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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TPD'가 뭐길래"…1조 규모 기술이전에 개발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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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단백질분해…질병 유발 단백질 분해·제거 신기술

오름, 美제약사에 1조3000억 규모 기술이전 계약 체결

유한양행, TPD 확보 '총력전'…기술도입·공동연구 나서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표적단백질분해(Targeted Protein Degradation·이하 TPD)가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차세대 기술로 부상하며, 국내외 기업들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TPD 시장은 아직 상용화된 신약이 없는 초기 단계이지만, 향후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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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구원이 연구실에서 작업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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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D는 인체 내 단백질 분해 경로를 활용해 질병 유발 단백질을 분해·제거하는 기술이다. 업계가 TPD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존 표적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기존 표적치료제는 질병 유발 단백질의 확장이나 기능을 억제하는 수준에 머물렀으나, TPD는 유도미사일처럼 암세포를 타깃으로 삼아 없애는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s·ADC) 기술과 비슷하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4일 시장조사업체 에이스애널리틱에 따르면 지난해 TPD 시장 규모는 4200만달러(한화 약 520억원)를 기록했고, 오는 2031년까지 26억5000만달러(한화 약 3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TPD 기술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오름테라퓨틱(이하 오름)이다. 회사는 지난달 18일 미국 제약사 버텍스 파마슈티컬스(Vertex Pharmaceuticals·이하 버텍스)에 자사의 '이중 정밀 표적단백질분해(Dual-Precision Targeted Protein Degradation·이하 TPD²)' 기술을 이전하는 등 다중 타깃 라이선스(Multi-target license) 및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다중 타깃 라이선스는 제약 분야에서 여러 질병에 대해 특정 기술이나 약물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계약을 의미한다.

버텍스는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세계 최초의 유전자 편집 치료제인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을 보유한 기업이다. 계약에 따라 버텍스는 오름의 TPD² 기술로 유전자 편집 치료제 처방 전 골수 환경을 최적화하는 전처치제를 발굴하기 위한 연구 권한을 부여받는다.

이로써 오름은 1500만 달러(약 207억원)의 선급금과 최대 3개 타깃에 대해 각각 최대 3억1000만 달러(한화 약 4200억원)의 추가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를 얻는다. 향후 3개 타킷 모두 개발·상업화에 성공하면 선급금 포함 1조3000억원 상당 마일스톤을 받는 셈이다. 상용화 이후 발생하는 순 매출에 대한 로열티도 지급된다.

유한양행은 기술 도입을 통해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초 유빅스테라퓨틱스(이하 유빅스)로부터 전립선암 치료제 후보물질 'UBX-103'을 최대 1500억원 규모로 도입했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은 UBX-103에 대한 임상시험 주도권과 개발·상업화에 대한 독점권을 획득했다.

UBX-103은 유빅스의 자체 TPD 기술인 '디그래듀서(Degraducer)'를 적용해 개발한 후보물질이다. 전립선암 환자에게 과발현·과활성화된 안드로겐 수용체(AR)를 분해하며 전립선암을 치료하는 기전을 지녔다. 비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물질은 전립선암을 앓고 있는 동물 모델에서 암 성장 억제 효능을 보였고, 변이된 안드로겐 수용체를 효과적으로 분해했다.

유한양행은 2년 전부터 TPD 기술에 집중해왔다. 지난 2022년 4월 바이오벤처 업테라와 TPD 신약 공동연구 계약을 맺은 바 있으며, 지난해 9월에는 TPD 기술을 보유한 사이러스테라퓨틱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UBX-103 도입 외에도 지난달 프레이저테라퓨틱스와 공동연구 관련 계약을 체결하는 등 TPD 기술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이오기업 제넥신의 경우, 지난 6월 이피디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이피디바이오)를 흡수합병해 TPD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피디바이오는 TPD 기술의 일종인 '프로탁(PROTAC)'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인데, 제넥신은 이번 합병을 통해 TPD 신약 파이프라인 강화에 나선다.

SK바이오팜도 지난해 6월 620억원 상당을 동원, 미국 기업 프로테오반트사이언스(현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 지분을 인수, 관련 신약을 개발 중이다. 다만 임상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은 아직 없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TPD 신약이 개발되면 난치병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분명히 가져올 것"이라며 "시장 규모도 크지 않아 향후 국내 대형 제약사들이 관련 기술 도입 등 계약을 잇달아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모두 공개되지 않았으나 관련 계약들이 맺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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