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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큐텐 정산 지연파장]'수직 통솔 지배구조' 구영배, 국내서 '1700억' 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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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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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판매대금 돌려막기 사태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큐텐 그룹이 국내 계열사와 자회사에서 본사 소재지인 싱가포르로 유출한 돈이 17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잇단 투자유치를 통해 기형적 지분구조를 만들었기에 이와 같은 자금 유출이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지난해 말까지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큐텐테크놀로지를 통해 약 1700억원 가량을 흡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 별로는 큐익스프레스한국지사가 싱가포르 큐익스프레스에 1168억원을, 인터파크커머스·위메프는 싱가포르 큐텐에 각각 280억, 131억원을, 큐텐테크놀로지는 싱가포르 큐브네트워크에 96억원을 각각 대여 형태로 송금했다.

동기간 국내 큐텐 자회사와 계열사끼리도 돈을 주고받았다. 지난해 말 기준 위메프에서 티몬으로 250억원, 인터파크커머스에서 큐텐테크놀로지에 215억원, 큐텐테크놀로지에서 큐텐으로 102억원, 위메프에서 큐익스프레스로 20억원 등 모두 587억원이 대여됐다.

정산 지연으로 '티메프 사태'를 촉발한 상품 판매 대금도 이렇게 새어 나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구영배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위시 인수 자금 중 400억원은 티몬·위메프 판매 대금 아니냐"는 질문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인정했다. 큐텐 그룹은 지난 2월 2300억원에 위시를 인수했다.

구 대표는 싱가포르 큐텐 법인을 통해서 국내외에 위치한 복수의 법인을 수직 통솔하는 지배구조를 수립했다. 특히 주요 계열사인 위메프와 큐익스프레스 등의 지분관계가 수년간에 걸쳐 변화하며 현재는 지분구조가 각 주주간 이해관계에 따라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태다. 잇단 투자유치를 통해 계열사 지분구조를 촘촘하게 엮은 것.

구 대표가 최대 주주로 있는 큐텐은 국내에서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AK몰, 큐텐테크놀로지, 큐텐코리아 등을 직간접으로 보유하고 있다. 위메프는 싱가포르 큐텐이 위메프 지분 43.2%를 직접 보유하는 동시에 싱가포르 큐텐이 지배하는 국내법인 큐텐코리아 또한 위메프 지분 29%를 별도로 들고 있다. 아울러 싱가포르 큐익스프레스는 싱가포르 큐텐이 지분 65.9%를 보유한 반면 구 대표 개인도 별도로 해당 회사의 지분을 29.4% 확보하고 있다.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의 지분을 판 기업들은 현금 대신 큐텐 혹은 큐익스프레스의 지분을 받거나 이를 담보로 잡았다. 구 대표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투자사를 초청하면서 현금 혹은 인수금융을 활용하기 보다는 상호 지분을 바꿔 주주구성에 변화를 꾀했다. 큐익스프레스는 쇼핑몰 상품 배송을 위해 설립한 물류회사다.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3852원)를 목표로 올해 안에 상장할 계획이었다. 큐익스프레스의 기업공개(IPO)를 긍정적으로 전망했기 때문에 나스닥 상장 이후 자금을 받겠다는 계획이었다.

티몬 지분을 큐텐에 매각한 것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과 앵커프라이빗에쿼티(앵커PE), 외국계 재무적투자자(FI)로 구성된 PSA컨소시엄(티몬글로벌)이다. 이들 투자사는 2015년 티몬에 3800억원 상당을 투자했다. KKR·앵커에쿼티·PSA컨소시엄이 재투자한 3050억원어치 티몬 지분에 대해서는 큐익스프레스 등 지분으로 교환했다. 큐텐이 티몬을 인수하기 직전 티몬 지분 중 82.74%는 KKR과 앵커PE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몬스터홀딩스'가, 나머지의 16.91%는 PSA컨소시엄이 보유했다.

지난해 위메프를 인수하면서도 비슷한 양상이 반복됐다. 원더홀딩스는 위메프 지분 86.2%를 큐텐·큐익스프레스 지분과 맞교환했다. 기존 주주이던 IMM인베스트먼트는 위메프 지분 4.8%를 넘기는 대신 큐텐의 주식매매대금 채권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 코스톤아시아는 큐텐에 투자하며 지분 대신 큐익스프레스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3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받았고, 넥슨의 지주사인 NXC도 티몬·위메프의 지분과 큐텐의 지분을 교환했다.

업계에서 구 대표의 특이한 이력이 이러한 지분 교환을 가능케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 대표는 1999년 지마켓을 설립한 후 2006년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그리고 2009년 이베이에 매각하는 등 벤처기업 성공신화로 이름을 떨쳤다. 이러한 경력이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높게 본 데는 영향이 있었다는 것.

인터파크커머스와 위시는 지분교환을 활용하지 않은 사례다. 지난해 야놀자는 자회사인 인터파크트리플이 갖고 있던 인터파크커머스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전체 매각대금은 1871억원이었지만 이 중 1656억원을 아직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야놀자는 큐텐 산하 물류회사인 큐익스프레스와 인터파크커머스의 주식을 담보로 잡은 상태다. 담보설정 금액은 2280억원이다.

큐텐이 모든 계열사의 지분을 비정상적으로 소유함에 따라 현재 각 회사 재무회계 칸막이가 정상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구 대표 등 경영진은 "판매대금 및 자금이 어디에 있느냐"는 정무위 위원들의 질의에 "각 계열사 내부에는 재무팀이 없으며 그룹 전반의 자금은 큐텐테크놀로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모른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큐텐그룹 미정산 사태의 열쇠를 쥔 인물은 이시준 큐텐 최고재무책임자(CFO·전무)와 김효종 큐텐테크놀로지 대표라는 주장이 나온다. 두 사람은 구영배 큐텐 대표 최측근이며 그룹 전반의 자금 흐름을 관리한 인물이다.

구영배 큐텐 대표와 티몬·위메프 경영진은 자금 흐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최대 1조원으로 추산되는 미정산금 행방을 파악하기 위해 이들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이 전무와 김 대표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장회사라 하더라도 규모를 갖춘 국내 법인이라면 그룹 계열 내 자금대여는 공시 사항이다. 해외법인을 통한 수직 지배하는 탓에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 위기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큐텐·큐익스프레스 지분을 교환한 기업들 역시 큰 피해를 당할 것으로 보인다. 큐익스프레스가 상장되지 않는다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된다. 사실상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효정 기자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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