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대금 미지급 사태로 티몬 사옥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피해자들. 심우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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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산 당신들 잘못이다” “직원들 월급 줘야 한다”
‘판매대금 미지급 사태’로 현장 환불에 나선 티몬이 27일 새벽 돌연 환불 절차를 중단하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사옥을 찾은 피해자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티몬 쪽이 회사 운영비용에 써야 한다며 당초 약속했던 ‘30억 환불 자금’ 중 10억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거부한 것인데 피해자들은 이대로 떠나면 끝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쪽잠까지 자가며 버티고 있어 좀처럼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27일 오전 티몬 신사옥 지하 1층에 위치한 사무실은 결제금액을 돌려받기 위해 꼬박 밤을 새운 200여명의 피해자로 가득 찼다.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이 전날 자정께 “대략 260명 정도 (환불금이) 지급됐다. 현재까지 환불 총액은 대략 10억원 내외로, 나머지 잔액 19억 원을 지급하려 했지만 최종 부결된 상황”이라고 밝히면서 수천명의 피해자 가운데 다수가 귀가한 가운데 일부는 사무실에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앞서 150∼200여명의 피해자를 상대로 현장 환불이 이뤄졌던 만큼, 피해자들은 환불 절차가 재개될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쉽사리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전날 무더운 날씨를 버티며 사옥 밖에서 한나절 넘게 줄을 섰던 피해자들은 “밖에 나가면 다시는 못 들어온다”며 버티고 있다. 티몬 사무실은 피해자들이 쪽잠을 자기 위해 가져다 놓은 돗자리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등 난민 캠프를 방불케 했다. 사무실 한쪽에서 쭈그려 쪽잠을 자는 피해자들도 여럿 있었다.
전날 오후 연차를 쓰고 티몬 사옥을 찾은 박아무개(47)씨도 그 중 한명이다. 박씨는 1000만원 상당의 베트남 푸꾸옥 가족여행 상품을 티몬에서 현금으로 구매했다가 졸지에 날벼락을 맞았다. 박씨는 “밖으로 나가면 그 돈 버리는 거나 다름없다. 다시 못 들어올 수도 있다”며 “여행사에서는 티몬에서 돈을 못 받았다며 사실상 이중결제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막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 피해자는 “지하 사무실에 있느라 3일간 햇볕을 못 봤다”며 “3일 전 먹은 국밥이 마지막 식사였다”고 말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티몬 쪽 직원이 안 그래도 낙담한 피해자들에게 막말에 가까운 언사를 하면서 분노를 키웠다고 입을 모았다. 튀르키예 여행 상품 결제로 2000만원을 떼일 위기에 처한 김아무개(44)씨는 “나머지 20억은 왜 환불 자금으로 쓰지 못하냐고 물었더니, ‘직원들 월급 줘야 돼서 더이상 지급하면 안 된다, 환불 못 해준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상품을 왜 샀느냐, 상품을 산 너네들이 잘못’이라는 식으로 얘기했다. 사람들이 반발하니 ‘이러니까 내가 도와주기 싫어’라는 말까지 나왔는데 기가 막힌다”고 했다. 또다른 피해자는 “티몬 직원들이 욕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권 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직원 월급 때문에 (환불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라며 “내부적으로 자금 흐름이 꼬여서 그런 것이고. 해당 자금이 급여에 사용될 부분이긴 하다. 류광진 대표의 첫번째 원칙 중 하나가 직원 임금 확보”라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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