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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해리스의 흑인 정체성 공격한 트럼프, 미국인들이 언짢은 이유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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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BJ 초청초론서 "흑인으로 변신" 발언

NYT "美 다문화사회 정면 공격한 셈"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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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그의 흑인 정체성이 ‘가짜’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 논란이 미국 사회에서 지속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12%가 이른바 ‘섞인 혈통’을 가진 다문화 사회인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정면 공격하는 발언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NYT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물론 공화당원들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인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용납할 수 없고 혐오스럽다”고 비난했다. 호건 전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거의 없는 메릴랜드에서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의 부인이 한국계인 만큼 그의 자녀들 역시 다문화 가정의 자녀라는 점이 그가 비판 목소리를 내는 것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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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7월 31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떠나기 위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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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로라 코츠 라이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문이었던 오마로사 매니골트 뉴먼과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체성도 마음대로 바꿨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뉴먼은 “트럼프는 자신의 책 ‘거래의 기술’에서 스스로를 스웨덴 사람이라고 밝혔다”며 ”왜냐하면 그는 아버지가 독일 사람이고 어머니가 아일랜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그것이 자신의 사업을 후원하는 사람들에게 더 잘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혈통과 인종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 그는 차이점을 알고 싶어하지 않고,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지에 대한 뉘앙스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스스로 원하는대로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고, 타인의 정체성을 인정할 줄 모른다는 뜻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지 못하는 부통령 러닝메이트 J.D 밴스 오하이오 상원의원은 그의 발언의 취지를 바꾸는 방식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의 정체성을 공격한 것을 그의 성격에 대한 비판으로 포장했다.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집회에서 밴스 의원은 “카말라 해리스는 자신의 앞에 있는 어떤 청중이든 만족시키는 가짜“라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의 부인은 인도계로, 그의 자녀 역시 다문화 가정 자녀다.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 니아 말리카 핸더슨은 “트럼프가 정말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인종주의가 정치에서 작동한다는 것이고, 흑인들의 불만을 자극하는 것이 백인들의 불만을 자극하는 것처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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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7월 3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주도인 해리스버그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3일 총격 사건 이후 처음으로 펜실베이니아를 방문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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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초청 토론에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그녀는 항상 인도계 혈통이라고만 홍보했다. 나는 몇 년 전까지, 그녀가 흑인으로 변신하기 전까지 그녀가 흑인인 줄 몰랐다“고 말해 비판을 샀다.

미국 등의 다문화 사회에서는 개인의 혈통 그 자체보다는 개인이 스스로를 어떤 정체성으로 인식하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미국인들이 성향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혈통을 가졌고, 다문화 전통이 뿌리 깊게 박힌 사회라는 점에서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의 파장이 한동안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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