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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노란봉투법 반대’ 주장 뜯어보니…현실성 없거나 대법원 판례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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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민주노총과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등 단체들이 7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송법과 노란봉투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에 반대하는 농성에 들어갔다. 민주노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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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정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영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 법안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고 파업이 남발되면서 산업현장의 평화가 깨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노총과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는 7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어 경총 등의 주장을 반박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없이 노란봉투법을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먼저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직접적인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사용자도 해당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끼치는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에 응하도록 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이라는 추상적 표현 때문에 전혀 상관없는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총은 또 노조법상 사용자 범위가 넓어지면 원청기업을 상대로 한 무분별한 쟁의행위가 계속 발생해 산업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하지만 운동본부는 이를 과장된 우려라고 본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노조법상 사용자라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없거나 노사가 단체교섭을 해 온 전례가 없는데도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형사처벌되려면 ‘고의’가 필요한데, 자신이 사용자인지 몰라서 교섭을 하지 않은 것이라면, 고의가 성립되지 않아 처벌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아울러 “모든 법률의 문구 자체는 추상적일 수밖에 없고 법원의 판례가 쌓이는 과정에서 구체성을 갖춰나간다는 점에서 경총의 주장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왔다.



노조의 쟁의행위에 따른 사용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노조와 조합원의 개별 책임을 물어 배상액을 결정하도록 한 3조 개정안에 대해 정부와 경영계는 ‘개별 책임을 따지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손해배상 청구권이 봉쇄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선 현대자동차가 공장 점거농성을 벌인 하청노동자 등에게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판결이 반박의 근거가 된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조합원마다 쟁의행위에 관여한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 주도한 주체인 노조와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노동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고,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 제도의 이념에도 어긋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조합원들의 노조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한 경위나 정도, 손해 발생에 기여한 정도를 따져 손해배상액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노란봉투법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소연 백화점면세점노조 위원장은 백화점에 입점한 면세점 노동자의 사례를 들어 노란봉투법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면세점 노동자를 상대로 들어온 불만 제기 문제로 백화점 관리자가 직접 사과를 강요하는 등 근무와 휴게, 근무일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백화점 쪽이 결정하는데도 노동자들은 교섭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반대하는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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