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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또 부정선거 논란’ 베네수엘라 대선…미국-마두로, 누가 늑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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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3일(현지시각)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카라카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와 함께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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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3선이 확정된 베네수엘라 대선 결과를 두고 1일(현지시각) 야권이 다른 결과의 득표율을 공개하며 개표 부정을 거듭 주장했다. (…) 민주 야권 후보로 대선에 출마한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야 후보는 총 717만3152표를 얻어 득표율 67%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325만424표를 얻어 득표율 30%를 기록했다. 앞서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9일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을 발표하며 “80% 개표 결과를 토대로 마두로 대통령이 득표율 51%, 곤살레스 후보가 44%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선관위가 최종 집계 결과 발표를 지연 발표하게 된 이유는 “전례 없는 사이버 공격”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베네수엘라 대법원에 개표 감사를 청구하면서 “우리 정부를 향한 쿠데타 시도와 공격을 방어하고 모든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해”라고 밝혔다. (…) 인권단체 포로 페날은 대선 뒤 수도 카라카스 등에 모인 시위대를 진압하던 중 시민 최소 1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한겨레 8월2일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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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베네수엘라에서 또 선거부정 논란이 커지네. 베네수엘라에서 선거부정 시비는 장 열릴 때마다 찾아오는 각설이야?



A. 음…파파고도 당혹스럽네. 베네수엘라에서 선거부정 주장은 지난 1999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선거 때마다 제기됐으니 말이야. 야권은 부정 선거라고, 정부는 제국주의자들의 쿠데타 음모라고 반박하는 사태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됐지. 선거결과에 불복하던 야권은 선거 보이콧을 주장하다가 슬그머니 다시 다음 선거에 참여한 뒤 다시 선거 부정을 주장하고, 미국 등 서방은 야권을 지지하며 베네수엘라 정권에 대한 제재를 확대해왔지.



이런 부정 선거 논란은 기본적으로 차베스 집권 뒤 수립한 ‘반미 사회주의 체제’를 둘러싼 싸움이지. 차베스는 집권한 뒤 베네수엘라 최대 산업인 석유 산업 등을 국유화하며 반미적 사회주의 체제를 수립했어. 그러자 이에 저항하는 기존의 기득권층, 이들을 지지하는 미국이 개입하며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어.



Q. 그렇다고 하더라도, 선거 부정이 있었다면 문제 아냐?



A. 차베스는 1998년 대선 승리 뒤 개헌 등을 통해 자신의 권력과 사회주의 체제를 강화해 나갔어. 베네수엘라에서는 개헌에 대한 반대를 시작으로 반차베스, 반사회주의 성격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왔는데, 이는 2006년 12월 대선 이후 부정선거 시비로 본격화됐지.



당시 선거 관리 당국은 차베스가 60% 넘게 득표해 3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는데 야권은 부정선거 주장을 제기했어. 그런데 아메리카 대륙 국가들의 모임인 미주기구(OAS)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카터 센터가 선거 감시 활동 벌인 뒤, 선거가 자유롭고 합법적이라는 결론을 내린 거야. 반전이지. 카터 센터는 그 이후 베네수엘라 선거 때마다 선거를 감시했어. 카터 전 대통령은 2012년 9월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감시했던 92개의 선거 중에서 베네수엘라의 선거 과정이 세계에서 최고”라고 평가했지.



차베스의 집권 때는 그에 대한 국민적 인기가 높아서, 차베스나 집권당의 당락을 바꿀 여지가 별로 없었어. 현직 대통령인 니콜라스 마두로는 차베스가 암으로 죽은 뒤 후계자가 됐고 2013년 4월 대선에 처음 출마, 1.5%포인트 차로 아슬아슬하게 당선됐는데 그때까지는 당락을 뒤바꿀만한 부정이 없었다고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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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3일(현지시각) 카라카스에서 열린 대선 결과 불복 시위에서 지지자와 인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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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럼 야권이 거짓 주장을 한 건가? 그럼, 이번 대선은 어때? 이번에도 ‘양치기 소년’이 된 걸까?



A. 글쎄, 베네수엘라 선거의 공정한 감시자 평가를 받는 카터 센터가 이번에는 좀 다른 결론을 내렸네. 그들은 지난 31일 성명에서 투표가 “선거 진실성에 관한 국제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어.



베네수엘라 선거는 마두로가 재선된 2018년 5월 대선 때부터 변곡점을 맞은 것 같아. 차베스와 달리 마두로가 국민적 인기가 없었기 때문이야. 당시 선거 당국은 마두로가 67.8%를 득표해, 각각 20%와 10%를 얻은 야권의 두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고 선포했어. 당시 투표율은 45%로 사상 최저였지. 하지만 야권은 부정 선거를 주장했고,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선거 결과 승인을 거부했어.



2019년 1월 마두로의 대통령 취임에 맞춰 야당이 다수인 의회에서는 대선 결과 무효화를 선포하고는 후안 과이도 국회 의장을 대통령 대행으로 지명했어. 미국 및 서방 진영의 50여개국은 과이도를, 중국, 러시아 및 친베네수엘라 국가들은 마두로를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사태가 벌어졌어. 군부 등 정부의 모든 기관에 장악력을 유지한 마두로 정권이 실질적으로 통치하긴 했지만, 두 대통령 사태는 3년 동안이나 지속했어.



야권은 2022년 12월에 가서야 과이도가 대통령 대행인 임시정부를 해체했어. 올해 7월 대선 참가를 위한 조처였지.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다시 부정선거 논란이 일고 있는 거야.



Q. 양치기 소년도 막판에는 진짜 늑대가 나타났다고 진실을 말했잖아. 베네수엘라 국민의 상황이 참담하고, 국민적 분노가 높은 건 사실인 거 같아.



A. 마두로 집권 이후 베네수엘라 경제는 급속히 붕괴해 왔어. 대통령직 위기와 미국의 제재가 겹친 2019년에는 인플레이션이 무려 32만9000%까지 치솟고, 그 이후 국내총생산(GDP)은 약 70%나 감소했어. 기존 인구의 거의 4분의 1인 770만명이 베네수엘라를 떠나 인근 국가나 미국으로 향하는 사태가 벌어졌지.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기존 정권이 무너졌을 일이야. 하지만,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이후 차베스 대 반차베스 진영 대결의 양극화에다 미국 등의 개입이 겹쳐 상황을 고착시키는 것 같아. 차베스 이후 반미 민족주의 사회주의 정권에 대한 야권의 공격과 미국의 개입이 오히려 차베스와 마두로 정권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거지.



차베스 이후 도시 빈민층은 차베스와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는 버팀목이야. 차베스가 이들에 대한 기본 생계와 복지전달 체계를 만들어줘서 이들이 지금도 여전히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고 반야권 시위에 나서지. 차베스 이후 군부, 법원, 행정부 등이 현 정부 세력에 장악된 상태라 통치력도 유지되고 있지.



특히 차베스와 마두로 정권 지지층은 베네수엘라의 곤경을 미국의 제재 때문이라고 생각해. 자신들의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미국과 그 지지를 받는 야권에 대항해 맞서야 하고, 미국의 제재가 풀리면 경제가 나아진다고 생각하지. 물론 차베스주의자라 불리는 지지층도 최근에는 이반이 심하긴 한데, 부정 선거 등 주장까지는 잘 먹혀들지 않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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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 부정 선거 규탄 시위 현장.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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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국의 제재가 어느 정도길래? 베네수엘라 경제가 망가진 게 정말 미국의 제재가 근본 원인인 거야?



A. 미국의 제재가 전부는 아니나 큰 원인인 건 분명해. 미국은 차베스가 서방 석유 메이저 회사들이 독점하던 석유산업을 국유화하고, 반미적 노선을 취하자 2005년부터 베네수엘라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마약 단속 비협조 등을 이유로 제재를 시작했다가 점점 강도를 높였지. 특히, 2019년 후안 과이도 의회 의장이 대통령 대행을 선언한 대통령직 위기에는 베네수엘라의 최대 산업인 석유에 대해 금수 조처를 단행하는 극약 처방을 했어.



베네수엘라 대외 수입의 90%가 석유 판매에서 나와. 차베스가 죽기 전부터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제재로 석유산업에 대한 투자를 못 해서 생산량이 급감해왔어. 15년 전만 해도 베네수엘라는 하루 350만 배럴을 생산했는데, 현재는 100만 배럴 미만이야. 베네수엘라는 줄어든 석유를 암시장에서 싼값에 팔아야 하는 데다, 최근 국제 석윳값도 떨어져서 설상가상인 거지. 돈줄이 끊긴 마두로 정권은 지지층에 대한 복지를 당장 유지하려고 돈을 찍어내서 30만% 넘는 물가상승을 유발한 거야.



차베스가 집권하던 때인 2000년 전후에는 세계적인 원자재 붐이 일어서 석윳값이 좋았던데다, 중국이 고도성장을 하면서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의 원자재를 사줬어. 베네수엘라로서는 미국 등 서방이 독점하던 시장에서 벗어나 판매 다변화를 이루면서,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여지가 있었던 거지.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원자재 붐이 꺼지면서, 베네수엘라에 고난이 찾아왔지. 차베스도 시절 좋을 때 석유 재원을 가지고 빈민 복지나 중남미 국가의 사회주의 운동에 지원하면서 다른 산업 육성을 소홀한 책임이 있지. 물론, 차베스는 다른 산업 육성을 다짐했으나,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막힌 측면도 있고.



Q. 미국의 제재를 받는 이란은 베네수엘라 정도로 망가지지는 않았잖아. 차베스나 마두로 책임이 있는 것 아냐?



A. 이란은 베네수엘라보다도 더 큰 나라이고, 기본적으로 기존 산업이 있기도 해. 특히, 중국, 러시아 등 도움과 연대도 받고 있어.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 이란은 유라시아 대륙 패권에 중요한 나라여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도 아랑곳없이 이란 석유를 사주고 교역을 계속하고 있지.



중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사주고 공산품도 수출하면 되는데, 중국으로서는 굳이 미국의 제재를 무시하면서까지 베네수엘라까지 가서 석유를 살 유인이 적어. 최근 세계적으로 석유가 남아돌고 값이 싸기 때문이야.



하지만, 미국의 제재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야.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미국 외교에서 만능 열쇠가 된 경제 제재를 비판적으로 보도했어. 미국이 북한, 이란, 시리아, 베네수엘라에 이어 러시아까지 대대적인 제재를 가했지만, 당초 의도했던 정권 교체 등의 효과는 고사하고 오히려 해당 국가의 국민 고통만 가중하고 반미 의식만 고취한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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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한 시민이 부정 선거 불복 시위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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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런데 미국은 왜 베네수엘라를 그렇게 제재하고 압박하는 거야? 부정 선거야 다른 나라도 많은데, 베네수엘라만 미운털이 박혔네.



A. 무엇보다도 베네수엘라의 석유 때문이지. 베네수엘라는 확인된 석유 매장량으로 보면, 3040억 배럴로 세계 최대야. 사우디아라비아보다도 많지. 차베스 이후 이런 석유가 국유화되고, 서방의 석유 메이저 회사들이 독점하던 이권이 빼앗겼어.



두 번째는 베네수엘라가 갖는 지정학적 중요성이야. “중남미는 미국의 뒷 마당”이라는 말이 있잖아. 중남미 전체가 미국의 배타적인 세력권이라는 말인데, 그중에서도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은 특히 미국에 중요해. 카리브해는 미국의 호수라는 말이 있잖아. 미국의 안보나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지.



남미 국가 중 카리브해 연안 국가가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야. 미국의 심각한 마약 문제에서 잘 드러나. 코카인은 중남미 전역에서 재배되나, 콜롬비아가 미국 시장에 공급되는 마약의 근원이잖아. 미국으로서는 아마존강 이북의 중남미 국가에서 반미 정권이 들어서는 걸 허용할 수가 없는 거지. 카리브해에서 최대 섬나라인 쿠바가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지 60년이 넘었는데도 미국은 아직도 제재와 봉쇄를 풀고 있지 않아. 베네수엘라처럼 석유까지 풍부한 나라에서 반미 사회주의 체제가 들어서서 아직 버티고 있으니, 미국이 개입하는 거지.





정의길-노지원의 글로벌 파파고는?



파파고는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입니다. 유럽 특파원을 다녀온 노지원 기자가 묻고, 오랜 기간 국제 이슈를 다뤄온 정의길 선임기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국제뉴스의 행간을 알기 쉽게, 지저귀는 앵무새처럼 풀어드리겠습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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