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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셀럽 따라 나도…디토 소비에 눈뜨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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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일으키는 ‘깜짝 유행’


#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20대 대학생 이 모 씨(20)는 지난 7월 초 내내 CU 편의점을 돌아다녔다. 이유는 단 하나, 바로 CU에서 한정판으로 내놓은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을 찾기 위해서다. 두바이 초콜릿은 유명 틱톡커가 올린 시식 영상이 화제를 모으면서 인기가 급상승한 디저트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고, 국내에서도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을 통해 상륙했다. SNS를 통해 두바이 초콜릿을 접한 이 씨는 직접 만들어 먹을 정도로 ‘마니아’가 됐다. 마침 CU에서 두바이 초콜릿을 내놓는다는 소식을 접하자, 먹어보자는 생각에 바로 구매를 시도했다. 그러나 한정 상품으로 나온 탓에 매물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 이 씨는 평소에 쓰지 않던 편의점 앱까지 깔았다. 앱에 접속, 일일이 재고를 조회하며 매장을 찾아 헤맸다. 결국 5개의 매장을 뒤진 끝에 하나를 간신히 구할 수 있었다. 이 씨는 “원조 두바이 초콜릿과 차이가 큰 제품이지만, 이렇게라도 느낌을 낼 수 있는 게 어딘가. 진짜 두바이 초콜릿이 국내에 들어온다면, 그때 꼭 사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통가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디토(Ditto) 소비’다. 디토 소비란 ‘마찬가지’를 뜻하는 라틴어 ‘Ditto’와 소비의 합성어다.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의 제안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습관을 의미한다. SNS에 익숙한 Z세대가 소비 시장에 진입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트렌드다. 일반적인 ‘유행 소비’와도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 사회 전체적으로 인기를 끄는 제품을 사는 것이 유행 소비라면, 디토 소비는 철저히 인플루언서와 유명인이 쓰는 상품만 사는 행위다.

디토 소비는 특징이 2가지다.

우선 주기가 짧다. SNS를 중심으로 유행이 이뤄지는 탓이다. SNS를 중심으로 순식간에 유행했다가 사라진다. 디토 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유행을 탄 상품 대부분이 1년 이내에 인기가 사그라든다. 다음으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만 활발하다. SNS에 익숙한 1990년대생 이후 세대에게 익숙한 개념이다. 인플루언서 영향을 받지 않는 30대 후반부터는 찾아보기 힘든 소비 행태다.

매경이코노미

CU는 올해 대거 유입이 예상되는 해외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글로벌 크리에이터들과 콘텐츠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역시 ‘디토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CU 제공) GS25는 디토 소비 열풍에 힘입어 ‘점보라면 시리즈’ 흥행을 성공시켰다. 점보 시리즈의 누적 판매량은 400만개에 달한다. (GS리테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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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로 퍼지는 디토 소비 열풍

최대 수혜주는 편의점·프랜차이즈

디토 소비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소비 행태로 떠오르자, 유통업계는 이에 맞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활발히 대응하는 업계는 편의점과 프랜차이즈업계다. 젊은 세대가 자주 활용하고, 유행에 맞춰 빠르게 상품을 내놓을 수 있어서다.

편의점 3사는 올해 ‘디토 소비’ 열풍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보는 중이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점보 시리즈를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2023년 5월 내놓은 ‘점보도시락’이 최초다. 팔도도시락 상품을 8.5배 키운 대용량 컵라면이다. 5만개 한정 수량이 3일 만에 모두 팔려 나갔다. 당초 이벤트성 상품으로 기획됐으나, 인터넷에서 ‘점보도시락’ 먹방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찾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정식 상품으로 전환했다. 점보도시락 인기에 힘입어 GS리테일은 공간춘, 오모리 점보도시락, 틈새비김면, 세숫대야냉면 등 점보 시리즈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해당 시리즈 누적 판매량은 400만개에 달한다. 먹방 등 관련 콘텐츠 누적 조회 수는 3억뷰를 넘겼다.

CU는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으로 재미를 봤다. SNS상에서 ‘두바이 초콜릿’이 인기를 끌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제품이다. 두바이 초콜릿은 초콜릿 안에 피스타치오 스프레드와 중동식 소면 카다이프를 넣어 만든 디저트다. 국내에 정식 상품이 수입되지 않았지만, 유튜브와 틱톡을 중심으로 소비자 스스로 제조법을 퍼 나를 정도로 화제를 모은 상품이다. CU는 국내 제조 업체와 협력해 두바이 초콜릿과 비슷한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을 7월 6일 공개했다. 크기 대비 비싼 가격에도 초도 물량 20만개가 모두 소진됐다. 열풍의 위력을 체험한 CU는 7월 17일 ‘두바이식 초코쿠키’를 선보이며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가격으로 차별화를 줬다. 바로 ‘천원 맥주’다. 올해 4월 스페인 최대 맥주 제조사인 ‘Dam(담)’그룹에서 생산하는 필스너 계열의 ‘버지미스터(500㎖)’를 4캔 4000원에 판매했다. 기존 판매 물량의 10배 가까운 20만캔을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를 시작한 지 단 5일 만에 모두 완판되며 점포 곳곳에서 천원 맥주 품절 사태가 이어졌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에서도 후기와 인증샷이 쏟아질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4월에 이어 6월에도 덴마크의 ‘프라가 프레시(PRAGA FRESH)’를 4캔 4000원에 판매했다. 5일 만에 재고를 모두 소진하며 빠르게 완판했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디토 소비 유행을 탄 상품을 중심으로 창업이 활발하다. 지난해까지 디저트계 절대 강자였던 ‘탕후루’를 몰아낸 ‘요아정’이 대표적이다. 요아정은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의 줄임말.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주력으로 하는 프랜차이즈다. 요아정은 전형적인 ‘디토 소비’에 힘입어 떠오른 브랜드다. 가수 강민경과 인기 유튜버 입짧은햇님 등이 자기만의 레시피로 요아정을 주문해 먹는 모습이 인기를 끈 게 시초였다. 요아정을 키워드로 만든 영상 조회 수가 잘 나온다는 사실을 인지한 다른 유튜버가 너도나도 요아정 먹방을 찍으며 인기가 확대 재생산됐다. 동시에 매장 수는 급증했다. 2021년 99개였던 요아정 가맹점은 지난해 166개로 늘었다. 홀에 기반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카페요아정’ 역시 지난해 점포가 15개다. 요즘 창업 열풍은 더 뜨겁다. 올해 6월 기준 전국 요아정 매장은 350개가 넘는다. 최근 6개월 새 200개 가까운 점포가 문을 열었다.

디토 소비 열풍 지속될 테지만

창업 시에는 반드시 유의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디토 소비’ 열풍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 본다. SNS가 미치는 파급력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인플루언서 영향을 강하게 받는 Z세대가 소비 주력으로 존재하는 한,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 ‘SNS 화제 = 흥행’의 공식은 지속되리라 본다. 회사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이리오너라(구독자 103만)’, 인스타그램(팔로어 81.3만) 등 SNS 채널을 통해서 고객 반응 조사를 실시간으로 진행하며 트렌드를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SNS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TV와 PC보다도 상품 노출이 쉽다. 스마트폰으로 물건 구매까지 쉽게 연결된다. SNS 사용이 활발한 Z세대가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른 만큼 디토 소비 열풍은 앞으로도 일정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장밋빛 미래만 펼쳐져 있지는 않다. 특히 프랜차이즈업계에선 ‘디토 소비 열풍’에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형 유통 업체는 유행에 맞춰 물건을 생산하고 재고만 소진하면 끝이다. 반면, 자영업자는 다르다. 제품 인기만 믿고 창업했다 유행이 끝난 뒤 폐업하는 가게가 부지기수다. 대왕카스테라, 생과일주스, 탕후루 등 아이템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유행의 정점에 올랐던 탕후루의 경우 올해 들어 폐업하는 가게가 속출하고 있다. 탕후루 업종 중 폐업한 가게는 2023년 72곳에서 2024년 190곳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개방 통계를 분석한 결과 탕후루 가게는 하루 평균 2개꼴로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SNS를 타는 유행은 금세 사그라든다. 단기에 빠르게 수익을 얻으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주력 창업 아이템으로 유행 상품을 선택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다고 귀뜸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9호 (2024.07.24~2024.07.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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