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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방송통신위원회, '존재'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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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 이진숙 위원장과 김규태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2024.8.1/사진제공=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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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존재의 위기'가 도래했다. 이유는 정쟁이다. 어쩌면 16년 전 조직의 출발부터 내재했던 불안요소다. 방통위는 이명박 정부와 함께 공식 출범했지만, 노무현 정부 이전부터 기술 발전상을 고려해 △방송·통신을 아우르는 행정체계 구축 △대통령 직속 합의제 기구의 밑그림을 그렸다. 여야 모두 방통 융합의 필요성은 공감했지만, '5명 위원'의 구성을 두고 힘겨루기했다.

2007년 1월 방통위원 3명을 대통령이, 2명을 유관단체 추천을 받도록 했던 안에 보수야당이 반발하자 노무현 대통령은 "독립성이 의심된다면 이번 정부가 아닌 다음 정부에서 구성해도 된다"고 설득했다. 이듬해 3월 2명을 대통령이, 3명을 국회의장이 교섭단체와 협의해 선임하는 안이 나오자 정권을 내준 진보야권에선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통위 출범 당시 몸담았던 한 전직 관료는 "합의제 기구라고 했지만 여야 3대2 구도가 뚜렷했고, 정무적으로 이견이 첨예한 사안들을 다뤘기 때문에 실제 원활한 '합의'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여야를 대변하는 상임위원들이 날을 세우는 탓에 사무처 직원들로선 가시방석이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지금과는 달랐다. '방통대군'으로 불렸던 최시중 초대 위원장의 입김이 막강했던 데다 주요 안건을 종국에는 여권이 다수결로 밀어붙였지만, 적어도 "토론과 설득의 절차는 빠뜨리지 않았다"는 게 당시 방통위 인사들의 전언이다. 야권 역시 끝내 여권의 추진안을 비토하더라도, 사전에 내용을 파악하고 견제할 기회로 활용했다.

하지만 제도의 허점을 언제까지고 운용의 묘로 극복하기는 어렵다. 현 정부 들어 야당의 거듭된 탄핵 시도, 방통위원장의 자진사퇴 또는 직무정지가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8월 5기 방통위 임기 만료 이후로는 만 1년간 2인 체제가 이어졌는데, 1인이 탄핵되면 곧바로 방통위가 마비될 비정상적인 상황이 그대로다.

2인 체제 의결의 불완전성은 여야 모두 인식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서울고법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임명 관련 사건을 다루면서 "이 사건의 임명 처분은 단 2명의 위원들 심의·결정에 따라 이뤄져 (정치적 다양성을 위원 구성에 반영해서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달성하도록 한) 방통위법의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공영방송 이슈 외에도 방통위의 역할은 많다. 단말기 유통시장의 관리·감독을 비롯해 세계 최초로 내세웠던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관련 위법 행위 대응, 스팸문자 대책, 온라인플랫폼 자율규제, AI(인공지능) 관련 이용자 보호까지 현안이 산적했다. 그러나 최장 6개월간 의결을 멈췄고, 이후로도 정상 운영을 확신할 수 없는 방통위에 민생과 직결된 과제를 맡길 수 있을까. 극단의 정쟁이 단시간 내 해소될 수 없다면, 16년 전 고안된 방통위의 합의제 목표도 과감히 포기할 수 있다. 그 해법 역시 여야가 고민해야 할 때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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