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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이것은 금융사인가, 유통사인가…알고도 당한 정부[티메프發 규제공백]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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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안에 금융 담은 '오픈마켓'…당국 울타리엔 '발만 걸친 격'

新 금융 모델 시시각각 등장해도…정부 조직·법은 '제자리 걸음'

뉴스1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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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근욱 박동해 기자 = 티몬·위메프는 e커머스 회사인가, 금융회사인가.

국회는 지난달 30일 열린 '티메프 사태' 긴급 현안 질의에서 금융감독원의 관리 미흡을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규제에 한계가 있다"고 항변하다 끝내 고개를 숙였다.

누군가는 이 장면을 보고 의아함을 느꼈을 테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회사에서 발생한 사고인데 금융사를 관리·감독하는 금감원에 책임을 묻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선 e커머스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티몬·위메프는 e커머스업자이자, 금융업자다. 온라인 거래가 벌어지는 플랫폼을 제공함과 동시에 거래 대금을 정산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금융 규제로 e커머스 회사를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한다. 우리 법체계가 산업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쿠팡·티몬·위메프, 2017년 나란히 '오픈마켓' 전환

온라인 거래를 의미하는 e커머스는 사업 형태에 따라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로 구분된다.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고객을 단순 연결시켜주는 시장 형태의 사이트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G마켓·11번가 등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소셜커머스는 회사가 상품을 직접 선별해 이벤트, 특가 판매를 벌이는 공동구매 형태다. 2010년 모바일 앱이 활성화된 후 쿠팡·티몬·위메프가 소셜커머스 형태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소셜커머스 3대장'으로 불린 쿠팡·티몬·위메프는 지난 2017년 나란히 오픈마켓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통업체들의 판매수수료율을 공개하는 등 유통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은 소셜커머스와 달리 단순히 판매를 중개하기 때문에 대규모유통업법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며 "국내 e커머스가 대부분 오픈마켓 형태로 귀결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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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왼쪽 두번째부터), 김소영 금융위부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관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4.7.3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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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 울타리로 들어왔지만 '발만 걸친 격'


티몬·위메프가 금융당국의 울타리에 진입한 것도 오픈마켓으로 전환하면서부터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플랫폼 업체가 결제대금 정산에 관여하는 경우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PG사)로 금융당국에 등록해야 한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PG사를 어디까지 관리할 수 있느냐다. 금감원은 은행·증권·보험사처럼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회사의 경영상태가 악화되면 강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PG사처럼 '등록'만 해도 되는 회사의 경우 강제성이 없는 협약(MOU)을 맺는 것이 전부다.

금융위 관계자는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는 PG업의 경우 금융당국의 모니터링을 통해 지급결제의 안정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차원"이라며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금융사와는 규제 수준이 다르므로 '금융사 잣대'를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감원은 티몬과 위메프의 경영 상황이 악화하자 지난 2022년 6월과, 2023년 12월 경영개선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티몬과 위메프는 약속한 경영 개선을 실천하지 않았지만 금감원이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 플랫폼 안에 금융…새 모델에도 '제자리 정부'

1990년대 인터넷의 등장, 2000년대 모바일의 등장으로 세계는 기존에는 없던 '온라인 세상'으로 재편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디지털 경제로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티메프 사태에 대해서도 법이 산업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규제 지체'를 핵심 원인으로 짚었다. 이어 규제 강화는 불가피하다면서도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과거 오프라인 중심이던 금융업이 '온라인' 중심으로 변한 만큼 금융당국의 조직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은 "소비자와 판매자의 돈이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면서 전통적인 카드사 대신 PG라는 새로운 사업모델이 등장했다"면서도 "다만 우리 법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소비자 보호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PG사들에 대한 감독 강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티몬·위메프 같은 오픈마켓을 유통사로 보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할지, 금융사로 보고 금융감독원이 관리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새로운 형태의 금융업을 기존 영역에 하나로 묶어버리면 감독이 불가피하게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신산업 금융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도록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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