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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사설]이제야 연금개혁 운 뗀 與… 정부안부터 내는 게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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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8.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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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6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이달 말까지 국회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해 여야정 협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연금개혁은 하루 늦어질 때마다 기금 손실이 1000억 원씩 늘어난다는 경고가 있다”며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포괄하는 연금개혁 논의를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의 이날 제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야당과 합의에 이른 개혁안을 거부하며 ‘22대 국회 첫 번째 정기국회에서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감안하면 늦은 감이 있다. 여야정 협의로 하자는 연금개혁의 순서와 방법도 잘못된 것이다. 연금개혁은 정부가 재정추계를 통해 최적의 개혁안을 제시하면 국회가 이를 토대로 여론 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 짓는 것이 순서다. 21대 국회 때도 정부가 24개 시나리오를 담은 ‘맹탕 개혁안’을 내놓는 바람에 국회 논의가 표류하다 개혁 효과도 미미한 방안으로 좁혀졌다. 그마저도 정부가 “22대 국회에서 충실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어 개혁이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도 정부안 없이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은 21대 국회의 실패를 답습하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연금의 내는 돈과 받는 돈을 조정하는 모수개혁과 함께 전체 공적연금의 구조개혁을 병행하자는 제안도 현 상황에서 타당한지 의문이다. 여당 주장대로 국민연금에 기초연금, 퇴직연금, 공무원연금 등을 연계해 전체 연금제도의 틀을 새로 짜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구조개혁은 이해관계자가 많은 만큼 모수개혁보다 훨씬 어렵다. 강한 추진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구조개혁을 같이 하자는 말은 당장 급한 모수개혁을 미루기 위한 꼼수로 들릴 수 있다. 여당은 연금개혁을 22대 국회로 미루자고 할 때도 “구조개혁과 패키지로 처리해야 한다”는 이유를 댔었다. 이번에도 개혁하는 시늉만 내다 끝내려는 것 아닌가.

현행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연금으로 돌려받는 구조다. 이런 제도가 지속 가능할 리 없다. 연금개혁이 1년 지체될 때마다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재정 부족분이 연평균 52조 원씩 늘어난다. 모수개혁을 제대로 해야 구조개혁도 진통을 줄일 수 있다. 최적의 모수개혁안은 정부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책임 있는 선택과 대국민 설득 작업만이 남았을 뿐이다. 약속대로 9월 정기국회에서 연금개혁을 추진하려면 정부가 제대로 된 개혁안부터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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