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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인사이드 스토리]'올림픽 경영' 미소로 마친 이재용, 다음 성공 행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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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공항서 출장 성과에 대해 "실적으로 보이겠다"
"갤Z플립6 올림픽 마케팅 잘 돼"…흥행 자신감 보여
업턴 올라탄 반도체 실적, 3분기부터 본격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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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파리 올림픽 참관 등 유럽 출장을 마치고 7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했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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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으로 보여야죠."

지난 7일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약 2주간의 프랑스 파리 출장 성과에 대해 묻는 질문에 남긴 말인데요. 이 회장은 이 말과 함께 웃으며 자리를 떠났습니다. 이번 출장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한 것으로 보이죠.

글로벌 행보 지속

이 회장이 올림픽 현장을 찾은 것은 12년 만인데요. 올림픽은 기업인에게도 미래 먹거리 발굴과 고객사와의 협력 확대 기회 모색 등에서 중요한 행사로 꼽힙니다. 전 세계의 많은 글로벌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이 자국 선수단을 응원하고 네트워킹을 하기 위해 파리에 집결하기 때문이죠.

이 회장이 지난달 24일 프랑스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비즈니스 미팅을 소화하며 강행군을 이어간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는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주요 비즈니스 파트너와 글로벌 정관계·스포츠계 인사 등 수십 여명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고 하는데요.

먼저 이 회장은 피터 베닝크 전 ASML CEO 등 반도체·IT(정보통신)·자동차 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인들과 릴레이 미팅을 갖고 중요 비즈니스 현안 및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고요. 또 지난달 25일에는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공동 주최한 '파리 올림픽 개막 전야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이어 마크롱 대통령의 초청으로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글로벌 기업인 오찬에도 참석했는데요. 당시 오찬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비롯해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CEO, 닐 모한 유튜브 CEO, 데이브 릭스 일라이릴리 CEO,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등 글로벌 기업인 4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 밖에도 이 회장은 파리 올림픽 동안 머스크 CEO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따로 만나 차량용 반도체와 배터리 등 전장 분야에서 사업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도 전해집니다. 이 회장이 비즈니스 미팅 성과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꺼리면서도 "많은 분들과 했다"고 말한 데는 분명한 근거가 있던 것이죠.

갤Z플립6, 올림픽 특수 누릴까

이날 이 회장은 "갤럭시Z플립6 셀피 마케팅도 잘 된 것 같아서 그런대로 보람이 있었다"고도 언급했습니다. 지난달 공개한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플립6'이 이번 올림픽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였던 만큼, 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데요.

삼성전자는 지난달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갤럭시Z폴드·플립6를 비롯한 모바일 신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인 후, 올림픽 시작과 동시에 여러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올림픽이 개최되는 파리에서 신제품을 첫 공개해 관심을 모으고, 여러 마케팅을 병행해 올림픽의 열기를 신작 판매까지 이어가겠다는 전략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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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이 갤럭시Z플립6 올림픽 에디션으로 셀피를 찍고 있다./영상=SBS 유튜브 녹화


특히 이 회장이 언급한 마케팅은 '빅토리 셀피(셀프 사진)' 프로그램인데요. 이번 올림픽에서 삼성전자는 IOC와 협력해 시상대 위에 오른 선수들이 영광의 순간을 직접 촬영하는 빅토리 셀피 프로그램을 성사시켰습니다. 덕분에 매 경기가 끝난 뒤, 시상대 위에서 선수들이 갤럭시Z플립8 올림픽 에디션을 들고 셀피를 촬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셀피를 찍는 것은 올림픽 사상 최초였습니다.

이 회장이 갤럭시Z플립6의 올림픽 마케팅에 만족감을 보인 만큼, 3분기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모바일 경험)사업부의 실적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요. 3분기는 갤럭시Z6 시리즈 등 신제품 출시 효과로 큰 폭의 매출 개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악화하는 MX사업부의 수익성은 3분기에도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난 2분기 MX사업부는 영업이익은 2조2300억원을 기록해 전기(10.5%), 전년 동기(11.9%) 대비 수익성이 떨어진 바 있습니다. 부품 가격 인상에 따라 비용이 상승한 탓이었죠. 3분기 역시 이러한 영향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혹한기 부진 떨쳐냈지만…

이 회장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실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그의 발언에는 반도체 사업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을 텐데요. 지난 2분기 삼성전자는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부진했던 과거를 완전히 씻어낸 것처럼 보였습니다. AI(인공지능) 시장 확대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며 반도체 사업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결과였죠. 실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2분기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흑자 전환한 것은 물론 전기 대비 영업이익도 3.4배 늘었죠.

다만 SK하이닉스의 실적과 비교해보면 다소 해석이 달라집니다. 매출의 경우 삼성전자(28조5600억원)가 SK하이닉스(16조4233억원)를 크게 앞섭니다. 이는 메모리 사업만 하는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부터 메모리·파운드리(위탁생산)까지 포괄하는 세계 최대의 종합반도체회사(IDM)라는 점에서 당연할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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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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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수익성입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2분기 5조468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요. 절대적인 숫자로만 비교하면 삼성전자 DS부문의 영업이익이 9815억원 많습니다. 다만 메모리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반도체 전체 사업이 포함된 이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크지 않은 차이죠. 특히 영업이익률을 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22.6% 수준인데 비해, SK하이닉스는 33.3%에 달합니다. 삼성전자의 수익성도 높은 편이지만, SK하이닉스에 비하면 11.3%p(포인트) 낮은 셈이죠.

물론 두 회사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달라 실적을 단순 비교하기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수익성을 떨어뜨린 것도 SK하이닉스가 영위하지 않는 사업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바로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입니다. 삼성전자는 사업부별 세부 영업이익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실적을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증권사의 예측에 따르면 이 두 사업부는 2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한국투자증권은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의 적자 규모를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습니다.

두 회사의 공통 사업인 메모리만 떼놓고 봐도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핵심 제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은 현재 SK하이닉스가 시장 1위로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3%, 삼성전자가 38% 수준이었죠.

다만 3분기부터는 본격적인 추격이 기대되는데요.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HBM3E의 경우 8단 제품은 현재 고객사 평가를 정상 진행 중으로, 3분기 중 양산 공급이 본격화될 예정"이라며 HBM3E의 본격적인 양산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HBM 매출이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죠. 이재용 회장의 말처럼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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