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폭로자에 '대국민 사기극 피의자'
법원 "의뢰인 입장 대변…흔히 볼 수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9단독 이건희 판사는 초등학생 시절 기성용에게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한 A씨와 B씨가 기성용 측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했다.
고소인 조사받기 위해 서초경찰서 출석하는 기성용.[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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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기성용의 법률대리인이었던 송상엽 변호사가 낸 입장문에서 자신들을 '대국민 사기극 피의자' 등으로 표현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2021년 5월 2억원의 손배소를 제기했다.
송 변호사는 입장문에서 "그렇게 공인을 위한다는 피의자는 기성용에 대한 조사 후 두 달이 다 돼가도록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수사 기간의 출석 요구에 협조하지 않았다"며 "대국민 사기극 피의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공익을 위해' 성폭력을 폭로하는 큰 결심을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국민 사기극 피의자는 여전히 얼굴은 가리고 목소리는 변조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변호사의 입장문이 A씨와 B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지만, 법률대리인 업무의 일환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기성용의 입장은 성폭력을 가한 적이 없다며 원고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원고들에 대해 '대국민 사기극 피의자'라는 표현은 자극적이기는 하지만 의뢰인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성폭력 가해자로 지칭된 의뢰인을 그런 사실이 없다고 변호하는 입장에서 의뢰인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 주장을 거짓말이라고 반박하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A씨와 B씨는 지난 2021년 2월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하던 2000년 1~6월 기성용을 비롯한 선배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기성용은 "결코 그런 일이 없었다. 축구 인생을 걸고 말한다"는 입장을 낸 뒤 이들을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경찰은 지난해 8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이들에 대한 불송치를 결정했다. 당시 경찰은 기성용이 성폭력을 저질렀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관련 증거가 불충분한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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