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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하나회 출신 ‘실세 실장’ 거쳐…‘친근한 경호’가 ‘입틀막’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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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통령경호처장에 임명된 박종준 전 청와대 경호실 차장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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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새 경호처장으로 박종준(60) 전 경찰청 차장을 임명했다.



정진석 비서실장이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접 발표했다. 박종준 신임 경호처장도 발표 자리에 함께했다. 박 처장은 충남 세종에서 태어났지만, 초중고를 공주에서 나왔다. 정 실장도 공주 출신이다.



비서실장과 경호처장은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한다. 역대 비서실장·경호처장 가운데 많은 이들이 권력 실세로 군림한 이유다. 그래서 비서실장과 경호처장이 같은 지역 출신인 경우는 이례적이다.



다만 두 사람은 ‘악연’이 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정 실장은 부친 지역구이자 자신의 정계 입문 지역구였던 공주를 두고 박 처장과 경쟁하다 서울 중구에 전략공천됐다. 공주에는 박 처장이 공천됐지만, 총선에선 두 사람 모두 낙선했다.



대통령 경호실이 만들어진 박정희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역대 경호처(실)장은 20명이다. 임기가 길었던 박정희 대통령은 3명의 경호실장을, 다른 대통령들은 모두 1∼2명을 뒀다.



출신을 보면 군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군사정권인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대통령 시절 8명이 내리 군 출신이었다. 이후 진보·보수정권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5명의 군 출신이 더 임명되면서 역대 20명 중 13명이 군 출신이다. 육사가 대부분이다.



신군부 하나회를 척결한 김영삼 대통령 때는 경호실 출신을 처음으로 경호실장에 임명했다. 두 번째 경호실장은 비하나회 육사 출신이었다. 수평적 정권교체에 성공한 김대중 대통령은 한 명의 경호실장만 뒀는데 호남·육사 출신이었다. 경찰 출신이 경호실장을 맡은 것은 노무현 대통령 때가 처음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장관급 경호실장을 차관급 경호처장으로 낮췄다. 육사와 경찰 출신을 썼다. 반면 아버지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박근혜 대통령은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 차관급으로 내려간 경호처장을 장관급 경호실장으로 격상한 뒤 육사 출신을 임명해 탄핵 때까지 함께 했다. 경호처로 다시 바뀐 문재인 대통령 때는 경호처장 2명 모두 경호실 출신 인사를 발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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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준 신임 대통령경호처장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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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경호처(실)장





박정희 대통령 시절 초대 경호실장 홍종철은 육사 출신으로 박정희와 함께 5·16 군사쿠데타에 가담했다. ‘피스톨 박’으로 알려진 박종규 역시 군 출신으로 5·16 군사쿠데타에 함께했다.



1974년 8월15일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막지 못해 경호실장에서 물러났다. 10·26 때 김재규 중앙정보부의 총을 맞고 숨진 차지철은 박정희 정권 실세로 통했다. 차지철 역시 군 출신으로 5·16 군사쿠데타 가담자다.



최규하 대통령 때 정동호 경호실장도 하나회 멤버였다. 10·26 직후 경호실장 직무대행을 맡았고, 전두환 신군부가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켰을 때 최규하 대통령을 위협하기도 했다. 전두환 대통령 첫 경호실장을 맡았다.



전두환 대통령 때는 장세동 경호실장의 시대였다. 전두환 군사정권 최고 실세였다. 육사·하나회 출신으로 12·12 군사반란에 가담했다. ‘버마 아웅산 묘역 폭탄 테러’ 사건 때도 유임됐다. 이어 육사·하나회 출신 안현태 경호실장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노태우 대통령 때 이현우·최석립 경호실장 모두 육사·하나회 멤버다.



문민정부를 표방하며 하나회 세력을 제거한 김영삼 대통령은 해병대 예비역 출신으로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경호실에서 근무한 박상범 경호실장을 기용했다. 첫 경호실 내부 인사 기용이었다. 김광석 경호실장은 육사 출신이다.



김대중 대통령 때는 육사 출신 안주섭 경호실장이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했다. 군사정권 시절 정치적 탄압을 받은 YS·DJ 모두 군 출신 경호실장을 임명한 것에는 군과의 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의미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처음으로 경찰 출신 김세옥 경호실장이 임명됐다. 이어 경호실 내부 출신 염상국 경호실장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김영삼 정부 때 박상범 경호실장에 이어 두 번째 내부 발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때는 육사 출신 김인종, MB정부에서 경찰청장을 역임한 어청수 두 사람이 나눠서 경호처장을 맡았다. 박근혜 대통령 때는 탄핵 때까지 육사 출신 박흥렬 경호실장이 함께했다.



문재인 대통령 때 경호처장이었던 주영훈·유연상은 모두 경호실 내부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경호 슬로건은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였다.



윤석열 대통령 들어 경호처장은 육사 출신으로 회귀했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용현 경호처장은 ‘대통령 최측근’이란 평가를 받았다. ‘입틀막 경호’로 대변되는 심기 경호로 비판을 받았다.



노태우 정부 때 국가안전기획부장으로 직행한 이현우 경호실장 이후 32년 만에 경호처장에서 주요 국가기관장(국방부 장관)에 임명됐다. 군 주요 보직에 충암고 출신이 잇달아 기용되며 ‘충암파’ 논란의 중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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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경호처의 ‘입틀막’ 논란.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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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처(실) 역사





대통령 경호처 자료를 보면, 1949년 경무대(대통령 관저) 경찰서가 창설됐다. 1950년부터 경무대 경찰서가 대통령 경호 임무를 수행했다. 1960년 경무대 경찰서가 폐지되며 경무대 지역 경비업무는 서울시 경찰국 경비과에 맡는다. 같은 해 경무대가 청와대로 명칭이 바뀌고, 청와대 경찰관 파견대가 설치되면서 대통령 경호 임무를 맡는다.



1961년 중앙정보부 경호대가 만들어진 뒤, 5·16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쥔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경호를 맡는다. 1963년 대통령 경호실이 창설된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차관급인 경호처로 바뀌었다가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급 경호실로 다시 환원된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 차관급 경호처로 변경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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