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은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대한민국 입법부가 오랜 토론을 통해 결정한 사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신중히 해 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발언했다.

우 의장은 30일 오전 국회 본회의 산회를 선포하기 전 "5박 6일 동안 본회의를 열고 무제한 토론을 거쳐서 4건의 개정법률안을 가결했다"며 "개정법률안 4건은 현시점에서 법이 정한 절차를 따른 국회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무겁게 인식해주길 바란다"며 "대통령실이 입법부 수장의 (중재안) 제안마저 거부하는데 다른 어디에서 갈등을 중재하려 나설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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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이날 오전 여당 의원이 퇴장한 가운데 EBS법 개정안을 재석의원 189석 중 찬성 189표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을 포함한 이른바 '방송 4법'이 모두 국회에서 통과됐다. 앞서 우 의장은 법안 상정을 반대한 여당에 '방송4법 협의를 위한 범국민협의체'를 구성해 합의안을 도출하자고 제안했지만, 여당 반대로 무산됐다. 우 의장은 이와 관련해 "여당은 상정하지 말라는 요구만 반복할 뿐 어떤 대안도 없었다"고 했다.

우 의장은 "삼권분립 대통령제에서 권한은 대통령에 집중돼있는데, 권한이 큰 쪽이 여지를 주지 않으면 대화와 타협의 공간은 닫힌다"며 "대통령이 야당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민심을 이기는 어떤 정치도 없다"며 "민심을 좇으려면 국민이 선택한 국회를 통해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용기와 결단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립은 몰가치가 아니고 국회의장은 단순한 사회자가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국회의장은 여당의 편도, 야당의 편도 아닌 오직 국민의 편"이라며 "국민의 뜻을 새겨 22대 국회를 구성한 민심이라는 기준으로 국회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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