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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서울 그린벨트 12년 만에 전면해제…“수도권 땅값 요동 못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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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을 카드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꺼냈다. 그린벨트 전면 해제는 이명박(MB)정부 때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인데 시민단체는 이런 정부의 정책은 집값 안정에 실효성이 없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정부는 8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앞서 ‘1·10 대책’을 통해 그린벨트를 풀고 수도권에 신규 택지 2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공급 물량을 4배 늘리고 그린벨트 해제 대상에 서울 및 서울 인접 부지가 들어간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수 입지에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 추가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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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내곡동 개발제한구역 일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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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서울을 포함,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총 8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신규 택지후보지는 오는 11월부터 발표한다. 규모는 1만가구 이상이다. 기존에 발표한 3기 신도시와 수도권 택지 주택 규모는 2만가구 이상 확대하고, 내년까지 민간 건설사가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아파트를 착공하면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하더라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만6000가구(22조원 규모)까지 사주기로 했다.

관심은 서울 어느 지역의 그린벨트가 풀릴지다. 서울 그린벨트는 MB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짓기 위해 2009∼2012년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일대 5㎢(경기도까지 포함 시 34㎢)를 해제한 후 대규모로 풀린 적이 없다. 서울 그린벨트는 149.09㎢로 서울 면적의 24.6%에 해당하지만, 강북권 그린벨트는 대부분 산이라 택지 개발이 부적합하다. 결국 선택지는 강남권 그린벨트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앞두고 정부와 서울시는 각각 중앙도시계획위원회·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서울 그린벨트 전체와 서울 인접 수도권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했다. 투기를 막을 목적이다. 오는 13일부터 효력이 발생해 오는 11월 신규 택지 발표 전까지이다.

서울 그린벨트 해제는 서울시 협조가 필요한 만큼, 정부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하는 주택 유형과 방식을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오 시장은 “서울 그린벨트 해제지에 지어질 공공주택 대부분은 서울시가 새롭게 내놓은 ‘신혼 20년 전세자가주택’인 장기전세주택Ⅱ를 대폭 확대해 공급하려 한다”고 말했다. 장기전세주택Ⅱ는 신혼부부가 거주하다 아이를 낳으면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고, 자녀를 둘 이상 낳으면 20년 후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는 주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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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서울 그린벨트 해제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개발제한구역에 8일 그린벨트 해제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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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신규 택지는 후보지 발표 이후 공공주택지구 지정, 지구계획 수립, 토지 보상 등을 거쳐 실제 입주까지 통상 8∼10년이 걸린다. 정부는 이 기간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했지만, 집값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당장 집값 안정 효과를 볼 수 있는 공급 방안은 아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서울과 수도권 과밀을 부추기는 주택공급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수도권 허파인 그린벨트를 한 평도 훼손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노무현정부 때도 판교와 위례 등 신도시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풀었으나 수도권 땅값이 요동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며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 공급이 늘어도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과밀화를 부추길 뿐 장기적으로 국토균형발전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대책 취지를 “양질의 주택이 대량으로, 저렴하게 공급되기 때문에 당장 주택 구입 계획이 없는 분들이 (매수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방지하는 차원”이라며 “주택 공급 여력과 기반을 다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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