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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르포] 티몬, 주먹구구식 환불에 현장 아수라장..."구영배는 어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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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슬기 기자]
디지털투데이

26일 정오에 가까운 시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신사옥에는 피해자 수천명이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손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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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26일 11시 30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신사옥에는 환불 신청을 위해 모인 피해자 수천명과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출동한 경찰들, 상황을 취재하는 인원 등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굳은 표정으로 대기열을 지키고 있는 피해자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기자가 만난 인원만 해도 피해액은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300만원까지. 일행에게 "어떻게 할 지를 모르겠어"라며 눈물을 보이는 앳된 얼굴과 "구영배랑 티몬 대표는 어딨냐"라며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혼잡한 가운데 줄을 서보니 피해자들은 도착 순서대로 A4용지에 대기번호, 이름, 휴대폰 뒷 4자리를 적고 있었다. 알고보니 이 종이가 대기표 역할을 했다. 티몬 직원을 대면해야 환불신청을 할 수 있어 한정된 인원만 건물 내부 출입이 가능했던 것. 때문에 출입문에 가까운 인원들이 다음 들어갈 번호를 호명해주는 방식으로 순서를 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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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 대금 정산에서도 재차 말을 바꿨던 티몬은 현장 환불 과정에서도 주먹구구식 처리로 대기자들을 지치게 했다. 당초 티몬은 온라인으로 환불정보를 적도록 QR코드를 출력해 건물 벽에 붙여 뒀지만, 개인정보 피싱 등 문제가 제기되자 이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9시 30분 현장에 도착했다는 A씨는 "티몬 관계자가 10시 20분쯤 나왔다가 (피해자들이 작성한) 대기정보를 들고 들어간 뒤로 소식이 없다"라며 "QR로 접수하다 지금 밝혀진 바로는 개인정보를 노린 사기라는 소문이 돌아 그게 중지된 후로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티몬의 현장 지침 공백 속에도 피해자들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입장 방법을 몰라 난처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 단체 메신저방을 만들어 환불 상황을 공유하고, 무더위에 지친 대기자들을 위해 자비로 구매한 가림막 수십개를 나눠주기도 했다.

가림막을 나눠주던 B씨는 기증하는 거냐는 질문에 "새벽부터 다들 고생하는 것 같아서(준비했다) 이따 오후되면 여기까지 다 땡볕이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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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티몬 신사옥 앞에서 대기자들에게 가림막을 나눠주는 한 시민 [사진: 손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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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명의 인원이 밀집해 있다 보니 혼잡 사고도 우려됐다. 현장에는 인근 강남서와 서울청 산하 6기동대 등 경찰 인력 수십명이 출동해 현장을 통솔했다. 일부 경찰들은 건물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는 피해자들을 대신해 티몬 관계자에게 대기정보를 전달해 주기도 했다.

무더위에 대기줄을 이탈하는 인원도 속속 발생했다. 대부분 QR코드로 환불정보를 남기고, 대기정보를 수기로 적기도 한 인원들이었다. 건물 안으로 입장이 늦어지자 인근 카페나 음식점 등에서 출입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2시 30분. 작성된 대기번호는 2400번대, 직원을 만나 환불정보를 남긴 인원은 600번대, 계좌로 환불을 받은 인원은 190번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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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티몬 신사옥 앞에 먼저 도착한 피해자들은 메신저 단체방을 만들어 환불 상황을 공유하기도 했다. 사진은 메신저 입장을 위해 비밀번호 입력을 기다리는 피해자들 [사진: 손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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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사이에선 결제 방법에 따라 다른 환불 대책이 다른데 따른 불만이 새나왔다. 신용카드 결제가 아닌 체크(직불)카드, 간편결제(페이), 휴대폰 결제, 실시간계좌이체, 티몬 캐시 등에 대한 환불 방법은 현재로썬 뚜렷히 제시된 해결책이 없었다.

C씨는 "PG사 문제도 있다. 티몬에 지급되는 현금을 막아야지 (고객들) 전자취소를 못하게 하니 현장으로 몰리는 거 아니냐"라며 "체크카드로 결제한 건 어떻게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여신금융협회는 카드업계를 대표해 공식입장을 발표하고 "관계법령 및 약관 등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신속하게 민원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신용카드로 이용대금 이의제기 절차를 통해 결제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인데, 해당 절차에 들어가면 금융기관 검토, 금융감독원 보고순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티몬으로 지급정지, 거래제한 등을 할 수 있지만 2주가 넘는 대기시간은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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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이날 새벽부터 티몬 신사옥 앞을 지킨 피해자들 중 건물 내부로 들어가 환불신청에 성공한 이들은 오후 4시까지 200명 남짓이었다 [사진: 손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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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30분경 티몬 관계자가 밖으로 나와 현장접수 종료를 알렸다. 목소리가 작아 잘 들리지 않지만 "200명 정도 환불이 진행됐다" "(현재) 환불 가능한 금액은 20억원 정도"라는 내용이었다.

현장에 모인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날 티몬은 새벽 7시부터 현장 환불을 진행했다. 앞서 이날 새벽 1시에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소비자들에게 환불할 수 있는 규모는 30억원 수준"이라 밝힌 바 있다. 결국 8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200여명 만이 돈을 되찾았다.

오후 4시 40분. 티몬 본사 앞에서 수기로 대기번호를 작성한 인원만 2500명을 넘어섰다.

한편 이후 티몬 관계자들은 환불 가능한 금액이 10억원 뿐이라며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고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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