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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뭉친 영화계... 극장과 정부가 응답해야 한다 [라제기의 슛 & 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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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 출범식에서 영화인들이 출범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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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가 공식 출범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한국영화감독조합(DGK),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SGK),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여성영화인모임, 전국독립영화전용관네트워크 등 국내 18개 영화 단체가 참여했다. 합류 단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영화인연대 출범으로 영화계가 한목소리를 낼 통로가 마련됐다.

영화인연대 출범은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한국 영화계는 최근 총체적 위기에 몰려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극장 관객은 줄었다.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극장 관객을 빼앗기고 있으나 OTT로는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다. 글로벌 OTT 부상으로 스타 배우 몸값은 올라 제작비 상승 압박을 겪고 있다. 흥행 양극화 속에 작은 영화는 더 살아남기 어려운 시장이 되고 있기도 하다. 독립영화 지원 예산은 급감해 미래 영화인력 양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영화인연대는 불공정 환경 개선과 독립영화 지원금 복원을 요구할 예정이다. 스크린 독과점과 관람료 수익 정산 투명화 문제를 두고 멀티플렉스 3사(CGV와 롯데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와 힘겨루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 독립영화 지원금을 되돌려 놓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 목청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 독과점은 국내 극장가의 고질이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영화 선진국’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만의 후진적 현상이다. 특정 영화가 전국 상영관을 과도하게 차지하며 하루 상영횟수 대부분을 가져가는 일은 오래전부터 비판의 대상이었다. 큰 영화와 작은 영화가 조화롭게 상영되며 전체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코로나19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으나 호황에 묻혔다. 극장이 불황을 겪으며 흥행 양극화가 심해지자 ‘될 영화 몰아주기’는 더욱 심해졌다. 극장을 포함해 영화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을 위해선 독과점 상황을 해소할 ‘공정거래’가 필요하다.

관람료 수익 정산 투명화는 최근 불거진 이슈다. 지난 3년 사이 영화 관람료는 3,000원이 올랐으나 관객 1인당 수익 정산액은 오히려 줄었다. 멀티플렉스 3사는 카드사와 통신사 제휴 할인에 따른 결과라고 항변하나 상세 내역이 비공개인 상황에선 불신만 쌓일 수밖에 없다. 스크린 독과점과 수익 정산 투명화와 관련해 멀티플렉스 3사는 전향적인 태도로 영화인들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

독립영화는 영상산업의 풀뿌리다. 자생력이 있으면 좋으련만 아직 힘이 부친다. 그렇다고 마냥 정부 지원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독립영화 진영도 돈을 벌어 재투자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 지원금을 확 줄인다고 이뤄질 일은 절대 아니다. 문체부는 장기적으로 지원금을 줄인다고 해도 독립영화 진영이 살길을 모색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줘야 한다.

영화인연대 출범식은 일일 주점을 겸했다. 영화인 500명가량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직종의 영화인이 이렇게 많이 모인 적이 없다. 동종업계 사람들을 만나 불황 속에서 돌파구를 어떤 식으로든 찾고자 하는 절박함이 반영됐다. 멀티플렉스 3사와 정부가 적극 응답해야 하는 이유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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