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09 (월)

시진핑은 왜 닝보 출신 홍콩 기업인 애국심을 칭찬했을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국 내부 결속 다지기 일환…연일 이례적 행보

경향신문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서남부 항구도시 닝보에 연고가 있는 홍콩 기업인들에게 편지를 보내 애국심을 칭찬하고 중국식 현대화 작업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닝보 출신 홍콩 기업가 단체가 보낸 편지에 답장을 보내 이들이 조상 대대로 기업과 학교 설립, 기부 등으로 애국심과 가족애를 실천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답신에서 중국식 현대화를 통해 강국 건설과 민족 부흥의 대업을 전면적으로 추진하려면 중국 전체 인민이 단결해야 한다며 닝보 출신 홍콩 기업인들이 국가 개혁·개방에 계속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으로 이주한 닝보 상인 가문 기업인들은 앞서 시 주석에게 편지를 보내 “조상의 훌륭한 전통을 계승하고 국가발전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리카차오 전 홍콩 행정장관, 홍콩 해운계 거물인 파오웨콩의 장녀 파오푸이힝, 기업가 차오광피우의 장남 로널드 차오 등이 편지에 연명했다.

닝보(宁波)는 저장성의 항구도시로 옛날부터 상업이 발달했다. 닝보 상인들은 근대에 금융가·산업자본가로 변신해 중국 최초의 근대적 은행, 증권거래소, 보험회사와 패션 학교, 화장품, 식품 첨가물, 성냥, 비누 등 다양한 전문 공장을 설립했다.

닝보 출신 상인 네트워크인 ‘닝보방’ 역시 현대에도 살아남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시 주석은 2002~2007년 저장성 당 서기를 지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보기 드문 조치는 덩샤오핑 중국 중앙군사위 주석이 1984년 8월 1일 개혁·개방을 위해 닝보방을 동원하자고 촉구한 지 40주년에 진행됐다고 짚었다.

시 주석의 행보는 중국 경제가 지난 2분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을 한 가운데 중국 내부 결속 다지기의 일환으로 보인다.

사이먼 자오 홍콩 침례대학연합국제학원 교수는 홍콩 기업가들이 홍콩의 경제 상황에 대해 자신감을 잃어가는 시기에 편지 내용이 공개됐다며 편지는 “중앙정부가 그들을 걱정하고 있으니 홍콩에 남아 자신 있게 투자와 개발을 지속하라는 격려의 신호”라고 SCMP에 말했다. 광둥개혁협회의 펑펑 회장은 시진핑 주석이 하반기에 경제 개발을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시 주석은 지난달 26일 이뤄진 공산당 당외 인사 좌담회에서는 “발전하고 전환하는 과정이지만 (경제관련)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중국 경제가 처한 어려움 일부를 인정했다. 이 역시 이례적 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은 서방이 제기하는 중국경제 위기론에 경제 광명론으로 받아쳐 왔다.

시 주석의 연일 이례적인 행보는 최근 경제 상황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표적 민간 경기전망 지표인 차이신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지난 7월 49.8로 집계돼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 만에 50 아래로 내려갔다.

PMI는 기업이 구매관리자들에게 향후 경기전망을 물어 집계한 지표다.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하는 PMI에 비해 차이신 PMI는 중견중소기업 표본이 많아 기저 상황을 보다 잘 반영한다는 평을 받는다. 50 이상이면 경기확장, 이하면 수축국면을 의미한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기대 못 미친 데 이어 7월 민간 경기전망도 나쁘게 나온 것이다.

중국은 최근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세컨드 토마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에 보급을 허용했다. 경제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동·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갈등·대립이 고조되고 미국이 개입 의지를 보이는 상황에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 있다.

시 주석은 건군절(8월 1일) 전날인 지난달 31일 공산당 중앙정치국의 집단 학습회에서 “인민해방군 내 공산당 건설을 강화해 군의 총대가 당 지휘에 복종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론적 발언이지만 군의 기강 다잡기용 발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 주석은 이날 국경 방어체계 구축도 당부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5·18 성폭력 아카이브’ 16명의 증언을 모두 확인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