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1 (월)

계열사 자금 몰아주기 주시···숨은 비용 알렸는지도 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ETF 불건전 영업행위 점검

150조 시장 급성장···기관이 주도

경쟁 과열되면서 '짬짜미' 등 지적

목표분배율만 부각 커버드콜 문제

보수 내리며 다른비용에 전가 점검

당국 "중장기적 개선 방안 고민중"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자산운용업계 전반을 들여다보는 것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경쟁이 불건전 영업행위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전체 ETF의 순자산가치 총액은 2022년 말까지만 해도 78조 5000억 원 수준이었는데 2023년 말 121조 1000억 원, 올해 7월 말 156조 800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보다는 기관 주도로 늘었다.

정치권에서도 ETF 시장의 급성장 과정에서 그룹 계열사의 자금 몰아주기나 증권사와의 짬짜미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4일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삼성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자산운용의 대표 금리형 상품 ‘Kodex CD금리 액티브’와 ‘Kodex KOFR금리 액티브’ 규모는 각각 1조 4090억 원, 6850억 원 등 2조 940억 원에 이른다. 두 상품의 순자산 13조 723억 원의 16%가 계열사 물량으로 채워진 셈이다. 다만 그룹 차원에서 의사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계열사 ETF를 매수했다면 이를 제재할 근거는 마땅치 않다.

문제는 운용사가 증권사에 주식 주문을 내는 조건으로 금리형 ETF 등의 매수를 요청했을 가능성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금리형 ETF를 자금 파킹 용도로 활용하면서 운용사로부터 주식 매매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자산운용사도 ETF 순자산총액을 늘리는 식으로 증권사와 공생관계가 형성된다. 이 경우엔 자산운용사의 불건전 영업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금감원은 겉으로 보수 인하 경쟁 중인 자산운용사들이 이를 만회할 다른 수익원을 확보하고도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았는지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삼성자산운용이 지난 4월 미국 대표지수형 4종의 수수료를 0.05%에서 0.0099%로 대폭 인하한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뿐만 아니라 중소형 운용사까지 보수 인하 행렬에 합류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보수 인하 경쟁을 하는 건 투자자들에겐 이득인 측면도 있다”면서도 “보수를 내리면서 다른 수익원을 확보했다면 이를 확실히 공개하고 증권신고서에 정확히 기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운용사들은 숨은 비용에 대한 설명을 투자 설명서에 제대로 기재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커버드콜 ETF 가운데 합성형 상품은 기본 수수료를 제외하고 증권사에 별도로 지급해야 할 스와프 비용이 최대 4%에 이른다. 목표분배율이 8~10%라도 투자자들이 실제 손에 쥐는 건 4~5%에 그칠 수 있는 셈이다.

운용사들의 과도한 마케팅·영업 활동은 이미 제동이 걸렸다. 금감원은 커버드콜 ETF 종목명에 ‘목표분배율’이나 ‘프리미엄’ 등을 사용해 투자자 혼선을 야기한다며 소비자경보를 발령한 데 이어 앞으로는 종목명에 아예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이미 쓰고 있는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운용사 3곳과 기상장 ETF 명칭까지 변경할지도 논의 중이다.

커버드콜은 기초자산을 매수하는 동시에 콜옵션(매수청구권)을 매도해 배당 재원을 마련하는 전략이다. 운용사들이 안정적인 월 배당을 강조하면서 관련 상품을 쏟아내자 커버드콜 ETF 순자산은 지난해 말 7748억 원에서 6월 말 3조 7471억 원으로 383.6% 급증했다. 커버드콜 ETF는 기초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이 제한되고 가격 하락 시 옵션 프리미엄 이상 손실이 반영되는 비대칭적 구조지만 운용사들은 월 배당만 내세웠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금감원은 8월 중순까지 커버드콜 ETF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경쟁 과열로 인한 운용사들의 과도한 마케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 초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확정 발표되기 전부터 펀드 상품명이나 홍보사진 등에 ‘밸류업’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금감원이 이를 막은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기업 사회공헌 등 투자와 전혀 무관한 활동에도 밸류업을 붙이는 등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펀드시장이 갈수록 ETF에 편중돼 있고, 업계 경쟁도 치열하다 보니 여러 문제점이나 불합리한 부문이 발생하고 있다”며 “운용업계 전반적인 문제점이나 중장기적인 방향성을 놓고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송이라 기자 elalala@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