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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단독] SKY 포함 명문대생 동아리, 마약 취해 집단 성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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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수도권 13개 대학 학생들이 포함된 수백 명 규모의 동아리에서 집단 마약 투약 및 유통, 집단 성관계를 벌인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 남수연)는 5일 마약법 위반 등 혐의로 이 동아리 회장 등 대학생 4명을 구속 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마약을 단순 투약한 대학생 8명에 대해선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연세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 재학 중인 30대 A씨는 2021년 이른바 ‘인싸(잘나가는 대학생)’들의 친목 동아리를 만들었다. ‘동아리에 자차 8대 이상 보유’ ‘고급 호텔·리조트 VIP 다수 보유’ 등 문구를 내걸고 회원을 모집했다. 회원이 되면 최고급 식당이나 뮤직 페스티벌 등을 무료 혹은 저가로 이용할 수 있다고 현혹도 했다. A씨가 올린 소셜미디어 ‘인증샷’에 일부 대학생들은 몰려들었다. A씨는 외모·학벌·집안 등을 기준으로 엄격한 면접까지 봤고, 얼마 되지 않아 회원 수는 300명이 넘었다. 비슷한 성격의 동아리 중 전국 둘째 규모로 성장했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A씨는 이듬해 12월부터 마약에 손을 댔다. 처음엔 친한 동아리 회원들과 술을 마시다가 액상 대마를 권하는 수준이었으나, 케타민·사일로사이빈(환각 버섯)·필로폰 등으로 점차 강도를 높여 나갔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호텔과 클럽, 놀이공원 등을 다니며 10여 차례 집단으로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는 남성 회원들을 특급 호텔 스위트룸에 초청해 유흥업소 종업원들과 함께 마약을 투약하고 집단 성관계를 가졌다고 한다. 일부 회원들과는 향정신성 의약품인 LSD를 기내 수하물에 숨겨 태국·제주 등지로 가져나가 투약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리 내에서 마약이 어느 정도 퍼진 뒤에는 대놓고 마약을 유통·판매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A씨와 동아리 임원들은 텔레그램 마약 업자에게서 ‘던지기’ 방식으로 마약을 개당 10만원 정도에 구매해 1개당 15만~20만원의 웃돈을 붙여 회원들에게 되팔았다. 작년 한 해에만 1200만원어치 마약을 가상 화폐로 구매했는데, 추적이 어려운 현금과 코인 등으로 거래돼 확인되지 않은 마약 규모는 더 많이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A씨는 작년 12월쯤 성탄절 무렵 한 호텔에서 여자 친구와 마약을 투약, 난동을 부리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앞서 그해 4월 여자 친구가 다른 남성 회원과 어울렸다는 이유로 와인병으로 수차례 폭행하고 성관계 장면을 촬영해 협박한 혐의(성폭력 처벌법 위반) 등도 받고 있다. 회원들은 검찰에서 “A씨가 마약 투약 장면을 촬영해 나중에 협박하거나, 소규모로 회원들을 분리해 정보 공유를 차단하는 수법으로 조직을 장악했다”고 진술했다.

회원 중에는 명문대생뿐 아니라 의대와 약대, 법학전문대학원 등을 준비 중인 학생들도 여럿 포함됐다고 한다. 이들은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를 임차해 OO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마약 아지트’를 운영했고, 법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고문 변호사도 고용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들이 동아리를 운영하며 회장단과 기획부·인사부·디자인부·회계부·홍보부 등 조직을 만들어 역할을 분배한 점, 오리엔테이션 등 조직 행사를 열고 일종의 규율을 만든 점 등을 고려해 범죄 단체 조직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다. 이 사건 피의자들은 마약 수사 대비 방법을 알려주는 소셜미디어 채널에 가입해 휴대폰 저장 자료 영구 삭제 방법, 모발 염색·탈색 방법, 피의자 신문 조사 모의 답변 등 수사 대비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대형 마약 조직이 대학가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작년 10월엔 홍익대·건국대·가천대 등에 ‘영감이 필요한가’라는 문구가 들어간 마약 홍보 전단이 뿌려졌는데, 배후에 마약 유통 조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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