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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우르르 마약하고 "탈색·포렌식·묵비권"…헛똑똑 명문대생들이 놓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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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검, 대검찰청과 협력해 마약수사 대응 요령 공유하는 텔레그램 채널 추적

머니투데이

명문대 연합 동아리 마약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마약수사 대비법을 공유한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를 쫓고 있다. 피의자들은 텔레그램 채널에서 습득한 수사 대응 정보를 공유했지만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가지 못했다. 해당 텔레그램 채널에서 공유중인 마약관련 글./사진=서울 남부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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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모른다고 하고 아이폰 비밀번호 15자리 이상에 영어, 대소문자, 특수문자 섞어서 해놔."

"압수할 수도 있잖아?"

"압수해도 포렌식 안 되게 세팅하는 법이 있더라고 텔레그램에서 검색해서 찾았어."

'명문대 연합 동아리 마약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마약수사 대비법을 공유한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를 쫓고 있다. 마약 피의자들은 해당 텔레그램 채널에서 습득한 수사 대응 정보를 공유했지만 검찰 수사망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남수연)는 'E-drug 모니터링 시스템'(인터넷 마약류범죄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통해 대검찰청과 공조해 특정 텔레그램 채널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대·고려대 등 명문대생을 포함한 대학생 연합 동아리 임원들은 공범과 검찰 조사를 받기 전 텔레그램 채널에서 습득한 정보를 공유했다. 피의자 대다수는 모발 탈색과 염색을 마치고 휴대폰 포렌식에 대비해 휴대폰을 초기화하는 등 증거를 인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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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연합 동아리 마약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마약수사 대비법을 공유한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를 쫓고 있다. 피의자들은 텔레그램 채널에서 습득한 수사 대응 정보를 공유했지만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가지 못했다. 해당 텔레그램 채널에서 공유중인 마약관련 글. /사진=텔레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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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해당 텔레그램 채널엔 약 9000명이 넘게 접속한 상태다. 이곳에선 각종 마약류 정보부터 인터넷 공간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법, 가상화폐 거래시 추적을 어렵게 하는 법 등이 공유된다. 해당 채널의 운영자는 2022년 10월 채널을 만들면서 공지를 통해 "이 채널은 교육 목적으로만 사용된다"며 "우리는 불법적인 활동이나 법에 위배되는 정보 공유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불법 제품 구매방법 △고객 유인이나 유도 △불법 제품을 만드는 방법 등을 규칙으로 내세웠다.

해당 채널은 암호화폐 믹싱(거래 추적을 어렵게 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섞는 과정), 보안가이드, 각종 마약류에 대한 소개와 마약 수사 관련 기사를 공유하는 공지방 등 총 7개 채널을 운영한다. 특히 마약류 중 LSD(리서직산디에틸아마이드) 관련 정보를 따로 모아 별도 채널로 운영한다.

앞서 검찰은 문제가 된 명문대 연합동아리 사건 피의자들이 가장 많이 투약한 마약류를 LSD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유명인들이 LSD를 많이 투약하고 우울증 등에 효과가 있다고 검증 안 된 정보 퍼뜨렸다"고 했다. 관련 정보 역시 해당 채널에서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

해당 채널 운영자는 현재도 "LSD가 활성화하는 뇌 영역은 같은 작업에도 새로운 관점과 방식을 유도해 같은 활동에도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며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또 텔레그램 안전하게 가입하는 법, 경찰조사 대응법, 휴대폰 제조사별 포렌식 어렵게 설정하는 법부터 추적이 어려운 가상화폐 종류를 소개하고 거래 방식을 알려준다. 경찰 프로파일링 수사에 대비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사용자를 특정하지 못하도록 급식, 공익, 행정보급관 등 신분을 추정할 수 있는 단어를 언급하지 말라고 안내한다. 또 이른바 '마약 후기글'에 올린 사진에 투약자 신체 일부가 나오지 않도록 주의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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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동 서울남부지방검찰청 1차장검사가 지난 5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에서 대학생 연합동아리를 이용한 대학가 마약 유통조직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남수연 부장검사)는 최근 대학생 연합동아리 회장 A씨(30대) 등 대학생 총 14명을 적발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3명을 구속기소, 2명은 불구속 기소했고 나머지 가담자들은 중독여부와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밝혔다. 2024.8.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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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와 수사 당국에선 해당 채널뿐 아니라 다양한 텔레그램 채널에서 공유되는 이같은 정보로 수사에 대비하긴 어렵다고 말한다. 경찰 관계자는 "텔레그램 마약수사를 담당하는 수사관들은 해당 채널의 존재를 알고 있다"며 "탈색과 포렌식 대비 요령 등 수사 대응법 대다수가 기본적인 내용이라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수사기법도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암호화폐 믹싱에 대해선 다양한 특정 방법이 있다"고 했다.

명문대 연합동아리 마약사건 피의자 대다수는 해당 채널에서 습득한 수사 대응 요령을 공유하고 진술에 앞서 말을 맞췄지만 남부지검은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6명을 기소하고 단순 가담한 8명을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은 해당 동아리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마약 전문 변호사인 박진실 변호사는 "수사대비 요령을 공유하는 건 처벌하기 어렵지만 마약류 관리법에 따라 마약류를 타인에게 제시하거나 광고하면 처벌 받을 수 있다"며 "직접 마약을 파는 글을 올리지 않아도 투약 방법 등을 안내하면 광고로 판단해 의율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 추적을 어렵게 하는 방법들에 대해서 안내하는 텔레그램 채널이 많은데 지인에게 관련 내용을 공유하면 증거 은닉을 교사하는 행위로 처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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