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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AI 피크아웃 우려 주저앉은 엔비디아···서학개미, 한달새 4조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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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실적부진에 AI 거품론 확산

주가 30% 빠지며 보관액 5조 줄어

개인 투자자 8676억원어치 순매도

2분기 실적발표 예상치 넘을지 주목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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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화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으로 엔비디아의 주가가 최근 한 달간 30% 가까이 빠지면서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도 약 4조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서학개미의 엔비디아 보관액은 총 5조 원가량 줄었다. 올 상반기 엔비디아를 집중 매수했던 서학개미들이 하반기 들어서는 적극 매도세로 바뀌었다.

글로벌 빅테크의 ‘어닝쇼크(시장 기대치 이하의 실적)’에 더해 미국이 경기 침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드는 상황이어서 전문가들은 이달 말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주목하면서도 신중한 투자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서학개미의 엔비디아 보관액은 14조 5102억 원(105억 3602만 달러)으로 집계됐다. 엔비디아의 주가가 52주 신고가에 근접했던 지난달 10일 기준 보관액은 19조 1947억 원(139억 3347만 달러)이다.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서학개미의 엔비디아 보관액이 5조 원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최근에는 서학개미들이 엔비디아를 적극적으로 파는 등 투자 양상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하반기 들어 서학개미는 전날까지 엔비디아의 주식을 8676억 원어치 팔았다. 올 상반기 서학개미가 엔비디아의 주식을 2조 4560억 원가량 쓸어담은 것과는 대조되는 모양새다. 상반기 기준 서학개미는 엔비디아를 가장 많이 샀으며 순매수 2위인 테슬라(1조 4869억 원)와는 매수 규모에 있어 1조 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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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주가가 최근 한 달간 30%가량 급락하고 서학개미들이 적극적으로 ‘팔자’에 나서면서 엔비디아 보관액이 급감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달 10일(현지 시간) 기준 134.91달러로 52주 신고가(140.76달러)에 근접한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주가는 7일(현지 시간) 98.91달러까지 빠졌는데 한 달 새 26.68%가 감소한 것이다. 엔비디아의 주가가 100달러 밑으로 내려온 것은 6월 10일 10대1 액면분할 이후 처음이다.

엔비디아는 미국 빅테크에 AI 칩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빅테크들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고 AI 산업이 실제 돈을 벌 수 있느냐는 시장의 회의가 커지면서 엔비디아의 주가도 급락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의 2024년 회계연도 4분기 매출액은 647억 7000만 달러로 시장 기대치를 넘어섰지만 핵심 사업 부문인 인텔리전스 클라우드는 지난 분기 285억 2000만 달러로 시장 기대치 대비 1억 4000만 달러나 적었다.

여기에 빅테크들의 탈엔비디아 현상도 관측되고 있다. 애플이 자사의 AI 학습에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하지 않고 구글 텐서처리장치(TPU)를 사용한 사실도 알려졌다. AI 가속기 블랙웰 GB200 출시가 2~3개월가량 연기될 수 있다는 소식과 미국 정부의 반독점법 위반 조사 등도 엔비디아에 악재로 작용했다.

엔비디아의 2025 회계연도 2분기(5~7월) 실적 발표는 이달 28일(현지 시간) 예정돼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과 조정 주당순이익(EPS) 예상치는 각각 285억 6000만 달러, 0.6403달러다. 투자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2분기 실적과 3분기 전망치를 발표한다면 폭락장의 요인 중 하나인 AI 과잉 투자 우려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현재 시장에서 주목하는 AI 기술 성장과 잠재적인 시장 확대의 최대 수혜주”라며 “다만 엔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다른 투자자산에 투자) 청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확대에 따라 증시는 변동성이 높은 국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병준 기자 econ_j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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