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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혼돈의 美대선, 국내 제약업계 득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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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민주, 약가인하 한목소리…세부내용서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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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선거후보(왼쪽)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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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에 국내 제약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으로 의약품 정책변화에 따른 파급력이 커서다. 공화당과 민주당 대선후보는 약가인하, 대중정책 등에서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모두 약가인하에 적극적인 면모를 보여왔다. 미국은 의료비가 가장 비싼 국가 중 하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15%(2022년 기준)에 달할 만큼 국민들의 부담이 크다.

트럼프는 지난 2020년 대통령 재임 당시 미국의 약가가 모든 나라 중에서 가장 낮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약가인하 행정명령에 서명한 적이 있다. 당시 트럼프는 미국의 약가를 현행 대비 50% 이상 낮출 수 있다고 밝히면서 제약업계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해리스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약가인하 정책을 담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서명하는 것을 지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법안에 따라 지난해 8월 미국의 공공보험인 메디케어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지출액이 큰 의약품 10개를 선정해 약가인하 절차에 돌입했다.

최근 공화당과 민주당은 처방약급여관리회사(PBM)를 높은 약가의 주범으로 보고 압박하고 있다. 양당 위원으로 구성된 미 하원 감독위원회는 지난 3월부터 대형 PBM사를 조사하고 있다. 제약사와 보험사를 중개하는 PBM의 역할이 줄어들면 제약사 간의 직접적인 가격경쟁이 이뤄져 약가가 낮아질 수 있다.

양당의 일관된 약가인하 기조는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앞세워 미국시장을 공략하려는 국내 제약업계에 긍정적인 소식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약효와 안전성 등이 같은데 가격은 더 낮아 정부와 환자의 의료비 부담완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의약품접근성협회(AAM)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가 미국서 처음 승인된 2015년 이후 지난 2022년까지 바이오시밀러 사용으로 미국에서 총 236억달러(32조6600억원)의 의료비용이 절감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는 승인 제품 수가 늘면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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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는 당선 이후 대중 강경기조를 나란히 이어갈 것으로도 예측된다. 현재 미 의회는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주로 중국계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의 미국 시장진출을 제안하는 내용의 생물보안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국내 CDMO사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두 후보는 약가인하, 대중정책 등에서는 이처럼 같은 방향성을 보이고 있지만 세부적인 정책을 들여다보면 차이가 선명하다.

트럼프는 최근 유세과정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통과한 IRA 폐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IRA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제약사를 압박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법안이 폐기되면 약가인하의 강도가 지금보다 약화될 수 있다.

특히 IRA는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장려하는 인센티브 정책도 담겨 있어 국내 기업들의 미국 시장침투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

트럼프의 경우 대중 강경기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국 중심주의적 입장을 의약품 정책에 반영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지난 2020년에도 미국에서 제조한 필수의약품만을 구매하도록 강구하는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을 제정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이같은 기조가 강화된다면 국내보다는 미국 현지에 의약품 생산공장을 둔 기업이 생물보안법에 따른 반사이익을 더 크게 볼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에 공장을 둔 CDMO사로는 차바이오텍, SK팜테코, 롯데바이오로직스 등이 있다.

해리스는 트럼프와 같이 공보험인 메디케어의 보장범위를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특히 여성과 산모의 의료권리 확대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리스는 이달 미국 내 병원이 산모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연방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도 했다.

산모를 대상으로 한 의료지원이 강화되면 국내에서는 차병원그룹과 GC녹십자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병원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종합병원인 '할리우드 차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GC녹십자는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처방되는 면역글로불린 제제 '알리글로'를 최근 미국에 출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의약품 정책이 나오지 않은 만큼 국내 제약업계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김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산업의 변화는 장기간에 걸쳐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과거 트럼프 행정부의 헬스케어 정책은 당내 이견을 조율하지 못한 것과 여론 악화로 실패한 적이 있는 만큼 섣부른 결론보다는 산업 펀더멘털의 개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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