 대한 의지가 여전히 살아있다면 이는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를 위한 재원 마련 방식도 옵션도 스스로 제약시키는 하책으로 평가된다.

물론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에 나설 경우, 주가하락 우려가 커지면서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이 불보듯 뻔하지만 우리금융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어느정도 감수해야할 고통이다.

이 부사장은 "보험사 인수 시 당사의 자본 부담이 되는 오버페이는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는데, 오버페이하지 않고 손쉽게 살 수 있는 '싸고 좋은 물건'은 자본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다. M&A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결국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우리금융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현안들중 우선 순위에 있어 '적극적 M&A'는 이제 후순위로 밀렸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햇볕이 날때 미리 우산을 준비하듯, 우리금융이 정작 그나마 실적이 나와서 여유가 생겼을 때 고통스럽더라도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에 나서는 것이 일반의 상식이다.

'비은행 부문 M&A'를 후순위로 밀어버린 듯한 우리금융의 행보에 대해 과연 시장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밸류업의 진정한 가치는 잔기술과 숫자 놀음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주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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