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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냉온탕 오가는 금융시장…전문가들 "경기침체 우려 과도"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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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공포'에 시총 GDP 9% 수준인 235조 증발

당국 "과도한 반응…시장 차분한 결정해야"

전문가들도 "경기침체 아닌 경기둔화" 주장

금리 인하할테지만…美 '빅 컷'·韓 8월엔 선그어

아주경제

사진은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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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發)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 등으로 증시가 폭락했다 일부 되돌려진 가운데 금융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경기 둔화는 맞지만 경기 침체는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이 한꺼번에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내리는 '빅 컷'을 단행할 수 있다는 예측 역시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국은행의 피벗 시점도 8월 선제적 금리 인하보다는 10월 인하에 힘이 실린다.

경제·금융당국은 6일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회의)에서 전날 증시가 폭락한 데 대해 미국 시장의 평가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주말 이후 아시아 증시가 먼저 시작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날 코스피는 8.77% 추락하면서 2000년 이후 다섯 번째로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시총으로 따지면 235조원이 증발했는데 국내총생산(GDP)의 9% 수준이다.

최 부총리는 "해외발 충격으로 주식 시장에 한해 조정돼 과거와는 상이한 이례적 상황"이라며 "시장 참가자들은 지나친 불안 심리 확산에 유의하면서 차분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 역시 시장이 미국 경기 침체에 과도한 반응을 보인다고 해석했다. 전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 참여자들은 올해 5차례, 내년 9월까지 추가로 4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R 공포의 도화선이 된 고용 지표들은 모두 경기가 둔화하는 모습을 반영한 것으로 경기 침체와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 지표는 실업률과 비농업 일자리 두 가지다. 7월 미국의 실업률은 4.3%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2021년 10월(4.6%) 이후 2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7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1만4000명 느는 데 그쳐 시장 예상치(17만6000명)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미국에서 경기 침체의 지표로 쓰이는 '샴의 법칙(Sahm Rule)'에 따라 공포감이 더욱 확산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코노미스트였던 클라우디아 샴 박사가 고안한 법칙으로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평균치가 지난 1년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 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 7월 기준 이 지표는 0.49로 경기 침체 기준선에 바짝 붙었고 시장은 공포에 휩싸였다.

그러나 과거 경기침체 시작 시기에 샴 지표의 상승은 대부분 실직자에 기인하는데 최근 샴 지표의 상승은 실직자보다 구직자의 상승에 원인을 두고 있어 경기 침체 확대 해석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직자 증가로 인한 실업률 상승은 팬데믹 초과저축 소진과 관련이 깊은데 팬데믹 충격이 해소되면서 노동시장이 둔화되는 증거이지 경기 침체 증거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경제활동인구 증가와 이직이 실업의 주 요인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 침체 당시에는 해고가 늘어나고 자발적 사직이 줄어들며 노동시장 진입은 감소하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이번엔 해고보다 노동시장 진입이나 자발적 사직이 실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기상악화라는 일시적 요인도 작용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달 8일 텍사스 지역에는 허리케인 베릴이 상륙했다. 실제 미국 BLS에 따르면 나쁜 날씨 영향 때문에 일을 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46만3000명에 달해 전월(5만9000명) 대비 7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 역시 텍사스 지역에서 급증세였다.

이남강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경기둔화 시그널을 확대 해석한 것"이라며 "향후 1년 이내 경기침체가 발생할 확률은 25%이며 향후 실물 지표 발표가 누적될수록 과도한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되돌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연준의 9월 빅 컷 단행이나 한국은행의 8월 선제적 금리 인하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다만 하반기 한·미 기준금리 인하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실업률 상승은 계절적 요인에 일부 기인하고 지역 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하는 고용 전망은 크게 악화되지 않은 만큼 연준이 적극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여전히 9월 25bp 인하가 유력하다"고 판단했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 경기와 고용 부문의 점진적 둔화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완화하기 위한 연준의 금리 인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8월 고용지표에서 7월 고용지표의 일시적 요인이 일부 되돌려질 가능성을 감안하면 빅컷 보다는 25bp인하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도 투자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10월과 11월에 금리를 내린다는 기본 시나리오를 유지했다. 전날 증시 폭락은 부동산 시장의 우려에도 금리 인하를 정당화하는 명분이 된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한은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우려하며 섣부른 금리 인하엔 나서지 않고 있지만 추락하는 시장을 진정시켜야 할 필요도 있다는 의미다.

바클레이스는 "8월 5일의 증시 시총 감소는 부동산 시장 우려에도 금리 인하를 정당화한다"며 "부동산 시장이 올해 들어 현재까지 88조원가량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 5일에 증발한 증시 시총 235조 원보다 훨씬 작은 규모"라고 설명했다.

아주경제=서민지 기자 vitami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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