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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엑스레이·전자현미경에 증강현실까지…잿더미서 열폭주 흔적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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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우승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화재·방화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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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1) 이시명 기자 = 인천소방본부가 지난 1일 오전 6시15분쯤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량 화재와 관련 관계기관과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2024.8.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인천=뉴스1) 이시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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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배터리는 열폭주 현상으로 화재 전이 속도가 빠릅니다. 저희는 이미 연소해 버린 증거물 속에서 '흔적'을 찾아냅니다."

6일 강원 원주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서 만난 우승우 화재·방화연구실장은 전기차 화재 감정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우 실장은 전기차 화재 감정뿐 아니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경기 이천 물류 창고 화재, 경기 아리셀 공장 화재 등 사건의 감정을 담당했다.

지난 1일 오전 6시15분쯤 인천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전기차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해 차량 140여대가 그을리거나 전소됐다. 차량 소유주 A씨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지 59시간 뒤에 갑자기 차량에 불길이 치솟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자칫 인명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던 큰 사고였다. 화재는 8시간20분만에 완전히 진압됐다. 차량에서 발생한 불이 순식간에 다른 차량으로 퍼지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전기차에 대한 시민 불안도 커졌다.

전날 해당 화재와 관련해 국과수와 경찰, 소방 당국이 합동 감식에 나섰다. 국과수 화재·방화연구실은 화재 원인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 화재가 발생한 현장에 파견돼 직접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 핵심 임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해 증강 현실(AR) 분석 시스템을 도입했다. 실제 화재가 현장을 증강현실로 복원해 화재 현장이 수습되고 나서도 지속해서 화재 원인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울산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현장을 증강 현실로 복원한 모습./영상=최지은 기자

증거물 분석에는 엑스레이(X-ray), 주사전자현미경(SEM), 에너지분산형 분광분석기(EDS) 등이 활용된다. 지난해에는 증강현실(AR) 분석 시스템까지 도입했다. 실제 화재 현장을 증강현실로 복원해 화재 현장이 수습되고 나서도 지속해서 화재 원인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증강현실로 옮겨둔 현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볼 수 있고 특정 부분만 확대해 분석할 수 있다.

원주시에 있는 국과수 본원과 6개 지역에 있는 분원에서 화재 감정이 진행된다. 서울 분원에서는 대략 연간 900건의 화재 감정을 진행한다. 본원과 제주 분원을 제외한 나머지 5개 분원은 400여건 정도가 접수된다. 사건마다 다르지만 화재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평균 2~3주가 소요된다.

우 실장은 화재 감식이 어려운 이유로 '많은 변수'를 꼽았다. 창문 개방 여부, 가연물 존재 여부 등에 따라 화재 규모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재 발생 당시 상황을 똑같이 재연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배터리의 경우 순식간에 1000도까지 열이 치솟는 열폭주 현상으로 쉽게 타버려 흔적이 거의 남지 않는다. 배터리 문제라고 해도 배터리 셀에 문제가 있었는지, 배터리 팩을 모듈화할 때 이상이 생겼는지 등을 명확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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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현장에서 수집한 연소된 리튬배터리와 이를 엑스레이(X-ray)에 투사한 모습./사진=국립과학수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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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증거 파악이 쉽지 않다면 배터리제어유닛(BMU) 속에 남겨진 데이터를 토대로 화재 원인을 살펴본다. 화재 발생 전 배터리 셀에서 이상 증후가 발견되면 배터리 결함에 무게를 둔다. 배터리 셀에서 결함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외부 충격이나 운전자의 평소 운전 습관 등 화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우 실장은 전기차가 내연 기관차에 비해 외부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하지만 전기차 자체가 위험하다고 단정하는 건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연 기관 차량이라고 외부 충격에 강하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한국 안전 규격을 통과해 시중에 유통된 제품이기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실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과수가 화재 원인을 밝히는 과정이 관련 기술 개선과 진보에 일조한다고 본다"며 "개선점을 보완해 국민들이 더 안전하고 발전된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국과수 관계자들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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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강원 원주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만난 우승우 화재·방화연구실장./사진=최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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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강원)=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원주(강원)=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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