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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엑스선으로 본 우주의 신비 25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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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우주망원경 ‘찬드라엑스선 관측소’가 발사 25주년을 맞아 공개한 새로운 우주 사진 25장. 정중앙에 있는 사진이 찬드라가 가장 먼저 관측한 천체 가운데 하나인 카시오페이아A다.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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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공우주국(나사)이 우주망원경 ‘찬드라엑스(X)선 관측소’ 발사 25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새로운 사진 25장을 공개했다.

엑스선을 통해 우주를 관측하는 이 망원경은 나사의 4개 대형 우주망원경 프로그램의 세번째 우주망원경으로 1999년 7월23일 발사됐다. 이후 지구~달 거리의 약 3분의 1 지점에서 타원형 궤도로 지구를 돌며 우주의 신비를 추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차례로 발사된 허블(가시광선, 자외선), 컴프턴(감마선), 찬드라(엑스선), 스피처(적외선) 망원경은 각기 다른 스펙트럼 영역에서 우주를 관측한다. 콤프턴과 스피처는 운영 시한이 끝났고 지금은 허블과 찬드라만 관측 활동을 하고 있다.

자외선보다 파장이 짧은 엑스선은 블랙홀 주변에서 소용돌이치는 물질이나 폭발한 별처럼 매우 뜨겁고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사건이나 천체에서 나온다. 따라서 엑스선으로 관측하면 우주에서 일어나는 극적인 사건의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찬드라엑스선 망원경은 지난해 제임스웹우주망원경과 협력해 역대 가장 멀리 있는 블랙홀(빅뱅 후 4억7천만년 시점)를 찾아낸 것을 비롯해 2만5천개의 소중한 관측 데이터를 생산했다. 또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표된 논문은 1만편이 넘는다.

찬드라엑스선 망원경은 최근 나사가 예산 부족에 시달리면서 운영 자금 삭감 위기에 봉착했다. 나사는 노후화로 인해 예산 지원이 유지돼도 작동 기간은 10년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25주년을 맞아 공개된 사진들은 다른 우주망원경이나 지상 천체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을 배경으로 삼아 합성한 것이다. 나사가 공개한 25장의 사진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 전체 사진은 찬드라엑스선 관측소 웹사이트(https://chandra.harvard.edu/photo/2024/25th/)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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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0광년 거리에 있는 게성운은 ‘메시에 목록’의 첫번째 천체다. 메시에 목록은 18세기 프랑스 천문학자 샤를 메시에가 만든 110개의 천체 목록을 말한다.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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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성운, 메시에 목록의 첫번째 천체

6500광년 거리의 황소자리에 있는 게성운(M1)은 초신성 폭발이 남긴 가스와 먼지 구름이다. 가스와 먼지 구름이 밀집해 있는 성운은 별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우주의 보육원이다. M1은 18세기 프랑스 천문학자 샤를 메시에가 만든 110개의 천체 목록에서 맨앞에 수록돼 있는 천체라는 뜻이다.

초신성 폭발은 1054년에 목격됐다. 초신성은 태양 질량의 8배가 넘는 큰 별이 마지막 단계에서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밝게 빛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옛 중국 관측가들의 기록에 따르면 당시 대낮에 하늘에 객성이 나타나 약 한 달 동안 밝게 빛났다고 한다. 청자색과 흰색으로 표시된 게성운의 중심 부분이 찬드라엑스선 망원경이 촬영한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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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성운은 오리온별자리의 가운데 허리띠 아래쪽 검을 찬 자리에 위치해 있다.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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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성운, 가장 가까운 별 탄생 구역

1310광년 거리에 있는 오리온성운(M42)은 오리온별자리의 가운데 허리띠 아래쪽 검을 찬 자리에 위치해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 탄생 밀집 구역 가운데 하나로, 맨눈으로도 관측할 수 있는 크고 밝은 발광성운이다. 발광성운이란 주변에 있는 별에서 발산되는 에너지를 받아 스스로 빛을 내는 성운을 말한다.

크기가 24광년이나 되는 거대한 성운으로 오리온의 허리띠에 해당하는 3개의 별 바로 아래쪽에 있는 또 다른 3개 별 중 가운데에 있는 별이다. 자홍색으로 표시된 어린 별들에서는 강력한 엑스선이 방출된다. 따라서 찬드라엑스선 망원경을 이용하면 숱한 별들 사이에서 새로 태어난 별들을 쉽게 식별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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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0만광년 거리에 있는 ‘눈 은하’의 두 흰색 점이 마치 두 눈을 부릅뜬 것처럼 보인다.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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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은하, 충돌했다 다시 멀어진 두 은하

눈 은하(NGC 4435, 4438)는 처녀자리에 있는 2개의 은하를 합쳐서 가리키는 말이다. 지구로부터 5380만광년 거리에 있다. 광학망원경으로 보면 두 은하는 흰색 점으로 보인다. 이 모습이 마치 두 눈을 부릅뜬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눈 은하로 불린다.

엑스선으로 관측한 결과 왼쪽 아래의 NGC 4438은하는 수백만도에 이르는 뜨거운 보라색 가스구름에 둘러싸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른쪽 위에 있는 NGC4435 은하도 얇은 보라색 가스구름에 둘러싸여 있다.

과학자들은 두 은하는 약 1억년 전에 충돌해 다시 멀어지기 전까지 서로 밀고 당기는 물질이동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여파로 NGC 4435는 다소 왜소해졌고, NGC 4438이 상대적으로 거대한 승리자의 모습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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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0광년 거리에 있는 독수리성운의 별 탄생 구역 ‘창조의 기둥’.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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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은하의 ‘창조의 기둥’과 은하 중심

독수리성운(M16)은 6500광년 거리의 뱀자리에 있다. 이 사진은 성운에서 ‘창조의 기둥’으로 알려진 별 탄생 구역이다. 회색 기둥을 둘러싸고 있는 흰색,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및 보라색 점들은 엑스선과 적외선을 방출하는 어린 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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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드라엑스선 망원경으로 본 우리 은하의 중심. 오른쪽 아래는 별 탄생 구역 궁수자리C.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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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6천광년 거리에 있는 우리 은하의 중심은 두터운 가스와 먼지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들여다보기 어렵다. 하지만 엑스선은 이를 관통해 우리 은하의 초대질량 블랙홀에서 나온 뜨거운 가스와 폭발의 흔적을 드러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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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같은 가스 구름에 둘러싸인 2만8천광년 거리의 볼프-레이에별.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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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단계에 진입한 ‘볼프-레이에 별’

2만8천광년 거리에 있는 볼프-레이에 별(WR 124)이다. 볼프-레이에 별은 별의 일생에서 최종 단계에 도달한 거대한 질량의 별을 가리킨다. 별은 질량이 클수록 수명이 짧다. 강력한 핵융합 반응으로 크게 부풀어 오른 외피층의 가스를 강력한 항성풍이 우주 저 너머로 날려보내면서 내핵이 드러났다. 보라색 점들은 찬드라가 엑스선으로 찾아낸 별이다. 초기 질량은 태양의 25배였지만 항성풍으로 질량을 잃어 지금은 태양 9배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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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만광년 거리에 있는 센타우루스A 은하. 블랙홀에서 우주로 물질을 분출하는 제트 현상이 포착됐다.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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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타우루스A 은하 중심 블랙홀의 제트 분출

1200만광년 거리에 있는 센타우루스A 은하의 중심에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다. 이 블랙홀은 엄청난 양의 입자를 우주로 내보내는데, 이 장면을 찬드라엑스선 망원경이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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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신성 잔해 카시오페이아A의 빛이 지구에 당도한 때는 340년 전이다.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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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오페이아A, 찬드라가 처음 관찰한 천체

카시오페이아A는 1만1천광년 거리에 있는 초신성 잔해다. 찬드라엑스선 망원경이 처음으로 관찰한 천체 가운데 하나다.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낸 빛은 340년 전 처음으로 지구에 도착했다. 우리 은하에서 폭발한 초신성 가운데 가장 최근에 생긴 잔해다. 찬드라가 엑스선으로 포착한 것은 파란색 고리다. 이는 폭발한 별의 잔해와 충격파이다.

카시오페이아A 잔해를 만든 별은 애초엔 질량이 태양의 16배였으나 초신성 폭발 직전엔 태양의 약 5배 크기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2017년 찬드라엑스선망원경 관측을 통해 초신성 폭발이 만든 원소들을 확인했다. 이에 따르면 초신성은 지구 질량의 1만배에 이르는 황, 2만배에 이르는 규소(실리콘), 7만배에 이르는 철, 100만배에 이르는 산소를 우주에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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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드라엑스선 망원경은 목성에서도 지구와 같은 오로라 현상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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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드라 눈에 포착된 목성의 오로라

찬드라엑스선 망원경이 먼 우주만 관측한 건 아니다. 찬드라 카메라는 2000년 12월18일 태양계로 방향을 돌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가스행성 목성에 초점을 맞췄다. 거의 10시간 동안 목성을 관찰하면서 목성의 극지에서 오로라(보라색)를 포착했다. 오로라는 우주에서 날아온 고에너지 입자가 천체의 자기장을 따라 흐르다 대기권의 입자와 충돌하면서 빛을 내는 현상을 말한다. 목성의 자기장이 지구보다 훨씬 강력한 만큼 목성의 오로라도 지구보다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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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신성 1987A는 16만8천광년 거리에 있지만 맨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빛을 내뿜었다.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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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만에 가장 밝은 초신성 ‘1987A’

16만8천광년 거리의 대마젤란은하에 있는 초신성 1987A는 1987년 2월23일 폭발하는 모습이 처음 관측될 때 맨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빛을 내뿜었다.

17세기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리 은하에서 케플러 초신성을 발견한 이후 지난 400년 동안 관측된 것 중 가장 가깝고 가장 밝은 초신성이다.

초신성은 폭발 후 핵에 있는 원자핵과 전자가 중력붕괴의 힘에 의해 중성자로 바뀌면서 중성자별이 된다. 중성자별의 밀도는 티스푼 하나 크기의 무게가 10억톤에 이른다. 올해 초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중성자별의 존재를 확인했다.

찬드라가 관측한 것은 붕괴된 핵 주위의 분홍색, 보라색 고리다. 이는 별이 초신성이 되기 수만년 전에 분출된 물질이다. 초신성 폭발로 인한 충격파가 이 고리에 부딪혀 엑스선을 방출하면서 찬드라에 포착됐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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